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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 의혹을 안은 채 목숨을 끊은 장자연 사건 이후 얼마 안 있어 '제 2의 장자연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2007년과 2008년 강원도 원주시 별장에서 한 건설업자가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다.

12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이대로 끝낼 수 없다' 편은 당시 피해 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다큐멘터리를 전개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접대가 일회성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강요당했으며 동영상 촬영까지 이뤄졌음에도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김학의 전 차관은 동영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감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피해 여성의 신상은 적나라하게 동영상에 담겨있지만 여성에게 성접대를 받은 이는 법의 처벌을 받지 않은 이상한 판례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성접대를 받은 인물이 김 전 차관이 아니었다면 동영상 속 남성을 검찰이 끝까지 추적해서 법의 심판을 받게끔 했어야 했건만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사매거진 2580 ‘이대로 끝낼 수 없다’

▲ 시사매거진 2580 ‘이대로 끝낼 수 없다’ ⓒ MBC


<시사매거진 2580> 취재진은 피해자의 진술만 담지 않고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어떻게 했는지 비교한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과 검찰이 피해자의 진술을 다루는 방식이 달랐다. 우선 경찰은 피해자가 왜 성접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았는가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에게 경제적인 목적을 갖고 자발적으로 별장을 따라온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조사한 반면, 검찰은 마치 피해자에게 경제적 이득이나 챙기려고 하는 성매매녀의 시선으로 조사했음을 알게 만드는 대목이다.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만드는 조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별장 성접대의 장본인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에 대해서는 공정한 법의 심판이 이뤄지고 있었을까. 윤중천 역시 보석으로 풀려남으로, 장자연 사건처럼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이상한 상황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피해자는 동영상 속 인물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에 불복하고 국민신문고에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탄원했다. 이에 검찰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번에 재수사가 착수되면 국민을 납득시킬 만큼의 수사 결과가 공개될 수 있을까.

시사매거진 2580 ‘아동 성매매 원정대’

▲ 시사매거진 2580 ‘아동 성매매 원정대’ ⓒ MBC


이날 <시사매거진 2580>은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외에도 '아동 성매매 원정대'를 통해 일부 우리나라 남성이 해외에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뻘 되는 여학생과 성매매를 하는 추악함을 고발하기도 했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네팔에서도 미성년자 성매매가 자행된다고 하니 일본 남성에게만 '섹스 애니멀'이라고 조롱하기에는 우리의 자화상이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와 '아동 성매매 원정대'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성 상품이 된 동영상 속 피해 여성과 우리나라 남성에게 성을 제공한 외국인 미성년자에게 남은 건 억울함이었다. 미성년자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거나 한국 남자 관광객의 폭행을 감내해야 했다. 외국에서 미성년자 성매매를 한 추악한 한국 관광객과 동영상 속 주인공인 가해자에게게는 공정한 법 집행이란 없었다.

누가 이 여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겠는가. 이날 방송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공정한 법 집행이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한가를 <시사매거진 2580>은 시청자에게 되묻고 있었다.

시사매거진 2580 김학의 윤중천 필리핀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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