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포스터

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이하 <윈터 솔져>)는 마블사에서 탄생시킨 영웅들 중 한 명인 캡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의 활약을 담은 그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3년 전 개봉했던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다. 아마도 캡틴 아메리카가 국내 관객들에겐 아직 생경한 영웅이었던 탓에 부제가 메인타이틀로 걸린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퍼스트 어벤져>의 국내 관객 수는 51만 명에 불과했다. 히어로물 영화 치고는 무척이나 초라한 성적이었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된 탓이기도 했지만, 작품 자체에 관객을 끌만한 흥미로운 요소들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다. <퍼스트 어벤져>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주인공이 캡틴 아메리카였다는 것을 <어벤져스>가 개봉된 후에야 알게 됐을지도 모른다.  

26일 개봉한 <윈터 솔져>를 보자. 첫 날 관객 수가 무려 16만 명을 넘어섰다.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던 <노아>를 가볍게 제쳤고, 현재 50%를 넘는 예매율로 힘찬 출발을 과시하고 있다. 전편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흥행기록이다. <어벤져스>에서의 등장으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캡틴 아메리카의 인기가 이제야 제대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탄탄한 짜임새나 액션의 강도, 스릴러 장르를 접목시킨 흥미로운 스토리를 놓고 봤을 때, <윈터 솔져>는 전편보다 확실히 우월하다. <어벤져스> 덕분에 시골 출신 무명 가수가 수 천 만의 팬을 거느리는 슈퍼스타가 된 셈이긴 하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주된 요인은 아무래도 전편과는 다른 작품의 완성도일 것이다.

'몸짱' 군인의 맨주먹 리얼 액션, 오히려 역동적

 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의 한 장면.

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캡틴 아메리카는 아이언맨이나 토르에 비해서 초인류적 강인함이나 영웅적 신비감이 덜 하다. 스티브 로저스는 초인이기는 하나 맨몸, 맨주먹에 무기라고는 총알받이로 사용되는 둥그런 방패뿐이다. 아이언맨처럼 최신 무기를 장착한 멋진 수트가 갖춰진 것도 아니고, 토르처럼 괴력을 지닌 망치를 들고 망토 하나로 우주를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는 거부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며, 신은 더더욱 아닌 그저 '몸짱' 군인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하늘을 배경으로 현란하게 펼쳐지는 공중전은 기대할 수 없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CG의 화려한 영상미로 눈을 현혹시키지도 않는다. 대신 상당 부분을 리얼 액션으로 커버하는데, 그 장면들이 오히려 다른 히어로 액션물보다 강렬하고 역동적이다. 맨몸으로도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영상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맨몸 격투가 보여주는 한계를 두 명의 조력자로 채우는 영특함을 보이기도 한다. 섹시함을 잃지 않으면서 웬만한 전사보다 뛰어난 전투 스킬을 지닌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 스틸로 된 독수리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며 서커스에 가까운 아찔한 공중전을 담당한 팔콘(안소니 마키 분)은 때로는 캡틴보다 훨씬 매력적인 면모를 과시하며 액션의 강도에 수위를 높였다.

<캡틴 아메리카>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퍼스트 어벤져>의 흥행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3년 동안 캡틴 아메리카의 존재감이 급부상했다는 뜻이며, 이번 작품에 심혈을 기울인 마블사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또한 관객을 감아 올린 그들의 영특한 거미줄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을 거두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블사를 아버지로 둔 영웅들은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1인자 아이언맨과 2인자 캡틴 아메리카를 들 수 있다. 토르와 헐크, 호크 아이와 블랙 위도우도 있다. 이들은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한 데 모였었다. 그 외에도 <판타스틱 4>에 등장하는 네 명의 영웅들, 영화 <데어데블>이나 <일렉트라>의 주인공들도 마블사 소속이다.

마블사는 제 자식들을 한 곳으로 모아 팀플레이를 진행시키는 것에도 능했다. 각각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내놓다가 이들을 총출동시키는 매머드급 작품, <어벤져스>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는 마블사 각각의 캐릭터들에 생기를 불어 넣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그 후에 개별적인 활동을 담은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가 그러한 경우다. 이 작품은 스티브 로저스와 같이 나라를 구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들 중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가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어벤져스> 이후로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고, 토니 스타크의 이야기도 <캡틴 아메리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마치 영웅들끼리 손을 잡고 거미줄을 한 줄 두 줄 쳐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동여매고 있는 듯하다.

<캡틴 아메리카>는 단순히 전편을 능가한 속편이라는 평가로만 그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마블사의 다른 영웅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기억 속에 새겨 넣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캐릭터들의 영향력이 곁가지로 뻗어 나가는 시발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관객들이 아니라 마블사 입장에서 봤을 때, 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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