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축구 사간 도스 윤정환 감독의 사퇴를 보도하는 <닛칸스포츠> 갈무리.
일본프로축구 사간 도스 윤정환 감독의 사퇴를 보도하는 <닛칸스포츠> 갈무리.닛칸스포츠

일본프로축구 J리그가 '윤정환 사태'로 들썩이고 있다.

올 시즌 사간 도스를 J리그 선두로 이끌던 윤정환 감독은 지난 7일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일본 언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전대미문', '충격', '난장판' 등의 단어들과 함께 윤정환 감독의 사퇴를 대서특필했다.

<닛칸스포츠>는 "J리그 1위 팀이 시즌 도중 사령탑을 해임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창단 후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벌어진 해임극으로 사간 도스는 물론이고 J리그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호치>는 "지금 사간 도스는 난장판"이라며 "선수들이 많이 놀라서 구단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일부 선수는 (윤정환 감독 사퇴를 묻는)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며 사간 도스를 비판했다.

사간 도스의 축구팬인 한 남성은 <스포츠 호치>와의 인터뷰에서 "윤정환 감독의 후임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사간 도스가 2부 리그로 강등될까 걱정"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우승을 차지하고 곧바로 물러나는 사령탑은 있었지만 윤정환 감독처럼 선두를 질주하다 시즌 도중 사임하는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윤정환 감독은 사간 도스에서 선수, 코치를 거쳐 사령탑에 오른 인물이라 더욱 충격이 크다.

일본의 대표적인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윤정환 감독이 J리그 승격 임무를 완수하고 선두까지 올려놓은 사간 도스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만큼 앞으로 큰 불안이 드리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축구를 놀라게 한 '윤정환 신화'

윤정환 감독은 사간 도스에서 그야말로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다. 윤정환 감독은 선수 시절 '꾀돌이'이라는 별명답게 지능적으로 공격을 이끄는 정상급 플레이 메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1996 애틀랜타 올림픽, 2000 아시안컵, 2002 한일 월드컵에도 참가했던 윤정환 감독은 2006년 K리그를 떠나 당시 일본 2부 리그의 사간 도스로 이적했다.

윤정환은 입단 첫해 사간 도스를 창단 후 최고 성적인 2부 리그 4위에 올려놓으며 주목을 받았고, 2007년 은퇴 후 사간 도스에 남아 기술고문, 수석코치로 한 계단씩 착실히 오르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2011년 마침내 정식 사령탑이 된 윤정환 감독은 평범했던 선수들을 혹독한 훈련과 치밀한 전술로 단숨에 바꿔놓았고, 부임 첫해 2부 리그 2위를 차지하며 사간 도스를 1부 리그인 J리그로 승격시켰다. 

J리그 최연소 사령탑이 된 윤정환 감독은 주위의 예상을 깨고 승격 첫해 J리그 5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작년에는 12위로 부진했지만 일왕배 4강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올 시즌 윤정환 감독은 인구 10만 명도 되지 않은 작은 도시의 사간 도스를 마침내 J리그 선두에 올려놓으며 사상 첫 우승의 꿈에 부풀었다. 일본 언론도 일제히 윤정환 감독과 사간 도스의 돌풍을 소개하는 특집 방송과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우승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던 윤정환 감독에게 돌아온 것은 박수와 격려가 아닌 사퇴였다. 사간 도스는 윤정환 감독을 보좌하던 요시다 메구무 코치가 임시 감독으로서 남은 시즌을 이끌도록 했다.

사간 도스, 사퇴는 윤정환 감독의 잘못?

 지난 2011년 사간 도스의 사상 첫 J리그 승격을 알리는 일본프로축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011년 사간 도스의 사상 첫 J리그 승격을 알리는 일본프로축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J리그

윤정환 감독이 떠나겠다고 해도 매달려야 할 사간 도스가 오히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지휘봉을 빼앗자 일본 언론은 큰 충격에 빠졌고, 결별의 배경이 될 만한 온갖 추측을 내놓았다.

윤정환 감독이 눈부신 성과를 앞세워 구단 측에 계약 연장을 요청했으나 워낙 높은 몸값을 요구해 관계가 틀어졌다거나, 윤정환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국가대표팀 코치킥을 제의 받아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들이다.

하지만 윤정환 감독은 대표팀 코치직을 제의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케하라 미노루 사간 도스 단장은 "주전 선수가 빠졌을 때도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윤정환 감독과 결별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결별 이유를 내놓았다.

윤정환 감독 역시 "시즌을 마치지 못한 채 팬들과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사간 도스와 서로의 발전을 위해 결별하기로 합의했다"고 명확한 사퇴 이유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기자회견으로 오히려 논란이 커지자 사간 도스 구단 관계자는 9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술적인 견해의 차이나 구단과의 불화로 사퇴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수단 배려에서 구단과의 입장과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에 출전하는 주전 선수들은 불만이 없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윤정환 감독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며 "브라질 월드컵 기간 중 선수단 운영을 놓고 윤정환 감독과 10여 차례 정도 대화를 나눴지만 끝내 의견이 엇갈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정환 감독의 사퇴를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내고 사상 첫 우승을 이뤄내기 직전 윤정환 감독을 내친 사간 도스의 '토사구팽'에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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