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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연기 톤이 달라진 배우를 손꼽으라 하면 이하나를 손꼽을 수 있다. <완득이> 이전만 하더라도 비련의 여인 역을 맡거나 우울한 톤의 연기를 선보이던 그녀가 어느 새부터인가 통통 튀는 밝은 색의 연기 톤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안개가 잔뜩 낀 것만 같은 우울한 연기 톤이 화창한 봄날의 연기 톤으로 180도 바뀐 걸까.

그동안 많이 맡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최근 일련의 작품들 가운데서 명랑한 배역을 소화하고 있는 이하나는 실제 인터뷰에 있어서도 새침데기 이미지와는 달리 학창 시절을 진솔하고도 가감 없이, 그리고 긴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딸이 연기하는 걸 시큰둥하게 생각하던 아버지도 이제는 딸의 연기를 응원한다 하니 이보다 기쁜 일이 있겠는가. <김종욱 찾기>에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그녀를 연기하는 배우 이하나를 대학로에서 만나보았다.

- 뮤지컬에 눈을 돌리고자 했다면 노래와 연기에 언제부터 관심이 많았는가.

"어릴 적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같은 악기 다루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다. 중학생 때 박화요비 같은 발라드 가수들의 노래에 흠뻑 빠져서 박화요비 노래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듣고 또 들었다. 중학생 때에는 오케스트라도 소화할 정도로 악기를 잘 다루었다. 하지만 가요에 심취하다 보니 손이 굳어 악기를 하나 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R&B 같은 대중음악에 너무나도 심취하다보니 부모님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예고로 진학했다. 어머니는 저를 이해해 주었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딸에 대한 서운함이 너무나도 심한 나머지 예고 3년 다니는 동안 아버지와 겸상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저 사이를 중재해 주셔서 어머니에게 너무나도 송구할 따름이다.

예고 다니면서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연기했다. 예고 재학 당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뮤지컬 안에 모두 있네'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재즈와 발레, 현대무용 등 배울 수 있는 모든 건 배우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열심히 한 덕에 대학입학도 정시가 아닌 수시로 입학하고 대학 재학 당시인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뮤지컬 오디션에 도전해 보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지킬 앤 하이드>와 <드림걸즈> 오디션을 보았다. 그런데 데뷔작은 <지킬 앤 하이드>가 아니라 <마이 페어 레이디>였다.

뮤지컬 활동을 하면서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원래는 유학 가기 전에 뮤지컬 오디션을 보는 것이었는데 뮤지컬에 합격해서 무대에 오르다보니 원래 계획했던 유학의 길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지킬 앤 하이드>와 <드림걸즈> 둘 다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날짜가 겹쳐 두 공연에 모두 출연하는 게 어려워 <드림걸즈>에만 출연하게 되었다.

<드림걸즈>는 원 캐스팅으로 이뤄진 공연이었다. 당시 뮤지컬 신인이었음에도 언더스터디(대역)를 맡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노래가 많고 춤도 많이 춰야 하는 공연인지라 당시 많은 연습을 소화한 것이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대에 서면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가 없어 무대에 오르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휴학해야만 했다. 무대와 학교를 오가다 보니 본의 아니게 휴학을 밥 먹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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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때 가요에 심취했다면 뮤지컬 배우가 아닌 가수의 꿈을 키웠어야 하지 않는가.

"뮤지컬 배우로서 성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노래를 듣는 것에 보다 많은 희열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다양하고 폭넓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정서적으로 윤택해지고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뮤지컬의 재미를 알게 된 건 학교 다닐 때였다. 춤을 추고 노래를 하라고 해서 춤추고 노래하는데,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한데 모아보니 뮤지컬이 되더라.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는 느낌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재미있고 즐겁다. 여기서 재미있다는 표현이 흔하게 쓰는 표현이라 희소성을 느끼지 못하는데, 정말로 재미있다고 느낀다는건 제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굉장한 자기 희열이 아닐 수 없다.

안무를 위해 다리를 찢고 피멍이 들어도 무대 위에서 느끼는 재미는 한꺼번에 이런 고통들을 넘어서서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재미를 맛보게 해준다. 제가 무대에 설 수 없는 그날까지 무대 위에 오르겠지만 무대 위에 오르는 순간만큼은 그 어느 재미와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무대가 주는 재미가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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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욱 찾기>의 여주인공과 본인이 닮은 면이 있는가.

"극중 여주인공이 저랑 닮은 면이 많다. 스물두 살에 여주인공은 인도로 여행을 떠나고 저 역시 똑같은 나이에 태국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여주인공은 운명을 찾으러 여자 혼자의 몸으로 인도 여행이라는 도전에 나섰다.

도전할 때 겪는 두려움이 컸을 텐데 여주인공의 이러한 부분이 저와 교집합이 되는 부분이 많다. 여주인공에게 사랑이 다가왔을 때 밀어내려 하는 부분 역시 저랑 닮았다. 남자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자신을 보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있잖은가.

제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고 해서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지만 자신으로 인해 사랑의 벽을 넘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심리가 저와 많이 닮았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게 반복할수록 심리적인 벽이 얇아지거나 무너져야 정상인데 여주인공은 스물두 살에 심리적인 벽이 생기고는 스물아홉 살이 될 때까지 벽을 허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