▲하늘을 걷는 남자쌍둥이빌딩을 바라보는 펠리페 페팃(조셉 고든 래빗)과 그의 동료들.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지난 5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 있는 <더 셰프>에는 주인공인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 분)가 자신의 팀이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속 인물들처럼 되길 원한다'는 대사가 등장한다. 주방장이 한 명씩 자기 주방에서 활약할 요리사들을 모아 최고의 팀을 만들어간다는 영화의 줄거리가 <7인의 사무라이> 속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는 영화 속 아담 존스의 희망인 동시에 감독인 존 웰스의 소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7인의 사무라이>와 <더 셰프>, <하늘을 걷는 남자>를 모두 본 입장에서 이 대사는 <하늘을 걷는 남자>에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펠리페 페팃과 그의 친구들이 마치 <7인의 사무라이>에 등장하는 간베이와 여섯 무사들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간베이와 펠리페 페팃은 동기와 목적이 확연히 달랐지만 그들이 꿈에 이르는 과정과 그 속에서 주변인이 펼친 활약이 비슷한 감흥을 전해줬기에 나는 이 두 편의 영화가 서로 유사한 멋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위해 동료들을 모으고, 그들과 이상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게 표현되고 있던가 말이다.
영화는 펠리페 페팃의 이야기인 동시에 지금은 사라진 쌍둥이빌딩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쌍둥이빌딩이야말로 조셉 고든 래빗이 연기한 펠리페 페팃의 대척점에 선 또 다른 주인공과도 같다. 페팃이 잡지에서 빌딩을 처음 본 순간 가슴 속에 불길이 일었다. 빌딩은 페팃이 언젠가 올라야 할 목표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페팃이 빌딩과 빌딩 사이를 걷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을 지탱해준 빌딩을 향해 진심어린 찬사를 잊지 않는다.
<포레스트 검프>의 여러 장면들에서 미국의 보수주의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몇몇 유능한 평론가들과 같이 생각해보면 이 장면은 매우 유의미하게 읽힌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룬 청년이 영광의 순간에 자신을 지탱해 준 빌딩을 향해 감사를 전하는데 그 빌딩이 쌍둥이빌딩, 즉 세계무역센터라는 게 말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맨 와이어의 하중이 빌딩과 연결된 다른 와이어에 의해 분산되고 있고 결국은 이 위대한 도전이 펠리페 페팃 본인 뿐 아니라 건물의 조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설정은 현대 자본주의, 곧 세계무역센터가 표방한 자유주의가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음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상처를 치유하는 성숙한 방식, 쌍둥이타워를 향한 멋스런 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