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김효범(29·192㎝, 캐나다명 브라이언 킴)이 결국 트레이드로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지난 26일 SK는 김효범과 외국인 선수 크리스 알렉산더(32·213㎝)를 KCC로 보내고 대신 코트니 심스(29·206㎝)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효범은 올 시즌 SK에서 14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2.2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데뷔 초창기인 모비스 시절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팀내 주전경쟁에서 밀려 사실상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먹튀 논란에 시달렸던 김효범은 결국 골밑 보강을 노리는 SK와 국내 득점자원이 절실한 KCC 구단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유니폼을 갈아입게 되었다.

김효범에게 KCC행은 오히려 기회다. 올 시즌 전태풍, 하승진, 추승균 등 주축선수들의 대거 이적으로 선수층이 얇아진 KCC에서 김효범은 입단과 동시에 주전 슈팅가드로 뛸 수 있다. SK에서 활약하던 당시 특별한 부상이 없었고, 출전시간이 줄어든 게 기량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라는 평가가 많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KCC에서는 부담없이 활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 시즌 최하위로 추락한 KCC는 김효범의 영입으로 본격적인 리빌딩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코리언드림에서 먹튀 외국인 논란까지

알고 보면 김효범만큼 한국프로농구에서 이질적이고 논쟁적인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선수도 드물다. 김효범은 지난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순위로 모비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당시 김효범은 이미 국내 농구팬들 사이에서 유튜브 등을 통하여 화려한 덩크슛과 개인기를 구사하는 동영상이 널리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해외국적자로서 한국농구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김효범의 KBL 진출은 농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김효범은 신인드래프트 당시 '부모가 모두 한국 출신이면 외국 국적이라도 국내 선수로 본다'는 재외동포 예외조항 덕에 프로진출의 수혜를 입었다. 사실상 이 규정은 김효범 때문에 급조된 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대학팀 감독들은 "국내무대에서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은데다 외국 국적 신분인 선수를 영입하려고 국내 선수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드래프트 보이콧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김효범이 국내무대에서 적응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모비스에서 처음 2~3년간은 한국농구의 빠른 템포와 조직적인 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하여 벤치를 전전해야했다. 07~08시즌 양동근-김동우의 군입대로 리빌딩의 시기에 접어든 모비스에서 일약 주전으로 도약한 김효범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일약 팀의 주전 슈팅가드로 자리매김했다. 거리를 가리지 않는 폭발적인 외곽슛과 자신감 넘치는 돌파, 모비스 입단 이후 비약적으로 향상된 수비력은 그를 일약 KBL 올스타급 선수로 급부상시켰다. 모비스는 김효범이 맹활약한 08~09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는 마침내 통합 우승까지 성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김효범은 2010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FA자격을 얻은 연봉 5억1300만 원의 '대박'을 터뜨리며 서울 SK 나이츠로 팀을 옮기게 되었다. 당시 김주성(동부)에 이은 프로농구 연봉랭킹 2위였다. 캐나다 출신의 무명농구선수에서 5년 만에 코리언드림을 일궈낸 것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김효범에게는 서서히 부정적인 논란의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적과 병역문제였다.

KBL 드래프트 당시 "국가대표로 뛰고싶다"며 한국 국적 회복을 약속했던 김효범은 FA 시기를 전후하며 말을 바꿨다. KBL의 재외동포규정상 김효범이 캐나다 국적을 유지한 채 한국 선수로 활약하여 FA자격까지 취득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김효범과 똑같은 한국인 선수로 분류되면서 3년마다 팀을 옮겨야하는 귀화혼혈선수들, 혹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하는 일반 대학졸업 선수들에 비하여 '검은머리 외국인' 김효범이 과도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반감이 확대되었다. 김효범은 입장표명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농구선수로서 가족부양 등을 이유를 들어 해명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국적 포기의 의사가 없다는 것만 확인시키며 여론의 반감만 부채질했을 뿐이었다.

또한 SK행은 김효범의 커리어에 있어서는 한마디로 불행의 시작이었다. 김효범은 입단 첫 해부터 SK의 주전 슈팅가드로 낙점받았으나 모비스 시절과는 전혀 다른 전술적 스타일과 팀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맸다. 꽉 짜여진 전술적 틀 안에서 김효범의 장단점을 적절히 활용하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달리, SK에서 만난 김진-신선우-문경은 등의 감독들은 김효범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개인기록은 매년 모비스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팀성적은 오히려 늘 중하위권을 맴돌았고 거액의 몸값을 받는 스타로서 김효범도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팀 사정에 따라 2번의 역할에 최적화된 김효범이 3번 수비까지 전담하게 되면서 김효범은 공수에서 자신의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1년 연봉 삭감의 한파는 김효범과 SK 구단이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SK는 팀 부진의 책임을 물어 고액연봉자들의 삭감을 결의했고 김효범이 그 1순위가 되었다. SK 입단 2년차에 3억 6000만 원으로 보수총액이 삭감됐고, 올 시즌 역시 1억 1000만 원이나 줄었다. 문제는 김효범과 비슷한 고액 연봉자로 역시 기대에 못미쳤던 주희정은 동결 내지 소폭 삭감으로 형평성과 김효범과 대우가 너무 달랐다는 점이다. 이후 김효범은 사실상 SK에서 뛸 의욕을 잃었고, 젊은 선수들과의 주전경쟁에서 밀려나 벤치를 지키게 되었다.

문경은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해도 김효범을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문경은 감독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쉽게 은퇴했던 방성윤의 사례도 있거니와, 풍부한 경험과 한방을 지닌 김효범의 슈터로서의 가치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효범이 SK에서 부활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데다 팀의 약점이던 센터 자리를 놓고, 적극적인 트레이드 제안해 온 허재 KCC 감독의 요청에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문경은 감독은 약속보다 선수와 구단 모두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선택한 셈이다.

김효범에게도 KCC행은 마지막 기회다. 이미 몇 년간 계속된 부진과 코트 안팎에서 실망스러운 행보로 인하여 주가는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 다수의 팬들도 등을 돌린 지 오래됐다. 잠깐 반짝했다가 그저 그런 선수들로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초심을 떠올려야 할 시기다.

다행히 허재 감독은 능력이 있는 선수에게는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성향의 지도자다. 전자랜드에서 잉여 전력으로 추락했던 이한권이 KCC에 오자마자 주득점원으로 부활한 것이 대표적이다. 커트니 심스마저 떠나며 더욱 약화된 KCC의 득점력을 채워야할 책임은 김효범의 몫이다.

김효범이 KCC에 왔다고 해서 자리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당장 내년 2월이면 김효범과 같은 포지션에 국가대표 슈팅가드인 강병현이 제대하고 팀에 복귀한다. 박경상, 임재현 등 언제든 김효범의 자리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 풍부하다. 리빌딩의 과도기에 있는 KCC에서 김효범이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일시적인 땜빵으로 머물다가 다시 잊혀질지는 온전히 김효범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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