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롤러코스터>에서 한류스타 마준규 역의 배우 정경호가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한류스타 마준규 역의 배우 정경호가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말년휴가를 나온 정경호에게 하정우는 "다음 작품 정해진 거 있어? 잠깐 기다려봐"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널 위해 썼다"면서 시나리오를 건넸다. 정경호는 오래 보면서 알고 지낸 대학 선배 하정우에게 "군대 갔다 와서 작품 꼭 같이 하자"고 말했었다고. 깔깔거리며 대본을 읽은 정경호는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 영화가 바로 하정우 감독의 데뷔작 <롤러코스터>였다.

"<무정도시>보다 <롤러코스터>를 먼저 촬영했다. 전역 후 복귀작인데다 4년 만에 하는 영화였다. (하)정우 형이 배우로는 인정받았지만 감독으로는 신인이다. 나는 그게 좋았다.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2년 동안 너무나도 카메라 앞에 서고 싶었고, 연기하고 싶었다. 정우 형이라면 나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형도 첫 연출이라 욕심과 열정이 엄청났다. 나와는 시너지 효과가 났다."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한류스타 마준규 역의 배우 정경호가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경호는 <롤러코스터>에서 한류스타 마준규 역을 맡았다. 마준규는 영화 <육두문자맨>으로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는 인물이다. 정경호는 "촬영하는 동안 마음껏 욕했다"고 말했다. ⓒ 이정민


7년 전, 하정우와의 대화가 현실로..."실망감 주고 싶지 않았다"

<롤러코스터>에 출연한 주요 배우들은 촬영에 앞서 3개월 동안 호흡을 맞췄다. 오전 7시에 모여 오후 1시까지 연습하곤 했다.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이 자칫 지루함을 줄까 봐 쉴 새 없이 대화했다. 연습의 결과는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 속 대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정경호는 "연습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면서 "3개월 동안 함께 준비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모든 배우가 친했다. 중앙대학교 출신도 많았고. 마치 10년 전, 대학교 1학년 때 공연을 올리는 심정이었다. 열의 있게 연습하는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속에서 굉장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캐릭터가 극대화됐다. 서로를 잘 아는데다 앞서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큰 감정의 변화 없이 촬영에 몰입할 수 있었다. 촬영장에서는 웃기 바빴고 즐겁기 바빴다."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한류스타 마준규 역의 배우 정경호가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경호는 동갑내기 배우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31살 배우가 많지 않아서 각자는 되게 친한데, 다함께 만난 적은 없다"면서 "조만간 이들과의 모임을 만들어야 겠다"고 말했다. ⓒ 이정민


7년 전, 각기 다른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정경호와 하정우는 술을 마시며 "우리끼리 영화 만들어서 (부산에 같이) 오면 진짜 재밌겠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는 7년 후, 현실이 되었다. 정경호에게 하정우는 "가장 친한 형이자 좋아하는 형, 오래된 형, 동네 형, 그리고 존경하는 선배"다. 그런 그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싶지는 않았다고. 정경호는 "그래서 긴장감을 느끼고 더 잘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아버지 정을영 PD "너도 노력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구나"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롤러코스터>를 본 관객들은 '병맛스럽다'는 평을 남겼다.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인 '병맛'은 이 맥락에서 'B급 정서를 담고 있다'는 의미로 쓰였다. 처음 이 말을 접하고 뜻을 몰라 당황했다는 정경호는 "'돌싱녀(이혼 후 싱글로 돌아온 여성을 일컫는 말)'의 뜻도 한 달 전에 처음 알았다"면서 "'병맛'이라는 게 '독특하고 다르다'는 뜻 아니냐. 어쨌든 우리가 노린 것"이라고 했다.

"극 중 한류스타인 마준규라는 인물에 공감하기보다는 재밌었다. 10년 동안 연기생활을 하면서 주위를 돌아보면 선후배들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연예인 병이라고 해야 하나. 영혼이 없는 팬서비스를 하는 걸 보면서 '쑥스럽겠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런 것을 꼬집어서 마준규로 표현했는데 재밌었다. 가장 중요한 건 욕이다. 4개월 동안 남녀노소 구분 없이 여기저기서 욕을 해도 괜찮았다."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한류스타 마준규 역의 배우 정경호가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경호는 "신병교육대에 있는 동안 자아성찰은 모두 끝나더라"면서 "그 다음부터는 5분에 2번 꼴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 이정민


정경호는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코믹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상황이 코미디일 뿐, 연기는 정극이었다고. 의상이나 헤어 스타일은 실제 한류스타들을 참고했다. 머리카락을 주황색, 핑크색, 빨간색으로 물들였다가 반응이 좋았던 초록색을 택했고, 누군가 입혀준 옷의 느낌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영화를 본 그의 어머니는 "네가 그렇게 욕 잘하는 줄 몰랐다"고 했고, 유난히 엄격했던 아버지 정을영 PD는 "너도 노력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구나"라고 뿌듯해했다는 후문이다.

"한류스타 마준규와 떠나는 90분의 비행, 즐길 준비 됐나요?" 

감독 하정우는 현장에서 정경호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자칫 당황할까 봐 앞뒤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곤 했다고. 정경호는 "(하정우와) 다음 작품을 또 하게 된다면 편할 것 같다"면서 "내가 잘하는 부분과 내게 부족한 부분을 다 알기에 더 수월할 것 같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군대에 있던 2년 동안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수백만 번 상상했던 정경호는 <롤러코스터>를 찍고 아쉬움보다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초에 '주변 사람을 사랑하자' '내 연령대에 가장 연기 잘하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주변 사람은 더 잘 챙겼다. 여행도 자주 갔고, 더욱 돈독해졌다. 또래 배우들보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느냐고? 잘하겠다는 마음가짐은 항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역량을 키울 나이 아닌가. 어떤 역을 해도 정경호가 보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른 캐릭터를 통해 다양성을 늘리고 싶다."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한류스타 마준규 역의 배우 정경호가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실제 성격을 묻자 정경호는 "웃기고 유쾌하다. 다른 사람들은 엉뚱하다고도 하더라"면서 "하정우 형은 내게 '핑크 마초'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 전했다. ⓒ 이정민


<롤러코스터> 속 '육두문자맨' 마준규는 비행기가 추락할 상황이 되자 개과천선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변하지 않는다. <롤러코스터>를 두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라고 소개한 정경호는 마지막으로 "'무슨 이야기 하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마준규와 함께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하고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즐겼으면 좋겠다. 웃기려고 만든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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