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신부 메인 포스터

▲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메인 포스터 ⓒ 씨네그루(주)다우기술

리메이크란 이전에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동일한 구성과 줄거리로 다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할리우드의 경우 <컬러 오브 머니> <스카페이스> <이탈리안 잡> <바닐라 스카이> 등이 잘 알려진 리메이크 영화다. 한국영화 가운데서도 해외로 판권을 수출해 리메이크된 사례가 있는데 <엽기적인 그녀> <시월애> <거울 속으로> <올드보이>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영화를 국내에서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있다.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와 이만희 감독의 1972년작 <만추>가 각각 임상수, 김태용 감독의 손에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오는 8일 개봉하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도 국내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지난 1990년 당대 최고의 스타 최진실과 박중훈을 앞세워 서울에서만 20만 명에 이르는 관객을 동원한 이현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다. 24년 만에 영화를 재탄생시키는 작업은 <효자동 이발사>를 통해 데뷔한 임찬상 감독이 맡았다. 주인공인 영민과 미영의 역할을 맡은 조정석과 신민아는 당대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로 군림한 원작의 성취를 되풀이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리메이크작

리메이크작은 대개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만들어지기에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음사 문학전집 편집위원들의 유명한 문장을 빌려 말하자면 엊그제의 괴테 번역과 도스토예프스키 번역은 오늘의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시키지도 못하는 것이다. 어디 번역 뿐이겠는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와 뤽 베송의 <니키타>가 어떻게 리메이크 되었는지를 떠올려 보라. 원작의 성공은 어쩌면 그 시대에 국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선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사회상과 시대상이 바뀌었고 그로부터 결혼관이나 연애의 방식 역시 변화했을 것이기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리메이크 작업에는 더욱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원작의 장점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리메이크작 만의 색다른 매력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 필수적인 것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주연을 맡은 조정석과 신민아

▲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주연을 맡은 조정석과 신민아 ⓒ 씨네그루(주)다우기술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임찬상 감독은 이 부분에 상당히 신경을 쓴 듯하다. 원작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들을 옮겨오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통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영민이 미영과 직장동료의 대화를 오해하고 상상하는 장면과 화가 나서 미영이의 얼굴을 짜장면 그릇에 박아버리는 장면, 그리고 영화의 백미라 할 만한 집들이 부분은 이 영화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명장면들이다.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 담겨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식으로 짜여진 이 영화는 신혼부부인 영민과 미영이 갈등을 빚고 또 화해하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관객 모두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연애의 순간들을 능숙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민과 미영의 관계뿐 아니라 조연으로 등장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역할도 적절해서 이를 통해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상황을 조성하기도 한다. 덕분에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전개를 해나갈 수 있었다.

최근 <진짜사나이>의 여군특집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라미란을 비롯 전무송, 배성우, 이시언, 고규필, 윤정희, 서신애, 서강준 등 많은 조연들이 출연해 각기 제 역할을 해주고, 조정석과 신민아라는 두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려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지금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연인끼리, 혹은 연인이 되고 싶은 사이에서 함께 보면 좋을 만한 영화다.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 좋은 로맨틱 코미디란 그런 게 아닐까?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올해 극장가에서 이 영화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씨네그루(주)다우기술 임찬상 조정석 윤정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