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 인사이드> 포스터용필름
우진은 가구를 만드는 일을 하는 29살 청년입니다. 그는 18살 때부터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는 증상을 보이는데, 하루는 20대 남자였다가 또 다른 하루에는 60대 여성이기도 하고, 심지어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되기도 합니다. 남녀노소는 물론 국적을 불문하고 모습이 변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진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도, 인간관계를 누릴 수도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구점 직원인 동갑내기 이수를 만난 후 우진의 삶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뷰티 인사이드>는 외모나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누군가 발견하고 사랑해 주길 원하는 판타지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우진의 외모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은 우진과 이수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영화는 대다수의 로맨스 영화가 그러하듯 두 연인이 장애 요소를 극복하고 영원한 사랑의 결말을 맞이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진부하기 쉬운 설정이지만 영화는 솔직하고도 사려 깊은 화법을 통해 이 함정에 빠지지 않는 데 성공합니다.
등장인물의 특성상 열 손가락으로도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배우가 우진을 연기합니다. 외모의 공통점도 극히 적은 배우들이 한 인물을 연기하는데 신기하게도 모두가 우진처럼 보입니다. 이름을 다 알만한 배우들과 무명의 배우, 그리고 비전문 연기자로 보이는 인물들이 연이어 등장하지만 위화감 없이 우진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갑니다. 감독의 연기 지도와 연출이 얼마나 섬세했을지 엿볼 수 있는 점입니다. 이 덕분에 우진이라는 인물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는 생동감을 얻게 됩니다.
이수 역의 한효주도 돋보입니다. 이수는 한효주의 필모그래피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하나입니다. 매일같이 외견이 바뀌는 남자를 연인으로 둔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설렘과 혼란, 갈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수많은 배우가 우진을 연기하는 상황에서 한효주의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연기가 없었더라면 영화는 완전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진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에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우진은 모두의 '협업'이 이루어낸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에노 주리와 서강준이 연기한 우진의 눈길이 극장을 나선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큰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대목이 있기는 하지만 인물의 감정 변화에 설득력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설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결말도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펼쳐질 우진과 이수의 미래도 쉽게 점쳐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을 빌어 주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만큼 두 연인의 사랑이 진실되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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