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쇼 에서 MC를 맡은 김호영

▲ 미스터쇼 에서 MC를 맡은 김호영 ⓒ (주)미스터쇼프로덕션


남성 관객이 몇 십 만원, 아니 백만 원을 관람료로 지불한다고 해도 못 보는 공연이 있다. 박칼린이 연출을 맡은 뮤지컬 <미스터쇼>는 '남성 관객 입장 불가' 여성 전용 공연이다.

<미스터쇼>에서는 키 185 이상의 남자 배우가 탄탄한 가슴 근육과 초콜릿 복근을 서슴없이 내놓는다. 이럴 때 여성 관객의 열렬한 환호성은 그 어떤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게 뜨겁다. 여성 관객을 위한 현대판 '하렘', 금남 구역이라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기자간담회 이후 10개월 만에 만난 배우 김호영은 300:1의 기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남자 MC는 한 명인데 여성 관객은 2층까지 3백여 명이라 입담과 순발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즐거운 기 싸움을 매일 공연마다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호영은 매일 가족에게 하소연을 한다고. 그럼에도 그는 제대 복귀작으로 일반적인 뮤지컬 작품을 택하는 대신에 <미스터쇼> MC를 맡음으로 MC의 기량을 하나씩 닦아나가고 있었다.

"여성 관객들, 남자 배우 너무 주무르지 마세요"

-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미스터쇼>를 선택했다.
"<미스터쇼>를 선택한 건 MC라는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뮤지컬 토크쇼를 한 적이 있다. 제 꿈 가운데 하나가 토크쇼 MC였다. 토크쇼 진행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군대 있을 때, 다른 군인보다 열 살가량 많았는데, '상담 전우' 역할, 이를테면 연애나 진로 부분에 대한 상담을 많이 했다. 군대 안에 상담자가 있기는 하지만, 상담을 한다고 하면 부대 안에서 문제 있는 친구로 보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군인은 드물다. 제게 상담 받는 군인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줬지만, 저 역시 많이 안정할 수 있었다.

군대 들어오기 전에는 재미 위주의 토크쇼를 했다면, 제대 후에는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토크쇼를 진행하고 싶었다. MC의 발판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뮤지컬은 아니지만, 여자 관객만 오는 퍼포먼스 쇼의 MC를 맡아달라'는 박칼린 감독님의 전화를 받았다.

전역한 후에는 복귀작으로 어떤 작품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남자들만 나오는 공연에 MC로서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흔쾌히 수락했다. 박칼린 감독님만 믿고 가기로 마음먹고 이 작품을 택했다."

'미스터쇼' MC 김호영 "MC로 무대에 오르자 '평소 김호영이 말 잘 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MC로서의 김호영을 재발견했다는 평이 많다. 매 공연할 때마다 300:1의 기 싸움을 한다."

▲ '미스터쇼' MC 김호영 "MC로 무대에 오르자 '평소 김호영이 말 잘 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MC로서의 김호영을 재발견했다는 평이 많다. 매 공연할 때마다 300:1의 기 싸움을 한다." ⓒ (주)미스터쇼프로덕션


- 여성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 덕에 박칼린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미스터쇼>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공연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MC로 무대에 오르자 '평소 김호영이 말 잘 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MC로서의 김호영을 재발견했다는 평이 많다. 매 공연할 때마다 300:1의 기 싸움을 한다."

- 관객의 반응에 따라 매번 애드리브도 달라질 텐데, 관객의 반응도 천차만별일 듯하다.
"좋은 반응도 있지만 안 좋은 반응도 있다. 진행에 방해가 된다는 반응이다. 가령 몇 번 본 관객이면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머릿속에 있다. 제가 어떤 멘트를 하기 전에 미리 본 관객이 그 멘트를 미리 하는 경우가 있다. 뮤지컬로 치면 배우가 해야 할 대사를 먼저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관객은 본인이 호응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관객의 즐길 권리를 빼앗는 거다.

여기에서 중요한 게 있다. '몇 번 공연을 본 거 같은데 앞서가지 마라',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매번 멘트가 다를 수가 있나? 도와 달라'는 식으로 진행에 방해가 되는 관객을 질타할 때 기분 나쁘게 만들지 않고 박장대소하게 만들어야 한다.

'미스터쇼' MC 김호영 "간혹 남자 배우를 너무 주무르는 관객이 있다. 쇼를 즐기는 걸 넘어서서 과한 표현을 하는 관객이다. 쇼맨십인 건 이해하지만, 배우는 당황하고 보는 관객도 '저건 아니지' 하고 얼어붙는다. 이럴 때에는 MC인 제가 무대에 난입해서 관객의 손을 뿌리치게 만들어 주어야 남자 배우가 더 이상 얼어붙지 않는다."

▲ '미스터쇼' MC 김호영 "간혹 남자 배우를 너무 주무르는 관객이 있다. 쇼를 즐기는 걸 넘어서서 과한 표현을 하는 관객이다. 쇼맨십인 건 이해하지만, 배우는 당황하고 보는 관객도 '저건 아니지' 하고 얼어붙는다. 이럴 때에는 MC인 제가 무대에 난입해서 관객의 손을 뿌리치게 만들어 주어야 남자 배우가 더 이상 얼어붙지 않는다." ⓒ (주)미스터쇼프로덕션


<미스터쇼>에 여자 관객을 불러 무대에 앉히고는 남자 배우의 가슴이나 배를 만지게 하는 퍼포먼스가 있다. 대개의 관객은 쑥스러워 한다. 하지만 간혹 남자 배우를 너무 주무르는 관객이 있다. 쇼를 즐기는 걸 넘어서서 과한 표현을 하는 관객이다. 쇼맨십인 건 이해하지만, 배우는 당황하고 보는 관객도 '저건 아니지' 하고 얼어붙는다. 이럴 때에는 MC인 제가 무대에 난입해서 관객의 손을 뿌리치게 만들어 주어야 남자 배우가 더 이상 얼어붙지 않는다.

뮤지컬은 주 관객층이 20~30대 여성이다. 남자만 나오는 뮤지컬은 장사가 잘 된다. 남자 배우의 연기와 가창력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배우가 남자라는 걸 좋아해서 선호하는 점도 있다. <미스터쇼>는 여성 관객이 남자 배우와 환상을 만들 때가 있다. 여성 관객이 남자 배우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어필도 있다. 이럴 때에는 MC인 제게 특별하게 뭐라고 하지 않는 이상 마음껏 즐기도록 놓아둔다.

MC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관객층이 다양하다. 객석에 '어머님' 하고 불러도 호응하는 관객이 많을 정도로 젊은 여성 관객만 찾는 공연이 아니다. 어르신 관객이 재미있어하고 느끼는 부분이 젊은 관객과는 다르다. 모든 연령의 관객이 재미있어하고 공감하는 공연이라 MC인 저로서도 재미있다."

미스터쇼 김호영 박칼린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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