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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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시간여행이 소재로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숙한 것, 혹은 되돌리고 싶은 걸 완벽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게 시간여행의 매력 아니던가.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유명한 제작사 워킹타이틀도 신작 <어바웃 타임>으로 시간여행에 눈을 돌렸다. 소재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단순히 '필 꽂히는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들기 프로젝트'인가 싶은 오해를 살 법하다.

과거에 어리바리한 행동으로 미래의 애인을 놓쳤다면, 시간을 되돌려 킹카 행세로 찌질한 행적을 세탁할 수 있다. 팀(돔놀 글리슨 분)은 축복 받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나이다. 어두컴컴한 장소에 들어가서 두 주먹만 움켜쥐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팀의 가문의 남자라면 대대손손 물려받을 수 있어서다.

만일 팀이 '여자 만들기'에 충실한 남자였다면, 아마 샤롯(마고 로비 분)처럼 매력적인 아가씨를 애인으로 만들기 위해 몇 번이고 시간여행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팀은 금발의 미인을 애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간여행을 단 한 번밖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설사 그 결과가 샤롯의 거절이었다 하더라도 팀은 샤롯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리진 않는다.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팀은 런던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한다.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팀은 런던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메리에게 첫눈에 반한다. ⓒ UPI 코리아


팀이 시간을 몇 번이고 되돌리는 시점은 사랑하는 여자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와의 첫날밤이라는 걸 명심하라.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몇 번이고 시간여행을 반복하지만, 인연이 되지 않는 여자에게는 시간여행을 남발하지 않는다.

또 하나, 메리를 내 여자로 만드는 데 성공한 팀이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팀은 샤론과 얼마든지 잘 될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팀은 샤론과 잘 되는 길은 포기한 채 메리에게 최선을 다한다. 이는 <어바웃 타임>이 시도하는 시간여행이 내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작업하는 용도로 그릇 활용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걸 시사한다.

이 영화에서 시간여행은 만능이 아니다. 옛 그리스에 여신이 출몰하고 다닐 때 여신에게 작업을 걸지도 못할뿐더러 과거에서 살짝 행보를 잘못 틀기만 해도 '나비효과' 마냥 현재가 뒤틀린다. 가족이 불상사를 당해도 되돌리지 못하는 시간여행을 도대체 어떤 짝에 쓰겠는가.

 팀은 시간여행을 통해 꿈에 그리던 메리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내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 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한다.

팀은 시간여행을 통해 꿈에 그리던 메리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내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 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한다. ⓒ UPI 코리아


<어바웃 타임>은 잘못된 과거를 고치는 '보수'용 시간여행이 아니라 지금 현재가 얼마만큼 소중한가를 보여준다. 시간을 되돌려도 고치지 못하는 과거가 있는 만큼, 현재를 충실하게 쌓아간다면 시간여행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될 미래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거나 담보로 잡는 태도를 로맨틱 코미디의 활용법으로 유쾌하게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바웃 타임>은 워킹타이틀의 사랑스러운 대표작 <러브 액츄얼리>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한다. 마치 <러브 액츄얼리> 속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 분)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사랑한다는 말 대신 글씨로 표현했던 것처럼, 아버지의 친구가 기획한 연극 속 배우가 대사를 잊었을 때 팀은 대사를 써 넣은 컨닝페이퍼를 배우에게 넘겨줌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러브 액츄얼리>가 절로 떠오르는 사랑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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