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이런 광고가 있었다. 젊은 남녀가 손을 잡고 골목길을 급하게 달린다. 틈틈이 시계를 봐 가며 쫓기듯 달려온 그들은 어느 집의 대문 앞에 멈추고, 가쁜 숨을 고른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시계를 보고 씩 웃는다. 여자친구의 통금시간에 늦지 않은 것.
"지킬 건 지켜야지!"'지킬 건 지킨다.' 시대를 불문하고, 이런 모습은 언제나 이상적인 청춘의 표본이 되어왔다. 즐길 줄 알지만, 정도를 지킬 줄 아는 건전함과 순수함은 바람직한 젊은이가 가져야 할 미덕이었다. 여기에 열정과 부지런함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단정하고 열정적으로 사는 청춘의 모습은 또래들에게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반대로 젊은이들이 자신을 표현할 때, '게으름' 이나 '무기력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로 치부된다.
젊은 시절에 열정적으로, 그리고 적당히 자제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가끔씩, 그 빈틈없는 '젊음'의 전형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이에게 게으를 자유는 없는 걸까. 이따금씩 답답함이 커질 때면, "젊은 놈이 왜 이렇게 게으르고 패기도 없어!"라는 기성세대의 흔한 질책에도 '게으른 건 성격이지, 그게 젊은 거랑 무슨 상관이야?'하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던 와중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영화를 만났다.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