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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삼봉이발소>의 주인공들

연극 <삼봉이발소>의 주인공들 ⓒ JH 컴퍼니


연극 '삼봉이발소'는 제목만 보면 희끄무레한 머리를 하신 나이 든 이발사가 시골 어디선가 동네주민들의 이발을 해 주며 일상을 곁눈질 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다룰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삼봉이발소에는 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무대를 압도하는 커다란 가위가 벽에 걸려 있고, 말하는 신기한 고양이와 항상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한쪽 눈을 가린 채 이발을 하는 꽃미남 이발사 '삼봉'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소재는 이미 많이 다루어진 외모지상주의지만, 이를 다루는 솜씨가 남다르다. 외모지상주의를 어둡지 않게 꼬집어 내기 위해 '외모 바이러스'가 있다는 설정을 등장시킨다. '외모 바이러스'란 외모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자괴감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가 발작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고등학생인 장미는 못생겨서 늘 예쁜 짝과 비교당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면서도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외모 바이러스에 걸릴까봐 노심초사다.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외모 바이러스를 단숨에 치료하는 이발사 삼봉이를 찾고, 그 비법을 배우고자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학원 로맨스물을 떠올릴 정도로 밋밋할 것 같지만 꽃미남 삼봉이 이발사가 되어 외모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기로 마음 먹기까지의 사연에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러한 미스터리 덕분에 극은 후반을 넘어가면서 흥미진진하다.

 연극 <삼봉이발소> 속 등장인물

연극 <삼봉이발소> 속 등장인물 ⓒ JH 컴퍼니


게다가 반전을 거듭 보여 주는 꽃미녀 수진, 구수한 입담에 절로 깔깔거리게 하는 친구 희진까지 '한 매력'하는 장미 친구들의 이야기가 곁가지로 뻗어나가며 이야기는 좀 더 풍성해진다.

특히 수진의 캐릭터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다. 수진은 장미의 열등감을 끌어낼 정도로 예쁘지만, 허당끼가 다분하다. 항상 영어책을 손에 쥐고 다니며 읽는데도 여전히 물을 뜻하는 단어가 '워터'(water)가 아닌 '셀프'(self)라 생각하고, 밤에 하는 인사인 '굿 나잇'(good night)을 '좋은 아침'으로 해석하는 등 공부는 영 적성이 아닌 듯 보인다.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해맑아 보이는 그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다는 점이 후반부에 드러나며, 수진의 캐릭터는 보다 입체적이 됐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의 이면에 있는 아픔을 꿰뚫어 보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이발사 삼봉의 치료 비법은 다름아닌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다. 남들에게 좀 더 잘보이기 위해 자신의 성격을 꼭꼭 숨기고 남들이 좋아할 만한 행동이나 말로 자신을 꾸며대거나, 외모에만 집착해 자신의 매력적인 내면을 봐주지 않는 것을 콕 집어내는 삼봉은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건 비단 외모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들에게만 필요한 비책은 아닐 성싶다. 오히려 자신감이 없어 하루에도 몇 번씩 전전긍긍하고, 자신을 탓하며 어깨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해당되는 조언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daum.net/journal02, http://blog.naver.com/journal02)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삼봉이발소 하일권 웹툰 연극 말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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