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스페셜-곡비>의 연심(김유정 분).
KBS
2013년 10월 <마귀-파발을 달리다>를 통해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소식을 전하던 파발꾼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길어올린 바 있던 KBS 2TV <드라마 스페셜>이 이번에는 죽은 자를 위해 소리 내어 울 수 없는 양반을 대신해 울어주던 노비 곡비(哭婢)를 내세운다.
곡비 단금(황미선 분)의 딸 연심(김유정 분)은 남을 위해 평생 울며 살아야 하는, 그래서 정작 자신의 피붙이가 죽어 진짜 울어야 할 때는 눈물이 말라붙어 나오지도 않는 곡비의 삶을 거부한다. 하지만 어미 단금은 그나마 그거라도 하면 연심이 평생 밥을 굶지는 않겠다는 신념 하나로 연심에게 곡비를 강요한다.
딸린 자식 때문에 곡비 일을 마다하지 않는 어미가 싫은 연심은 울음을 파느니, 차라리 웃음을 파는 기생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노비의 신분인 곡비는 기생에게조차 내쳐지는 미천한 신분일 뿐이다.
하지만 거짓 울음을 울며 살고 싶지 않다는 연심은 몇날 며칠을 기생집 청루각 앞에서 버티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실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루각 수기생 도화(임지은 분)의 아들인 양반 서출 윤수(서준영 분)와 조우하게 된다.
신분사회, 곡비의 삶 거부한 소녀가 주는 감동 <드라마 스페셜-곡비>의 얼개는 명징하다. 조선 시대 양반 중심의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자기 존재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조선이라는 계급 사회가 규정하는 대로만 살아야 하는, 그로 인해 슬픔이 배태된 존재들을 조우시킨다. 울고 싶지 않지만 울어야 사는 곡비, 웃고 싶지 않지만 웃어야 사는 기생, 그리고 양반이라지만 어미를 기생으로 두는 바람에 그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는 서출들이 <곡비>를 통해 얽혀들게 된다.
차라리 웃음을 팔겠다는 연심은 수기생 도화와 윤수의 악연을 알게 되며 웃음을 팔고 살아야 하는 기생의 고달픈 삶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았던 그녀는 아파서 곡비를 할 수 없는 어미 때문에 윤수의 집으로 끌려와 곡비를 강요당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죽은 형 대신에 이제는 상주로 나설 수 있는 윤수와 마주치게 되고. 이제야 비로소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주게 되었다며 곡비를 부탁하는 윤수에게 연심은 당신이 바라던 것이 겨우 양반이었냐며 조소한다. 하지만 결국 연심은 윤수 형의 영전 앞에서 울음을 토한다. 뱃속의 자기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곡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던 어미의 사연을 듣고, 그 누구보다 처절하게 울음을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