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에서 1위에 등극한 노홍철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에서 1위에 등극한 노홍철 ⓒ MBC


이래서 모든 3부작은 결말까지를 확인해야 하는 거다. <반지의 제왕>도, <스파이더맨>도, <다크 나이트>도 예외는 없었다. 이제 이 리스트에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투표'에 관한 놀라운 통찰을 선사한 이 근사한 반전드라마 말이다.

시작은 <무한도전> 멤버들과 친구들의 편안한 연말파티 분위기였다. '못생긴'이란 전제조건이 존재했지만, 1박 2일 동안 유재석의 진행으로 '동거동락'하는 형식을 빌려온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페스티벌'은 분명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30대 중반 이상 남자들의 친목의 장처럼 보였다. 22일 방송된 3부 말미에 참가자들의 투표로 '우정상'을 받은 고창석에 대한 훈훈한 격려는 이러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는 듯 했다.

그리하여 '무장공비'란 학창시절 별명을 공개해 출연자와 시청자들을 쓰러뜨린 김범수에게 쏠렸던 F1(Face 1) 투표는 잠시 잊어도 좋을 만큼, 팀을 나눠 게임을 하고, 야식을 나눠 먹고, 나란히 잠자리에 들었다 민낯을 목도한 이 남자들의 의기투합은 충분히 왁자지껄하고 여유로웠다. 굳이 외모지상주의를 거론하는 것이 식상할 정도였다. 자기희화화까지도 아랑곳 않는 이들이 서로를 놀려대는 외모경쟁은 어떤 치열함이나 무한경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으니.

전직미남 1위 노홍철이 '못친소' F1이 되기까지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 MBC


반전은 역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2부까지 잊고 있었던 최종 F1 투표 결과 말이다. 참가자들이 직접 선출한 가장 못생긴 친구로 <무한도전> '공식 미남' 노홍철이 선정됐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노홍철 본인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을 입증하듯 제작진도 의도치 않은 이 결과는 노홍철을 제외한 참가자 10명이 그에게 표를 던짐으로서 가능할 수 있었다. 가수 이적을 '맹꽁이'라 집요하게 놀려대던 노홍철은 그러나 최근 들어 얻은 '빡구'라는 별명을 입증이라도 하듯 몰표를 받았다.

그러니까 적어도 <무한도전> 내에서 견고한 성채와도 같던 '노홍철=미남'이란 신화가 깨져버린 것이다. 그것도 참가자들의 '민주적인' 직접투표로 말이다(인터넷을 통한 시청자 투표에서 '예능 꿈나무'로 등극한 가수 조정치가 1위를, 노홍철은 12위를 차지했다). 우월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적을 비롯해 여러 참가자들을 비방하는 노홍철의 그 자세와 노선이 1위를 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과정과 이를 지켜보는 제작진의 시선이다. 제작진은 시류를 읽는 자막에 있어선 동급 최강인 <무한도전> 답게 'F1 대권후보' '일자리 창출'과 두 대선 후보의 슬로건을 패러디한 자막으로 현 정국을 반영했다.

그리고 절정은 '투표소'와 '투표함'의  등장일 수밖에 없었다. 한 표 한 표 '비밀투표'를 행사하며 참가자들이 직접 뽑은 '표심'은 1박 2일간의 '경험의 축적'이 반영된 결과였다. '김태호 PD도 놀란 노홍철의 당선은 그간의 견고했던 이미지와 아성도 참가자들의 한 표 한 표로 깨뜨릴 수 있다는 은유가 되어 줬다.

민주주의의 최대 페스티벌을 상징하는 투표소, 투표함의 등장이라니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 MBC


"'투표 제대로 하라는 뜻이다. 첨엔 멋모르고 겉만 보고 투표해서 젤 미남으로 당선됐는데, 많은 사람이 검증하고 힘든 과정(민낯, 야참라면)을 겪어보니 젤 못난 놈이라는 거지... 김태호 천재다' - 무한도전 기사에 실린 댓글의 댓글 중에서." (@wi********)

"무한도전의 자막과 연출은 정말 세계 톱! 투표 독려 메시지까지! 무한도전을 사랑하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다!" (@sp*******)

누리꾼들이 적극적으로 짚어내고 읽어낸 김태호 PD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그렇게 선관위마저도 투표 독려를 포기한 것 같은 시대, 투표율 상승을 위한 투표시간 연장도 허용되지 않는 대통령 선거판에서 <무한도전>이 이뤄낸 투표 독려 메시지는 무척이나 강력하고도 창의적이었다. 예전에 비해 잠잠하기만 한 MBC 뉴스나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대통령 선거'라는 민주주의 제일의 축제에 대한 자연스런 환기 말이다.

그리고 이 결과가 의도치 않은 참가자들의 '의도'라는 점은 더없이 의미심장하다. '미남'이란 상징 '권력'을 마음껏 휘두른 누군가를 왕좌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는 투표의 힘. 한 표 한 표를 지닌 동등한 '국민'들에게 잘못 휘두른 권력은 부메랑처럼 악수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

장기 파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무한도전>의 동시대성이 이 정도다. 끝으로 '미남'에서 '못.친.소'의 F1으로 거듭난 노홍철씨에겐 함께 출연했던 김C가 KBS 2TV <두드림>에서 했던 말을 들려드리는 바이다. 내년 '못.친.소' 페스티벌에선 더욱 분발하기를.

"제가 나온 다음에 저런 애(노홍철)도 나올 수 있게 됐어요. 제가 그 폭을 넓힌 거죠. 이제 외모에 대해선 다양성을 인정받게 된 것 같아요."

무한도전 못친소 노홍철 김태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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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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