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처방전>은 건강염려증으로 결벽증까지 지니고 있는 주인공과 친구의 여동생 안나, 그리고 안나의 고국으로부터 온 혁명 영웅간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인 디미트리는 이 셋을 모두 적절한 공간으로 이끄는 의사 역할을 하고 있죠.
사실 악어와 악어새 같다는 비유를 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만큼 희극적 요소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지요. 실제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코미디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바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경향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강해지고요. 영화사의 줄거리 소개에서 주인공을 '역사상 가장 미친 캐릭터'라고 표현한 것은 동의할 수 없지만, 전염성 있는 코미디가 온다는 얘기는 동의합니다. 그것이 단순한 코미디에서 오는 것이 아닌 따뜻함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겠지요.
극중 인물들이 외부로부터 도움 받는 영화이 영화의 주인공은 병균을 마구 옮기는 행위라고 키스조차 거부하는 결벽증 환자입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TNO(응용과학연구원) 미생물학·시스템미생물학부는 최근 <미생물 저널(The journal Microbiome)>에 실은 연구 보고서에서, 10초간 키스할 때 세균 8천만 마리가 이동한다는 연구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었죠. 아마도 주인공은 그 사실을 알았나 봅니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세균을 차단하기 위해 끊임없이 결벽 강박을 일으키죠. 외부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접촉과 소통은 곧 세균이거든요.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두려워하던 주인공이 외부에서 온 혁명 영웅을 흉내 내며 자신의 건강염려증을 회복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정체성이 흔들리긴 하지만, 종국에는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 사람을 흉내 낸 것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정체성을 바로 잡지요. 그 과정에서 그는 혁명 영웅과 소심남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그의 상반된 연기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