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영화사업부문 장경익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로 NEW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NEW 영화사업부문 장경익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로 NEW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대기업 자본의 투자배급사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쇼박스라는 삼강체제에서 대안이 나올 수 있을까? 독립투자배급사를 표방한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Next Entertainment World, 이하 뉴)가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설립 1년 만(2008년 8월)에 국내 투자배급사 순위 10위권 진입, 5년 뒤 국내 투자배급사 중 업계 2순위 - 뉴가 이뤄낸 성과다.

그간 뉴는 <7번방의 선물>(2012)과 <변호인>(2013) 등 천만 관객 돌파 영화도 두 편이나 보유했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도 쥐었다. 상업적 성공과 예술성까지 인정받는 셈. 다만 긍정적 시각이 강한 만큼 기대도 컸나 보다. 뉴의 승승장구와 함께 투자 배급하는 작품에 대한 '정치적 색깔'이 언급되며 소위 진영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변호인>과 지난 6월 개봉한 <연평해전>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은 두 영화가 한 투자배급사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이 시선에 대해 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장경익 영화사업부 대표는 "두 작품이 (정치적으로) 왜 다른 성향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기자의 생각을 묻던 그는 "영화의 진심을 전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며 지난 7년간 몸 담아온 뉴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뉴에 대한 기대와 외부의 시선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우리가 <연평해전> 만들면 '배달의 기수'는 안 될 것이라 생각"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국밥집 주인과 아들을 만나 인사하는 송우석 변호사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 위더스필름


 영화 <연평해전>의 한 장면.

영화 <연평해전>의 한 장면. ⓒ NEW


총 관객 수 1137만 4861명의 <변호인>은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11위(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서 빠져 있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를 포함한 순위)에 올라있다. <연평해전>은 604만 137명. 둘 다 손익분기점을 무난히 넘었다. 상업적 성공과 함께 또 한편으로는 두 작품 모두 뉴의 입장에선 힘든 기억이었다고 한다. 장경익 대표는 "영화적 부족함을 지적하는 건 당연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지도 않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사실 안타깝다"며 운을 뗐다. 

- 소위 극과 극의 성향인 작품에 투자했다. <변호인>과 <연평해전> 이야기다.
"<변호인>을 엄청 싫어하던 분들이 있었는데 <연평해전> 역시 그렇게들 싫어하는 분들이 있더라. <연평해전>을 두고 애국, 안보, 북한 나쁜 놈 등 뭐 이런 얘기를 읽어낼 수도 있다. 결국 수용자의 몫이 크다. 영화 자체가 강요하는 부분은 적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지도 않고 욕하거나 찬양만 하는 양 극단의 사람들이 두 영화를 다르다고 주장하는 건 아닌지.

<변호인>은 정치적 이야기가 아닌 '정의란 무엇인가'의 영화 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연평해전> 역시 정치성이 아닌 가족과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고. 우리가 맡는다면 의미 없는 배달의 기수가 아닌 그 분들을 추모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영화적으로 <연평해전>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비아냥거림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

- 지난해까지 CJ E&M에서 이 작품을 하려다가 발을 빼지 않았나. 또 같은 소재를 곽경택 감독, 백운학 감독이 하려다가 일찍이 좌초되기도 했다. 투자 결정까지 여러 부담이 있었을 텐데. 꼭 했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논의 과정에서 정치적 관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긴 했다. 다만 해군이 나오고 전함이 나오는 영화를 60억에서 80억 원대에 절대 못 찍는다. 김학순 감독이 이걸 찍을 수 있었던 건 해군의 (실물) 지원을 받아서였다. 또 (CJ가 빠지면서 새 공동 투자사인) IBK 쪽에서 우리 쪽에 제안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영화가 완성될 수 있고 흥행 하겠다는 가정 하에 시작한 거다. 누군가가 억지로 '이 작품 안 하면 큰일 나!' 이런 일도 당연히 없었다."

- 그만큼 영화에 담긴 진심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있을 거 같다.
"일각에서 진심과 다른 해석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해석은) 수용자 몫이니까. 여러 인터뷰에서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다 말하곤 했다. 진짜로 그렇다. 딸 둘을 가진 아빠라서 그렇기도 하다. 우리 회사 사람들도 그런 따뜻한 성향들이 강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들이 특정 이념성을 갖거나 정치성을 갖진 않는다. 그런데 가끔씩 <변호인>이나 <연평해전> 같이 의도하지 않은 정치성이 씌워지는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해석이 나올 거라고 본다."

- 두 영화의 성공, 그리고 천만 관객 영화를 경험했다는 건 분명 뉴의 자산이다. 그런데 이런 흥행 이후 후유증을 겪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관객 쏠림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인가.
"천만 영화를 하게 되면 다음 영화를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어진다. 관련 행사들이 그만큼 길어지는데 그걸 마무리하기까지 두 세 달이 걸린다. 2013년엔 <변호인>을 하면서 사실 힘들었다. 여기에 매이느라 다음해를 제대로 준비 못한 부분이 있었다. 쏠림현상은 사실 우리 입장에선 위험하다. 이게 갈수록 내가 재밌어서 보는 게 아니라 주변 반응에 따라 움직이는 관객이 늘고 있다는 건데, 결국 다양성에 해가 된다. 산업적으로 블록버스터 영화가 성공하는 게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도 살아야 한다. 마케팅 할 때 그 부분이 고민스럽다."

천만 영화의 빛과 그림자

 NEW 영화사업부문 장경익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로 NEW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13년 이후 2014년은 뉴의 침체기기도 했다. 야심차게 발표한 <해무>와 액션 영화 <빅매치>가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한국 영화 산업 전체가 물론 위축기이긴 했지만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도전적으로 투자하던 뉴의 방식에 생채기가 났다는 평도 나오곤 했다. 이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 성공 가도 이후 침체기를 지나며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본래 20명 미만의 작은 조직을 지향한 걸로 아는데, 직원 수도 늘렸다. 시스템에 변화가 생긴 건가.
"교만해질 때쯤 한 방 맞은 셈이다(웃음). 20명 미만이었을 땐 주요하게 투자 배급하는 작품이 6편이하였다. 그러다 하게 되는 작품이 많아지면서 변화가 필요하더라. 직원을 많이 뽑았다지만 여전히 영화 부문 쪽 직원은 25명 정도다. 각 팀장들이 사람 뽑는 것에 신중한 편이기도 하다. 지난해가 뉴의 침체라고 하는데, 사실 영화마다 부침은 있었다. 모든 영화가 잘 되면 당연히 좋지만 상처가 있는 게 도움이 됐던 거 같다. 지난해는 재정비의 시간이었다." 

-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등을 발굴한 건 타 투자배급사와 비교했을 때 분명 뉴만의 저력이다.
"꼭 그렇진 않다. 언급한 저예산 예술영화는 다른 차원이다. 사실 저예산이든 상업영화든 직원들이 하는 일의 양은 똑같다. 그런 작품은 직장인으로서가 아닌 영화인으로서의 마음이 올라와줘야 한다. 어떤 영화는 분명 돈 벌려고 하는 거다. 수익을 내야하니까. 다만 저예산 영화는 좋아서 하는 거다.

다른 기업 일과 달리 영화 일을 한다는 건 특별하지 않나. 내가 그간 뭘 꿈꿔왔던가 직원들에게 반복해서 일깨우고 싶고, 같이 느끼고 싶었다. 일종의 동아리 문화 같은 건데 그런 식으로 결정했던 게 좋은 결과를 얻어서 뉴만의 문화가 됐던 거 같다. 분명한 건 상업영화로 돈을 버니까 저예산 하나 해주자는 건 아니다. 원래부터 하고팠던 영화를 하는 거다."

- 그것이 뉴의 정신이자 원칙인 거 같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로 돈을 벌고, 영화로 행복해지고, 영화에 기여하자는 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조직이 커지더라도 다들 그 마음은 유지했으면 좋겠다. 또 투자를 결정할 때 되도록 모든 직원이 참여하며, 반대의견을 내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물론 다른 회사에서도 많은 직원의 의견을 묻곤 하겠지만 보다 솔직한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 문화가 다소 다른  면이 있다."

독과점 한국 영화판에서 살아남는 법... "콘텐츠의 힘 믿는다"

 NEW 영화사업부문 장경익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로 NEW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소위 말하는 메이저 투자배급사 중 뉴는 극장 체인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다. 사실상 한국 영화계는 극장을 소유한 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독과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콘텐츠가 극장보다 힘이 강하다'는 바보 같은 신뢰 덕이라 생각한다. 극장이 없다보니 산업 구조에 대한 고민도 계속 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극장이라는 하드웨어 시장과 영화라는 콘텐츠 시장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할 거다. 대부분은 게임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콘텐츠 강화의) 그 길을 포기하거나 돌아가는데 사실 그게 똑똑한 거다. 우린 경쟁이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던 거고."

- 공정한 경쟁 환경이라면?
"독과점 시스템도 문제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폐해가 진짜 문제지 않나. 법률로 구조적인 틀을 다져줘야 한다. 2013년까진 극장들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두고 많이 싸우곤 했다. 실제로 하진 않았지만 기댈 곳이 공정위밖에 없더라.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 경쟁 가능한 시스템을 논할 때 영화별 쿼터 얘기도 가끔 하곤 했다.

지금은 한 영화에 극장마다 상영관을 절반 정도 내주곤 하는데, 극장별로 하나 혹은 두개 정도만 허용해주도록 하면 산업 형태가 많이 달라질 거다.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는 영화가 아닌 좋은 영화가 장기 상영 가능한 구조로 만들 수만 있다면 적어도 다양한 상업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저예산 독립영화를 위한 해법은 아니다. 그건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 CJ는 CGV아트하우스를, 또 폭스 같은 할리우드 거대 투자사들도 폭스 서치라이트 등 저예산 전문 회사를 차리고 투자하곤 하다. 뉴는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콘텐츠 판다라는 자회사가 있긴 하지만 여긴 해외 판권을 위한 곳이고.
"올해 저예산 영화는 9월 개봉하는 <영도>가 있고, 홍상수 감독님 영화도 있다. 수익을 생각하면 사실 못 하는데 저예산 영화를 무조건 한다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저예산 영화는 한다' 주의다. 팔 수 있는 영화를 한다는 의미지. 물론 우리가 하는 작품들이 최고의 영화는 아니다. 적어도 뉴가 하는 작품은 나쁘지 않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괜히 했다는 생각은 가급적 버리려 한다. 직원들에게도 오버해서 아닌 척 하기도 하고(웃음)." 

차이나머니 받은 뉴..."독립성? 훼손될 여지는 없다"

 NEW 영화사업부문 장경익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로 NEW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해 말 뉴는 상장회사가 됐다. 여기에 중국의 화책미디어 그룹과 535억 원 규모의 투자계약도 체결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결정이라 할 수 있는데, 동시에 뉴만의 독자성이나 차별성이 위축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장경익 대표는 "우려 안 해도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통상 투자 계약 시 여러 요구 조건이 붙기 마련인데 화책미디어와의 계약에서 그런 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중국 시장에 합작 회사를 만든다는 게 유일한 조건이었다. 현재 뉴는 화책미디어와 함께 몇 가지 영화를 준비 중이다. "조만간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장경익 대표가 기대감을 보였다.

외화 <20세기 소년>(2008), 한국영화 <킹콩을 들다>(2008) 투자배급을 시작으로 업계에 뛰어든 이후 뉴는 단 한 번도 연간 사업계획서를 만들지 않았다. "의미 없는 숫자적 목표에 빠지지 않기 위해"라고 장경익 대표가 운을 뗐다. 이 역시 뉴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다.

"내일 일도 모르는데 실제로 1년 계획을 세워봤자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숫자적 목표에 빠지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된다. 매출 목표를 세웠다고 치자. 가전제품 회사라면 그 목표를 위해 마진 없이 제품을 (대리점에) 넘긴다거나 밀어내기를 하겠지. 결국 누군가는 피를 보게 된다. 우리는 작품이 잘 되면 모두가 잘 한 거고, 안 되면 그 책임을 가능한 윗사람이 진다. 사람이기에 마음속으로는 누군가를 탓할 수는 있지만 겉으로 티내는 사례는 본 적 없다. 사실 성공보단 실패로부터 배우는 게 많다."



○ 편집ㅣ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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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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