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깔=꿀색의 한 장면
미루픽처스
이렇게 <피부색깔=꿀색>은 융 에낭의 고통스러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찾기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족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가족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융 에낭이 거짓말 한 대가로 채찍을 휘두르는 벨기에인 양부모의 모습에서 그는 상처를 입는다.
그럼에도 융 에낭이 몰랐던 것은, 그토록 치열하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다른 벨기에인 가족에게는 고통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가 거짓말이나 말썽을 피웠다는 '원인 제공'은 생각하지 않은 채, 채찍으로 맞았다는 결과에만 천착함으로 융 에낭은 부모에게 원망을 저금하지만 그의 양부모는 마음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융 에낭의 척력, 밀어내기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한다.
슈퍼마켓에서 여동생을 못 본 체 하는 융 에낭의 냉정함에 벨기에인 여동생은 울음을 터트리고, 고음으로 음악을 듣는 융 에낭의 습관 때문에 벨기에인 형제는 소음 공해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그의 벨기에인 가족은 이런 융 에낭이 자신들을 밀어내려 하는 모습에 순응하기 보다는, 얼마간의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그를 품고자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