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관객모독>에 출연하는 배우 기주봉.
이다엔터테인먼트
1977년에 태동한 연극 <관객모독>은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며 '장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극이 다루는 언어와 만들어지던 시기 사이에는 불균형이 있다. 유신의 시퍼런 칼날이 살아 있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반민주주의자' '윗대가리들이' 같은 대사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관객모독>은 1977년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날 뻔했지만, 이를 반대했던 이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기주봉은 극의 언어성을 다져서 계속 공연하자고 극단을 설득한 배우다. 그의 설득 덕에 <관객모독>은 37년이라는 롱런을 기록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단명할 뻔한 공연에 심폐소생을 한 일등공신인 기주봉을 지난 25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 <관객모독>은 한 두 해도 아니고 37년 동안이나 롱런하고 있다."씹어도 씹어도 맛이 나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관객모독>은 어느 시대에나 들어맞는 작품이다. 대본이 논문처럼 씌여졌다. 한글이 갖는 다양성, 이를테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같은 끊어 읽기, 외국어 등 언어에 대한 모든 부분을 시대에 맞게 조합했다. '우리 언어가 이렇게도 변화할 수 있구나' 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언어유희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전달될 수 있는 작품이다."
- 때로는 관객에게 욕도 하고 물도 퍼부어야 한다."십 년 전에 공연할 때와 지금은 배우의 연륜이 다르다. 관객에게 욕을 하는 연기도 순화되었다고나 할까. 관객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욕이 아니다. 그대로 욕을 하면 관객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에 리듬을 타는 게 중요하다. 배우의 욕이 소통이 되어야 한다. 욕도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 '소통하는 욕'을 듣는 관객은 기분 나쁜 듯하면서도 신선한 기분으로 욕을 들을 수가 있다. 그럼에도 공연하는 열정만큼은 변함없다."
- 인상적인 관객이 있을 법한데."어떤 남녀 관객이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손가락질을 하며 관람했다. 배우와 공감하면서도 손가락으로 배우와 함께 욕을 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에게 받은 욕 때문에 분을 참지 못하고 객석에서 일어나 한바탕 욕을 하면서 자기 스트레스를 모두 푸는 관객도 있었다. 관객도 공연을 보면서 자신들도 배우에게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한 나라를 알려면, 그 나라의 배우를 보면 된다는 자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