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관계자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범영 지난해 11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를 마친 뒤 이범영이 구단 관계자와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

▲ 구단 관계자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범영 지난해 11월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를 마친 뒤 이범영이 구단 관계자와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 ⓒ 이상민


0대 0 무승부. 결과만 살펴봤을 때는 재미없는 경기였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러나 양 팀 모두 공격적인 경기 운영 속에 수문장이 나란히 완벽에 가까운 선방쇼를 펼치며 단 한 골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아 발생한 스코어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부산과 울산의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경기 이야기이다.

두 팀의 최근 맞대결은 지난해 11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던 울산은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울산이 하피냐의 선제골에 힘입어 전반을 1-0 리드를 지킨 채 마쳤다.

하지만 후반전 부산의 대반격이 이어졌다. 후반 막판 이원영과 파그너의 연속골로 2-1로 경기를 끝내 뒤집었다. 충격패를 기록한 울산은 포항과의 리그 최종전에서 0-1 패배를 기록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울산으로서는 지난해 우승 일보 직전까지 갔던 자신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렸던 부산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주중에 열렸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구이저우와의 원정경기에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채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이날 복수전을 위해 울산은 김신욱, 하피냐, 한상운, 이용 등 당시의 아픔을 품은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반면, 부산의 윤성효 감독은 대수롭지 않게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라운드 수원과의 원정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도, 막판 정대세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0-1 패배를 기록하여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을 것인데다가, 상대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이었기에 흔들릴 법 했지만 윤 감독은 전혀 흔들리는 않았다.

탄탄한 전력 구성을 자랑하는 울산이 예상대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이어갔다. 최근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는 김신욱이 선봉장에 나섰다. 제공권과 발기술을 두루 지닌 김신욱은 부산의 골네트를 흔들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그러나 홈팀 부산 역시 만만치 않았다. 김신욱을 막기 위해 '대항마' 이원영이 나섰다. 이원영은 안정된 수비로 울산의 화력을 잠재웠다. 또 측면의 임상협과 한지호 그리고 최전방 양동현까지 빠른 역습으로 맞불을 놓았다.

무엇보다 빛난 선수는 양 팀 수문장을 맡고 있는 이범영(부산)과 김승규(울산)였다. 과거 청소년 대표부터 시작하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 그리고 지금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골키퍼는 이날 안정된 모습 속 명품 선방쇼를 펼치며 자신들이 왜 국가대표 골키퍼인지 마음껏 기량을 선보였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나온 한지호의 슈팅을 막아내고, 전반 막바지 임상협의 기습적인 한 방을 막아내는 등 국가대표 수문장의 면모를 보인 김승규도 훌륭했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울산의 슈팅을 온 몸을 던지며 막아낸 이범영이 조금 더 돋보인 경기였다.

전반 한상운과의 일대 일 위기를 넘기는 등 안정적인 운영을 펼쳤던 이범영의 진가는 후반전에 나왔다. 후반 7분 고창현의 침투 패스를 받은 한상운의 왼발 슈팅을 침착하게 막아낸 이범영은 후반 19분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이어받은 김신욱이 가슴 트래핑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한 것을 어깨로 막아냈다. 또 후반 32분에는 후방에서 연결된 로빙 패스를 받아 날린 김용태의 회심의 한 방마저도 막아냈다.

결국, 시작부터 끝까지 수문장의 선방쇼가 이어졌던 부산과 울산의 맞대결은 양 팀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이날 경기 MOM(최우수선수)에는 이범영이 선정되었다. 한편,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 1패)에 빠진 부산은 2승 2무 2패(승점 8점)를 기록하며 리그 7위에 자리했고, 울산은 4승 1무 1패(승점 13점)의 성적으로 전북을 제치고 리그 선두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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