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에서 단희 역을 맡아 농도 짙은 연기를 펼친 임지연
롯데엔터테인먼트
민규동 감독의 <간신>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꺼내 든 회심의 카드다. 지난 2014년 친구들의 우정과 파멸을 다룬 누아르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주지훈과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했을 김강우, <인간중독>을 통해 강렬하게 데뷔한 임지연 등이 함께 출연한다.
더불어 <봄>을 통해 2014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유영과 뮤지컬 <드림걸즈>에서 활약하는 차지연, 언제나 안정된 연기를 펼치는 천호진 등이 조연으로 자리 잡아 무게를 더한다. 2005년 옴니버스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민규동 감독이 의외의 장르를 선택했다는 점도 볼거리다.
<간신>은 사극의 배경으로 인기 있는 시대 중 하나인 연산군 시절을 다룬다. 연산군 11년, 각지의 미녀를 색출해 궁으로 들이기 위한 채홍사라는 기관이 운영되었다는 사료를 토대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감독은 이 이야기가 전국에서 1만 명가량의 처녀를 궁으로 끌고 온 희대의 사건임에도 그간 영화의 소재로 쓰이지 않았던 점에 주목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대 최고의 간신인 임사홍, 임숭재 부자를 주요한 캐릭터로 등장시키고 극적 재미를 위해 상상력을 가미했다.
영화는 기존 연산군 시대를 다룬 사극과 조금쯤 궤를 달리한다. 기존 사극이 비틀린 분노와 욕망, 두려움 등 연산군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시야를 넓혀 그를 둘러싼 신하와 몇몇 인물의 내면에까지 관심을 둔다. 더불어 권력의 향배뿐 아니라 채홍사에 의해 궁으로 들어온 여인들이 방중술 등을 겨루는 과정을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흥미롭게 그려낸다. <간신>은 전형적인 상업영화로써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보다 흥미 위주의 구성과 연출에 집중하고 있다.
역사극을 가장한 치정극, <순수의 시대> 시즌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