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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정신적, 육체적 성질', 이렇게 정의돼 있다. 정말 여성이 어머니가 되면 '모성'이라는 정신적 육체적 성질이 자연스레 발현되는 것일까? 지난 8일 <MBC 다큐 스페셜-나는 나쁜 엄마인가요?>는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농구 코치인 남편과 주말 부부로 지내는 장정임씨는 세 딸의 엄마다. 아직 젖먹이인 막내,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둘째,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까지다. 장정임씨의 육아는 그녀를 괴물로 만든다. 큰 딸은 밥 한 번 먹이기 힘들고, 투정이 심한 둘째는 잠시 눈을 파는 사이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그러는 사이 젖먹이 막내가 울음을 터트린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온종일 세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씨름을 한 후 짬을 내 밀린 집안일을 한다. 집이 고층이었다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것 같은 충동에 시달린다고 말할 정도다.

아이가 많아서 힘들다고? 다른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 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쌍둥이를 얻은 워킹맘 최민영씨는 회사가 끝나기가 바쁘게 끝이 없는 육아에 시달린다. 이제 15개월이 된 아이들은 잠시라도 엄마가 시선을 돌리면 짜증을 내고 심지어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자해를 한다. 모성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내 아이를 천사처럼 맞이하려 하지만, 실제 엄마들이 맞이한 육아는 나날이 모성에 대한 시험대다.

이 시대의 고달픈 육아, 그리고 나쁜 엄마를 강요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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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바뀌고 어르신네들이 잔뜩 모인 노래 교실이 나온다. 아이를 일곱, 여덟을 낳아 키웠다는 어머님들은 그 시절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이들은 그저 스스로 자랐다고 말한다. 그저 낳아놓기만 해도 다 잘 자랐다는데, 왜? 이 시대의 젊은 엄마들의 '육아'는 이다지도 고달플까?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세상은 '아노미'다. 육아에 대한 전통적 가치는 젊은 엄마를 혼란에 빠뜨린다. 자연분만과 모유 우선주의에선 제왕절개를 하거나, 젖이 모자란 엄마는 '루저'일 뿐이다. 서점에 잔뜩 쌓인 저마다의 육아 책들을 열심히 독파해 보지만 '백가쟁명'식이다.

게다가 이 시대의 육아 트렌드가 된 '애착 육아'는 엄마를 더 약자로 만든다. 아이와의 애착이 곧 아이의 바른 성장을 담보한다는 육아론이 아이들의 잦은 일탈의 그 해프닝마다 엄마를 자책하게 만든다. 아이가 말이 느린 것도, 아이의 버릇이 나쁜 것도 온통 다 엄마 탓인 거 같다.

다큐는 심리적 데이터를 통해 과도한 엄마의 육아 스트레스를 접근한다. 과도한 육아 스트레스를 받은 엄마는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줄긋기 하나 마무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의 저하를 보인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엄마가 오히려 아이에게 심리적 하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당 다큐는 이 시대를 짓누르고 있는 모성 신드롬과 육아 스트레스에 대한 현주소를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한다. 그리고 실제 육아 과정에서 엄마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하중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정신과 의사의 '힘드셨겠다'라는 한 마디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 젊은 엄마들의 하중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육아를 온전히 엄마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현실은 적나라하게 다가오지만, 심리적 분석만으론 어쩐지 아쉽다.

애초에 한 자녀 혹은 두 자녀 중 하나로 태어나 가정의 사랑을 받던 자녀에서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혼란은 심리적인 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원적으로 모성의 존재론에 대한 의문도 그저 물음표처럼 스쳐 지나간다. 모성만이 아닌 엄마의 삶에 대한 소리는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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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스펙'을 키워야 되고, '육아'가 아니라  '관리'되는 현재의 양육 현실을 함께 짚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이 시대의 트렌드라고 하는 '애착 육아'의 이면에서 사회적 지위의 승계 같은 계층 상승 욕구, 혹은 벼랑 끝에 서있는 이 시대의 중산층의 위기의식은 또 어떤가. 결국 한 사회의 육아에 대한 담론은 그 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런 사회적 배경에 대한 분석 없이, '힘들죠'라는 위안과 위로와 공감은 그저 급한 대로 바르는 소독약에 불과하다.

다큐의 말미 쌍둥이 엄마는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하루를 온전히 자신을 위해 보낸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한 명씩 아이를 데리고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오는 엄마. 결국, 해법은 남편의 도움뿐인가. 과연 이 시대의 육아 스트레스가 아빠들의 많은 참여로 해결될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을 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워킹맘의 무게감은 어쩌나. 또 돌보미를 고용할 수 없는 가정은? 안타깝게도 '힘들죠, 당신은 나쁜 엄마가 아니예요'라는 위로의 말이 무색하게, 현재의 육아 현실은 척박하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MBC다큐 스페셜-나는 나쁜 엄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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