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답답남 강준수 역의 배우 이승기가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답답남 강준수 역의 배우 이승기가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배우는 착해야 한다!"

데뷔 11년 차를 맞은 이승기가 연기에 대해 줄곧 들어왔던 말이다. 품성이 착해야 오롯이 한 캐릭터를 흡수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다며 가까운 사람들이 줄곧 그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해왔다고 한다.

그가 <오늘의 연애>로 영화에 도전장을 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누난 내 여자니까'라며 누나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내 여자라니까'라는 노래처럼 이승기에게 어울리는 옷일 수 있다. 다만 노래 가사처럼 박력 있게 지르는 게 아니라, 18년 동안 우정을 쌓아온 이성 친구를 두고 마음 졸인다.

영화 데뷔작으로 <오늘의 연애>를 선택한 것에 이승기는 "장르에 큰 의미를 둔 건 아니다. 웃을 일도 없는 요즘 재밌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대본이 들어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8일 언론 시사회 당시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던 그가 아픈 외사랑을 표현했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해 봤다. "사람이 변하는지 사랑이 변하는지 굳이 따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그는 "상대에 대한 익숙함 때문에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사랑의 형태인 것 같다"고 답했다. 사랑을 모르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랑꾼이었다.

담백함과 우직함, 그것이 이승기의 무기


물론 <오늘의 연애>에 출연하기까지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친구가 연인이 된다는 설정은 물론, 고소공포증이 심한 그가 고공에서 아찔하게 떨어지는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을 타야 한다는 설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제친 것은 <너는 내 운명> <내 사랑 내 곁에> 등 심금 울리는 사랑 이야기를 해왔던 박진표 감독에 대한 신뢰였다. 출연하기로 했을 때 고소공포증은 그저 눈 감고 극복해내야 했다. 상대역인 문채원은 번지점프까지 했으니 그럴 수밖에.

기상 캐스터이자 준수(이승기 분)의 오랜 친구 현우 역을 맡은 문채원에게 박진표 감독은 "미워 보여서는 안 되고 끝까지 사랑스러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이승기에겐 별다른 주문이 없었단다. 축구 포지션으로 치면 일종의 '프리롤(Free Roll)' 전술이다. 이를 배우에 대한 신뢰감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승기는 "아마도 무난한 내 이미지에서 착안한 캐릭터인 만큼 감독님이 뭔가 자연스러움을 기대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캐릭터로 봤을 때 준수는 아예 무기가 없어요. 우직함이 유일한 무기죠. 물론 강력한 무기지만 영화에선 그게 다른 캐릭터에 가릴 수도 있어요. (표현하는 데) 고민이 많았죠. 어쨌든 영화는 준수의 시점으로 흐르고 관객이 몰입해야 하니까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진실한 표현이었어요. 보통 지고지순한 캐릭터는 마음을 삭이고 누르곤 하는데 준수는 또 안 그렇게 해석했죠. 유머도 적절히 넣어가며 표현은 또 적극적으로 하는 친구예요."

"결과 아닌 과정의 소중함 느낀다"


제작자들은 이승기를 담백한 얼굴이라고 표현한다. 빈 도화지처럼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가수로 데뷔했지만 <논스톱5> 등으로 연기를 맛보며 멀티 플레이어로 꾸준히 활동했다. 스스로도 "한 분야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면서 "그간 연기에 집중했지만 노래도 하고 싶고, 실제로 3월 정도에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바쁘게 달려왔다. 나이 또한 어느새 만 28세로 서른을 앞두고 있다. 입대 등 여러 고민이 많을 시기다. 이에 이승기는 "두드러진 고민은 없다"며 "사실 큰 고민을 떠안고 살아가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관계의 감사함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곤 한다"면서 "사람마다 인생의 그래프가 다른데 잘 나간다고 굽실거리고 못 나간다고 무시하는 건 진짜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돌아보면 감사한 일의 연속이었다. 일단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가 대부분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오늘의 연애> 또한 개봉 첫 주부터(14일 개봉)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이기에 상업 영화, 드라마의 행보를 갔는데 작품의 결과를 무시 못 한다고 생각했어요. 흥행이나 시청률에 집착이 컸죠. 다행히 그간 성과는 좋았는데 그것만 보면서 간다고 잘 되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과 즐거워야 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는지 계속 물어봐야죠. 삶의 기준이 달라진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우선 목표예요. 왜 진짜 고수는 힘을 줘야 할 때도 뺀 듯 보이잖아요. 힘을 빼고 싸우지만 상대가 그 힘을 느끼게 하는 거죠.(웃음) 성품이 착해야 연기를 잘한다거나, 사이코 기질이 좀 있어야 한다거나 말이 많지만 적어도 전 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생>의 이성민 선배 인터뷰를 보니 캐스팅 때 무조건 착한 사람을 뽑으라고 조언했다던데 마음이 좋아야 사람의 따뜻함을 표현할 수 있고 감동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팔색조 같은 사람보단 일단 착하고 봐야 해요. 저요? 전 착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 정도?(웃음)"

그런 의미에서 이승기는 지난 5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인 KBS 1TV <현장르포 동행>을 후원해왔다. 종영 이후 또 다른 후원처와 사람을 찾고 있단다. 혼자 <초콜렛 도넛>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의 독립영화 보는 것을 즐긴다는 이승기는 "사람에 대한 먹먹함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언제든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 또한 보였다. 여러모로 사람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영화 <오늘의 연애> 한 장면

영화 <오늘의 연애> 한 장면 ⓒ 팝콘필름



이승기 오늘의 연애 문채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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