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 포스터

영화 <그녀> 포스터 ⓒ 유니버셜픽쳐스코리아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느끼는 것은 좋은 관계의 필수요소이다. 더구나 관계의 정점에 있는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어떠할까? 영화 <그녀>는 사랑에 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교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목소리만으로도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대필 편지를 작성하는 직업을 가진 테오도르는 '축하한다'라고 말하지만, 입꼬리는 내려가 있고 눈의 초점은 사라져 있다. 아무리 기쁜 내용의 편지를 써도 그의 무거운 입꼬리는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테오도르는 이처럼 가짜 감정, 남의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대상은 컴퓨터가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삭막한 상황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라는 인공지능 컴퓨터 운영체제를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마치 인간 같은 감정을 지닌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

영화 <그녀>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코리아


목소리만 듣고도 내 기분을 알아주는 '사만다'

부부 클리닉을 찾은 부부와 같이, 갈등 관계에 놓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대화법 첫 번째는 '그렇구나'라고 한다. 상대방이 한 말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한 마디만 잘해도 상대방은 마음의 안정을 얻고 대화를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축 처진 목소리를 한 소절만 듣고도 '무슨 일이냐' 묻는다. 사만다는 스스로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면서도 자신의 기분만큼이나 상대방의 기분도 존중해준다. 게다가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 자신의 목소리 톤을 조절하기도 한다.

결국, 테오도르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사만다에게 말하게 된다. 이렇게 정서적인 수준이 보통 사람보다도 뛰어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화 <그녀>의 한 장면

영화 <그녀>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코리아


'사만다'를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슬프다'는 감정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고 뜻을 아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느낄 뿐이다. 그리고 상황을 겪으며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슬프다'는 감정은 60억 명에게 60억 개의 뜻으로 다가온다. 사만다도 마찬가지다. 미리 입력된 정보 중 하나에 불과한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면서 자신만의 감정을 알아간다는 점이 인간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이런 미래에서는 사만다와 같은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생명체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사만다에게도 인권과 비슷한 권리가 생길 수도 있고, 운영체제를 고장 나게 하거나 바이러스를 만드는 해커를 처벌할 때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리라는 상상도 해 볼 수 있다. 심지어 운영체제를 함부로 지우거나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법으로 금지될 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도 감정이 있고 인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된다면 말이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

영화 <그녀>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코리아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 감정을 온전히 받아주는 존재가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애인 또는 배우자,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만큼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는 일하면서도 표정이 역동적이고 활기차다. 내 기분을 알아주고 내 감정을 인정해주는 존재는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결국 영화 <그녀>가 주는 메시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해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마디만 더 귀 기울여 들어보자.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행복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 거기서부터 퍼져나간다고 믿는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

영화 <그녀>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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