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국동계체전에서 스피드 3관왕에 오른 김민석(평촌중). 그는 3월 쇼트트랙 종별종합 선수권 대회 준비를 위해 빙상장을 찾았다.
정호형
태릉 실내 빙상장에서 부지런히 형들을 쫓아가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월, 전국동계체전을 마지막으로 스피드의 모든 시즌 일정을 마치고, 잠시의 휴식도 없이 바로 쇼트트랙 훈련장으로 향했다. 이제 막 중학교 2학년이 된 김민석(평촌중)의 이야기다.
김민석은 이미 정상의 자리에 오른 선배이자 자신의 롤 모델인 이승훈(대한항공)의 초등부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우며 빙판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쇼트트랙을 병행해오며 더해진 능숙한 코너링으로 스피드 스케이팅의 국내 대회는 모두 휩쓸었다. 여기에 스케이트를 선택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을 만큼 운동이 재미있다고. 김민석은 노력하는 자와 즐기는 자의 습성을 모두 지닌 셈이다.
김민석은 올해 열린 세 차례 국내대회에서 물오른 실력을 뽐냈다. 1월 열린 회장배 대회에서 5000m를 7분05초82의 기록으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가뿐하게 우승한 것에 이어 뒤이어 열린 종별종합선수권에서는 4관왕에 올랐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도 그의 기량은 꺾일 줄 몰랐다. 가장 어린 나이로 출전한 중등부 3000m 경기에서 쟁쟁한 3학년 형들을 모두 누르고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5000m에서는 중등부의 정상자리는 물론, 고등부 형들의 기록도 넘어서며 관계자들을 주목시켰다.
한 달간 치러진 일정에서 출전종목 모두 상위권에 랭크되었음은 물론, 이 중 금메달만 8개를 목에 건 셈이다. 김민석의 놀라운 성장세에 빙판계에서는 그가 고등부와 겨뤄도 해볼 만 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김민석은 "대회를 치르면서 자신감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며 "기록과 등수 모두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라고 기분 좋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3학년 형들 중에는 나보다 뛰어난 형들도 많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쟁쟁한 형들을 물리친 비결은 무엇일까. 김민석은 주저 없이 말한다. "코치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그저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훈련한 덕분인 것 같다. 포기를 모르고 매사에 즐기는 운동스타일 또한 한몫 했다." 사실 지금의 승승장구는 김민석의 지독한 훈련량의 결과이다. 김민석은 스포츠 유치원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스케이트를 접했다. 처음에는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이렇다 할 성적도 나지 않았다. 재능을 발견한 코치 선생님의 권유로 선수생활을 시작하는 보통 선수들에 비해 김민석은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타고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 관리는 더욱 중요했다. 김민석은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던 8년 전부터 지금껏 쉬는 날 없이 하루 7~8시간의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 짜릿한 속도감에 반해 스스로 빙상계에 입문한 탓일까. 고된 일정에도 그는 늘 "지금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남들보다 잘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다독여왔다. 그리고 마침내 6학년이 되던 해, 선배들의 기록을 깨며 그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