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불펜 투수 안지만은 지난 11월26일 65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FA계약을 체결했다. 35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제외하더라도 안지만은 내년부터 4년 동안 매년 7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이밖에도 롯데 자이언츠의 정대현이 5억 원,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좌완 스페셜리스트' 권혁이 4억 원, 만21세에 불과한 한현희(넥센 히어로즈)도 내년 시즌 2억3000만 원의 연봉을 받을 예정이다. 선발과 마무리를 이어주는 불펜 투수들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불펜 재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프로야구 최저연봉을 받고 NC다이노스의 불펜진을 이끌던 투수가 있다. 내년 시즌 NC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게 될 '광속 스리쿼터' 원종현이 그 주인공이다.

팔꿈치 부상으로 꿈 펴지 못한 유망주, NC에서 새 출발

원종현은 군산상고 시절 전국적으로 꽤 알려진 유망주였다. 원종현은 2005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당시 원종현과 함께 군산상고 마운드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투수가 바로 삼성의 좌완 차우찬이다.

원종현은 류현진(LA다저스)과 강정호(넥센 히어로즈)를 배출한 2006년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2라운드(전체 11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1억1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은 선수였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팔꿈치 부상에 시달린 원종현은 1군 데뷔를 해보지도 못하고 2년을 보내다가 2008년 경찰청에 입대했다. 하지만 경찰청에서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고 2010 시즌이 끝난 후 LG에서 방출을 당하고 말았다(공교롭게도 원종현이 방출되던 해, 고교 동창 차우찬은 10승2패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하며 승률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원종현은 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원종현은 자비로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재활에 몰두했고 2011년 10월 입단테스트를 거쳐 NC에 입단했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았던 NC에서도 무명의 원종현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결국 원종현은 NC의 1군 진입 첫 해였던 2013년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다시 방출 대기 명단에 올랐다. 그렇게 또 한 번 야구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인 원종현을 붙잡은 이는 바로 김경문 감독이었다.

원종현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최일언 투수코치의 조언에 따라 투구 시 팔의 각도를 내리는 변화를 시도했다. 오버핸드 투수에서 스리쿼터형 투수로 변신한 것이다. 그리고 이 변신은 원종현의 불행했던 야구 인생을 뒤바꿔 놓았다.

시속 155km 강속구 앞세워 NC 승리 지켜낸다

투구폼을 바꾼 후 구위가 몰라보게 좋아진 원종현은 NC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리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프로 데뷔 9년 만에 풀타임 1군 투수가 된 것이다.

성적 역시 1군 투수라는 이름에 어울렸다. 5승3패1세이브11홀드4.06. 승부처에 등장하는 투수의 피안타율이 .235라는 것은 분명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특히 득점권에서의 피안타율은 .208로 더 떨어진다.

무엇보다 원종현은 팀이 필요로 할 때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원종현은 원포인트 릴리프 진해수(SK와이번스, 75경기)에 이어 2번째로 많은 73경기에 등판했고 전문 불펜 투수로는 차우찬(82이닝), 한현희(78.2이닝), 윤규진(한화, 72이닝), 윤명준(두산 베어스, 71.2이닝)에 이어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은 71이닝을 던졌다.

원종현의 진가는 '친정팀'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나타났다. 비록 팀은 1승3패로 탈락했지만 원종현은 10월24일 3차전에서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수 차례 뿌리며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까지 원종현은 일종의 '무명 프리미엄(?)'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조금 부진하더라도 8년의 무명 시절을 거친 '최저연봉선수'였기 때문에 야구팬들로부터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야구팬들은 원종현이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원종현은 내년부터 NC의 필승조로 안지만, 조상우(넥센), 이동현(LG) 같은 각 구단의 쟁쟁한 셋업맨들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8월까지 58이닝 동안 30점을 내주며 4.66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던 원종현은 9월 이후 1승4홀드 1.38의 성적을 올린 위력적인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원종현이 시즌 후반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내년 시즌에도 NC 불펜의 핵심으로 마운드를 주름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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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다이노스 원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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