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적자>의 손현주

드라마 <추적자>의 손현주 ⓒ 이정민


어떤 시상식이든 공정성을 가늠케 하는 것은 대상 혹은 그랑프리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국내외 영화제든 연기 혹은 연예대상이든 장르는 중요치 않다. 시상식의 권위는 스스로의 기준의 공정성과 균형감에서 나오기 마련이니까(공정과 균형은 이미 올 한 해 언론으로서의 방송사에 대한 지적에서 수차례 나온 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에 저러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이미 피곤하고 입 아픈 일이 되어버렸다. 특히나 연기대상의 경우 SBS의 출범 이후 그 경쟁이 더 해지면서 신인상과 각종 부문상을 신설하는 등 자사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도닥이고 챙기는데 급급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극히 각 방송사 입장에서만 본다면,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눈 감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난 30일 MBC <연기대상>이 <빛과 그림자> 안재욱을 외면하고 <마의> 조승우에게 대상을 수상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또 다른 차원으로 상승했다. 멀쩡하게 수상할 만한 배우를 놔두고 시청률 상승이 기대되는 주력 작품의 주연 배우에게 대상을 수여함으로서 연기대상 홍보 효과를 노린 노림수 말이다.     

자, 그래서 제안한다. 무규칙 이종시상식에 가까운 연말 연기대상을 앞둔 SBS와 KBS가 논란을 피해가는 방법이다. 올해와 같이 풍년이라면 가능한 '공동수상'이 그 해법 되겠다. 피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즐기라고 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 이정민


손현주냐, 장동건이냐? SBS야말로 공동수상이 필요할 때 

단도직입적으로, 손현주 아니면 장동건이다. 지난해 '뿌나'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와 같은 카드가 없다면,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공동수상이다.

<추적자>를 통해 중년연기자의 폭발적 연기력과 함께 시청률까지 잡은 손현주는 물론 대상으로 손색이 없는 배우다. <추적자>가 일으킨 반향을 SBS가 충분히 누리고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특히나 김희선․문근영 등 젊은 배우에게 대상을 안기며 파격을 즐겨왔던 SBS <연기대상>이었던 만큼 손현주와 같은 이 중견배우(게다가 그가 출연하며 시청률에 기여한 SBS 드라마가 몇 편이던가)에게 대상을 수여하는 일은 분명 '역시 SBS'란 찬사를 받기에 안성맞춤인 상황인 셈이다(안재욱을 홀대한 MBC와 비교해본다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동건의 공동수상이 가능한 것은 <신사의 품격>이 보여준 드라마의 효과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장동건의 출연이 SBS에게 안겨준 인지도 상승과 사회적인 반향, 신우철 PD, 김은숙 작가에 대한 변함없는 SBS와의 관계를 고려한다고 해도 <신사의 품격>의 대표선수 장동건의 대상 수상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SBS 연기대상> 관계자들이야말로 행복한 고민 앞에 목도한 상황일 터다. 언제부터 연말 시상식이 작품성과 연기력만을 놓고 배우에게 상을 줬는가를 떠올려본다면 이 공동수상에 대한 제안이 그리 허황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SBS가 과연 지난해 <브레인>의 신하균에게 대상을 수여하며 신선한 장면을 연출했던 KBS의 예를 따를 것인가. 장동건이란 카드는 그리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유준상, 김남주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유준상, 김남주 ⓒ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행복한 KBS의 경우

자, KBS의 경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잔치가 되리라는 것이 명약관화다. 다만, 누군가에게 대상 트로피를 안겨줄 것인가의 문제인데,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SBS <파리의 연인>으로 공동수상을 한 배우 박신양과 김정은이다. 절대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로맨틱코미디의 남녀 주인공에게 향한 트로피에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KBS의 경우 <각시탈>이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일일극 <별도 달도 따줄게>와 역시 시청률의 강자로 떠오른 주말극 <내 딸 서영이>가 눈에 띄지만, 연장방송에도 완성도나 시청률 면에서 전혀 하강이 없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주말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주원이나 송중기, 이보영 등이 아직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요인이다.

여기서 KBS <연기대상>이 관전 포인트는 <내조의 여왕>으로 MBC에서 연기대상을 받은 김남주가 역시 박지은 작가의 작품으로 KBS에서도 단독으로 대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애초 김남주의 빛에 가려졌던 유준상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로 칸 레드카펫을 밟고, 드라마의 홍보에도 전력을 다하면서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니까 KBS <연기대상>에서 주목할 단 하나의 장면은 유준상이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대상에서 멀어지느냐 마느냐다. 그 순간, 김남주의 대상이 확정되면서 시상식의 긴장감은 맥이 풀려 버릴 테니까. 오히려 유준상이란 카드는 손현주와 함께 중견배우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공동수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SBS와 KBS는 지난해 신하균과 한석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논란을 피해갔다. MBC가 <최고의 사랑>에 '드라마대상'을 수상하며 논란을 피해갔지만 올해 또 '헛발질'을 한 것과 달리 말이다. 작품이 아닌 배우에게 수여하는 우리의 '연기대상', 공동대상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매해 거듭하는 부문별 나눠먹기와 공동수상이 아니라.  


손현주 장동건 김남주 유준상 연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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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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