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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싱9>의 첫 생방송이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됐다.

<댄싱9>의 첫 생방송이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됐다. ⓒ Mnet


이토록 생방송 방청을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있던가? Mnet <슈퍼스타K>와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생방송 방청으로 그 묘미를 이미 알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Mnet <댄싱9>은 <슈퍼스타K>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일으킨 김용범 PD 사단과 국내 최정상 댄서들의 작품이다.

제작진의 축적된 경험, 열정적인 참가자들, 그리고 인기와 실력을 두루 갖춘 9명의 마스터까지. 분명 이론상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평균 2.0%(닐슨코리아)대의 시청률은 이전까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아직 <댄싱9>의 매력을 많은 사람이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댄싱9> 프로그램 자체에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일까? 자매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금요일 밤 순항하는 가운데 토요일 밤 <댄싱9>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 캔 댄스>(You Can Dance)보다 더 한 <댄싱9>

댄스 서바이벌의 원조는 아무래도 2005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유 캔 댄스>(You Can Dance)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아메리칸 베스트 댄스 크루>(American's Best Dance Crew)도 인기를 끌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스트릿 댄스 크루만 참여할 수 있어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댄싱9>과 같은 맥을 지닌 프로그램은 <유 캔 댄스>다.

하지만 오디션이라는 점만 같을 뿐 <댄싱9>은 <유 캔 댄스>보다 가혹하다. 더 치열한 경쟁을 위해 팀 시스템을 도입, '블루 아이'와 '레드 윙즈'로 나뉘어 승패를 가린 뒤 다시 패배팀 안에서 서바이벌 형식으로 탈락자를 선정한다. 경쟁 후 또 경쟁을 붙이는 식이다. 각 팀 드래프트 경쟁에서 살아남아도 생방송에서 상대편을 이기지 못하면 같은 팀 동료와 다시 맞붙어야 한다. 팀 구성원이 적을수록 미션 수행이나 무대 구성에 있어 불리하다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31일 토요일 <댄싱9> 첫 생방송이 전파를 탔다.

진행자는 '음 이탈', 마스터는 '병풍'…이건 아니잖아요!

 프리랜서 선언 이후 <댄싱9> 진행자로 첫 MC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오상진 아나운서

프리랜서 선언 이후 <댄싱9> 진행자로 첫 MC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오상진 아나운서 ⓒ Mnet


댄서들의 무대는 한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역동적이고 멋졌다. 그에 반해 방송은 그 모습을 온전히 다 전달하지 못했고 현장은 어수선했다. 리허설 때 카메라 동선을 확인했을 텐데도 카메라가 화면으로 난입하는가 하면, 진행자 오상진 아나운서의 '음 이탈' 진행, '버럭' 진행은 보는 사람이 다 민망했을 정도였다. 화면에 나오는 점수와 진행자가 말하는 점수가 다른가 하면, 경황이 없는 참가자들을 다그쳤다. 이는 앞으로 남은 네 번의 경연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게다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초청했다는 9인의 전문심사단은 이때까지 지적당해온 전문성은 무마시켰을지 몰라도 마스터들을 구경꾼으로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 물론 마지막 탈락자 결정을 하는 권한은 마스터들에게 있다. 하지만 지난 생방송에서 마스터들이 보여준 모습은 '연습실 시찰 온 선생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생방송에서 상대편 무대에 대해 평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의 전부였다. 그것도 점수에는 영향도 없는 '병 주고 약 주기' 식의 코멘트였기에 더욱 아쉬웠다. 예선 때 보여줬던 냉철하고 분석적인 모습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러다간 마스터들의 역할이 '<댄싱9> 광고 스타'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이제라도 VCR에서 마스터들이 팀원들을 코칭하고 그 과정에서 팀원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마스터 미션도 고려해볼 부분이다. 각 팀 마스터는 '병풍'으로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댄서들이다.

9의, 9에 의한, 9를 위한 <댄싱9>?

 사전 미션에서 이긴 팀의 마스터는 상대 팀의 대진표를 미리 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사전 미션에서 이긴 팀의 마스터는 상대 팀의 대진표를 미리 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 Mnet


무엇보다 <댄싱9>은 숫자 9의 딜레마에 빠졌다. 9인의 마스터, 각 팀 9인의 댄서까지는 좋다. 하지만 생방송부터 들어온 9인의 전문 심사위원과 사전 대결 승자팀에게 주는 9점은 <댄싱9>의 재미와 긴장감을 모두 앗아갔다.

첫 번째 생방송 승자는 블루 아이가 차지했다. 레드 윙즈와 점수 차이는 단 2.2점.(블루 461.2/레드 459) 사전 미션이었던 뮤직비디오 제작 대결이 생방송 승패를 결정지어 버렸다. 생방송 점수로만 본다면 레드가 6.8점 앞서 승리했을 대결이었다.

물론 사전 미션이 무의미하고 불공정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영향이 본 게임을 잡아먹을 정도로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사력을 다한 생방송 무대와 '개그, 섹시, 90년대 춤'이 뒤섞인 마트 MV 중 무엇이 승패를 결정해야 했을까. 생방송 유닛 대결에서 기량 차이가 최고로 많이 난 유닛이 4.5점, 적게 난 유닛이 0.7점 차로 승패가 갈렸다. 이런 점을 고려 할 때 9점은 실로 어마어마한 점수였다.

제작진은 두 팀의 기량 차이가 9점 이상은 충분히 날 것으로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숫자 9를 어떻게든 더 써보고 싶었던 걸까. <슈퍼스타K>는 사전 미션을 통해 다양한 혜택(가령 옷 협찬이나 가족과의 깜짝 만남, 스타와의 식사 등)을 줘 시청자에게는 볼거리를 선사하고 참가자들에게는 쉼을 선사한다. 이제 막 생방송을 시작한 <댄싱9>이 가장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 사전 미션임은 분명하다. <댄싱9>의 긴장감 회복은 이 부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어 9인의 전문 심사위원이 주는 점수는 시청자들에게 너무도 불친절하다. 점수를 산정할 때 최고점과 최저점은 제외하는데 최고점을 준 이유도, 최저점을 준 이유도 알 길이 없다. 시청자에게는 유닛 장르와 밀접한 심사위원의 평가와 나머지 심사위원 7명이 준 점수의 평균만 알려준다. <댄싱9>에는 자신이 속한 장르의 심사평을 잘하는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다른 장르 무대의 아름다움과 미흡함을 두루 볼 줄 아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현재 9인의 심사위원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얻지 못한 것뿐이다.

<댄싱9>, 토요일 밤 11시를 부탁해!

 지난 주 <댄싱9>에서 이루다, 이선태, 류진욱은 '끝사랑'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주 <댄싱9>에서 이루다, 이선태, 류진욱은 '끝사랑' 무대를 선보였다. ⓒ Mnet


한 주 내내 '유튜브'에 쓴 데이터 사용량만 해도 얼마던가. 이게 모두 <댄싱9> 때문이다.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나온 미션 무대들을 복습하는 데 든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다. 상황은 <슈퍼스타K> 시리즈의 열혈 팬인 지인 앞에서 '<댄싱9>이 훨씬 재미있다'는 위험한 발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댄싱9>을 '전도' 내지는 '문명 전파' 식으로 알린다.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

<댄싱9>을 보면 학부 시절에 '춤'을 두고 몸의 언어라고 말한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몸의 언어야말로 최후의 언어이며, 그 누구도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을 때 최후의 의사전달 수단이 되는 것이 춤'이라는 교수님의 말이 사실임을 <댄싱9>이 증명하고 있다.

생방송 첫 미션 주제였던 '메모리 매치'는 자신의 추억과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주안점을 맞췄고, 참가자들은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춤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루다의 이야기나 부모님의 사랑과 댄스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청각장애를 딛고 일어난 김홍인의 이야기는 과장 없이 솔직하다. 댄서이자 가장인 이준용이 두 아이와 아내를 위해 춤을 출 때는 결의와 열정이 함께 느껴진다. 이들의 춤이야말로 어떤 말로도 대변할 수 없는 '최고의 언어'다.

마스터들도 각종 매체 인터뷰와 출연 프로그램들을 통해 <댄싱9>을 향한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제작진 역시 <댄싱9 에디션>이라는 서브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생방송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들 덕분이다. 앞서 언급한 몇몇 미흡한 점을 보완하기만 한다면 단언컨대 시청률 흥행 이전에, 댄스 대중화에 한 몫 하는 효자 프로그램으로 남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신의 오늘(7일) 밤 11시, <댄싱9>에게 맡겨보는 건 어떨는지?

댄싱9 오상진 이루다 김용범 슈퍼스타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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