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서울특집의 한 장면.

<1박2일> 서울특집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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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특집'은 <1박2일> 유호진 PD의 변화 의지를 감지하게 해주는 도전의 변곡점이라 할 만했다. 시즌3를 맞아 김주혁, 김준호 등 새로운 멤버들이 안착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지향하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었다고 할까.

사실 설 연휴로 텅 빈 듯 보이는 서울 시내 곳곳을 멤버들이 둘러보는 기획은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특히 개인전을 방불케 하듯 제과점으로, 오래된 다리로, 전통 있는 찻집으로 뛰어다닐 때만 해도 지루하기까지 했다.

중간 미션의 종착지는 4대가 모여 사는 가족이었고, 세배하고 점심을 얻어먹는 화면은 분명 설이라는 명절의 빤한 의미를 찾아가는 빤한 기획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둘씩 짝을 지은 채 고궁으로, 남산으로 흩어져 주제별 사진을 찍어오란 미션도 흥이 빠지긴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그 사진들이 마법을 부렸다. 제작진이 미리 공수해온 김주혁, 차태현, 김종민의 과거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유년시절 사진이 함께 비춰지는 순간 서울이라는 공간을 과거와 현재의 시간으로 엮어 내려는 유호진 PD의 의도가 확연히 부각된 것이다.

더욱이 이제는 3040 세대가 된 출연자들이 아버지의 청춘을 사진으로 마주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찡한 감정을 전달해 주기에 충분했다. 까나리 액젓에 집착하고, 복불복에 목숨을 걸며, 야생을 강조하던 <1박2일> 시즌3가 맞나 싶을 만큼.

유인나, 허참, 두 명의 이슬기, 노동하는 배달원들과 함께하는 기지와 순발력

 <1박2일>에 출연한 <가족오락관>의 진행자 허참.

<1박2일>에 출연한 <가족오락관>의 진행자 허참. ⓒ KBS


이어진 16일 방송은 여의도 KBS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에서의 이모저모로 꾸려졌다. 야생을 버린 대신 제작진의 근거지에서 가장 잘할 수 있고, 시청자도 친숙한 그림에서 재미를 찾으려 한 것이다.

그리하여 마련된 <가족오락관>의 부활은 묘한 기시감과 함께 촌스러운 듯 신선한 재미를 전했다. 명언을 말하는 게임에서 "니가 가라, 하와이"라는 영화 <친구>의 명대사를 읊는 정준영과 이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멤버들의 재치는 분명 '오늘의 명장면'이었다. 요즘 화제인 이슬기 작가와 동명이인인 이슬기 아나운서를 섭외하는 센스와 함께.

허참과의 만남과 함께 <가족오락관>이 과거였다면 정준영과 차태현이 급습한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 현장은 제작진과 출연자이 빚어낸 순발력의 향연이었다. 명절에 어울리는 차태현의 '이차선 다리'와 유인나도 팬으로 만든 데프콘 버전 '달의 몰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DJ 유인나의 당황한 모습과 뒤이은 발 빠른 적응력을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잠자리 복불복을 위해 한밤에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설정도 야심 찼다. 명절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노동하는 배달원을 화면에 담아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 비록 밀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배달원들의 사정으로 제대로 이뤄지진 못했지만 그 의도만큼은 충분히 높게 사줄 만했다. 누구의 주문이 일찍 도착하느냐를 두고 한 복불복에 재미와 의미를 같이 담을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유호진 PD가 새로이 만들어가는 '스승' 나영석 PD의 영광들    

 <1박2일> 서울특집에서 민낯을 공개한 DJ 유인나.

<1박2일> 서울특집에서 민낯을 공개한 DJ 유인나. ⓒ KBS


시즌3 이후 3개월여, <1박2일>이 완연히 안착하고 있다. '야생'을 거듭 강조하며 게임에 치중하던 시즌 초반도 시즌2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청률을 끌어올린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이번 '서울특집'은 여행 버라이어티가 근간으로 삼는 '공간성'에 유호진 PD만의 시간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게 했다. 

멤버들의 빠른 안착도 안정을 더하는 주요 요인이다. 시즌2부터 기둥으로 자리를 잡은 차태현을 중심으로 '허당' 캐릭터를 잡은 김주혁, <남자의 자격>에서 지적받았던 콩트에의 강박을 벗어버린 '연예대상' 김준호, <무한도전>에서 닦아온 감각을 경쟁 프로그램에서 펼쳐내고 있는 데프콘, 얄미운 4차원 막내 정준영, 원년멤버 김종민 등은 제 역할을 분명 다하고 있다.

현재 <1박2일>의 경쟁상대는 아이들과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관찰 예능의 1인자 자리를 굳힌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형제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까지)와 심사위원 유희열로 화제몰이에 성공한 SBS < K팝스타3 >와의 경쟁에서 <1박2일>이 기존의 '야생'과 '복불복'만으론 버거워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유호진 PD가 선전하는 길은 '스승' 나영석 PD가 보여준 감각과 편집, 휴머니티를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리라. 이번 '서울특집'은 그 단초를 보여줬다. 동 시간대 시청률 2위라는 성적표와 상관없이 말이다.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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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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