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재결성한 '들국화'는 <놀러와>로 데뷔 첫 예능신고식을 치뤘다. 지난 9월 24일 방송 모습.

25년 만에 재결성한 '들국화'는 <놀러와>로 데뷔 첫 예능신고식을 치뤘다. 지난 9월 24일 방송 모습. ⓒ MBC


한동안 놀 수 없었던 친구가 개편의 계절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친구의 성격이 바뀐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겉모습은 지나온 시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MBC <놀러와>는 그렇게 다시 월요일 밤, 시청자에게 놀러 오라고 손짓하는 중이다.

잘 견뎌준 '만나면 좋은 친구'

파업의 겨울은 길었다. 170일 동안 이어진 파업은 예능 강자 MBC의 간판 예능들을 줄줄이 결방으로 몰아갔다. <놀러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사이 <놀러와>와 월요일 밤을 함께했던 시청자들은 <안녕하세요>(KBS2)와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SBS)로 떠났다. <힐링캠프>는 올림픽 특수와 안철수 효과를 누리고, <안녕하세요>는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파업이 끝나고 <놀러와>가 돌아온 자리엔 5% 이하의 시청률만 남아있었다. 더 낮을 때는 3%대까지 내려갔다. '세시봉 붐'은 고사하고 '유느님'이라 불리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임에도 꼴찌 탈출은 힘들었다.

한동안은 방송 폐지설까지 들려왔다. 그랬을 때도 <놀러와>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400회를 넘겼고, 이제 개편을 맞아 과감하게 포맷을 변경했다. 잦은 PD교체와 시청률 부진, 지방 MBC 자체 방송으로 인한 시청권 제한 등의 악재를 나름 견뎌온 것이다.

 들국화의 '제발'을 듣고 눈물을 흘린 유재석.

들국화의 '제발'을 듣고 눈물을 흘린 유재석. ⓒ MBC


우리 <놀러와>가 달라졌어요 : '짠'했던 방바닥과 아쉬웠던 '트루맨'들

포맷을 변경한 지 4주가 지났다. 아직 큰 방향의 변화는 없다. 거창했던 400회 특집 후에도 떠난 시청자들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24일 결방한 <안녕하세요>의 시청률을 독식한 건 <힐링캠프: 정형돈 편>이었다.

미친 존재감 형돈이가 SBS에서 '유느님'을 찬양할 때, 유재석은 방송 도중 눈물을 흘렸다. 물론, 낮은 시청률에 슬퍼서 운 건 아니었다. '방바닥 콘서트 보고 싶다'(이하 방바닥 콘서트)에 출연한 들국화의 '제발'을 듣고 감동해 흘린 눈물이었다.

'방바닥 콘서트'는 <놀러와> 황금기였던 '세시봉 특집'의 포맷화라고 볼 수 있다. 이전의 '골방 토크'는 아담한 공간에서 편한 복장으로 웃고, 먹고, 떠들 수 있었던 공간이 최대강점으로 작용했다. '방바닥 콘서트'는 이런 '골방'의 분위기와 <음악여행 라라라>를 한 공간에 마련한 모습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그리고 골방은 남겨두되 객석을 마련해 방청객과 호흡했다.

출연한 게스트와 관련한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객석에 자리했다. 그러다 보니 방청객 리액션 컷도 많이 비쳤고 방청객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등 그들만의 토크쇼에서 벗어나는 면모를 보였다. 토크 사이사이 들려주는 라이브 음악은 뭇 음악방송 못잖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첫 게스트로 출연한 015B에 이어 데뷔 28년 만에 예능에 나선 들국화의 출연은 단연 '핫이슈'였다. 말끔한 진행으로 유명한 국민MC 유재석도 올라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들국화의 지난 이야기와 음악은 울림이 컸다.

이날 방송에서 편성되지는 못한 '트루맨 쇼'는 호평이 혹평보다 많다. 이전 포맷이 게스트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장소만 옮겨가는 모양새였다면 '트루맨 쇼'와 '방바닥 콘서트'는 별개로 진행된다. 예전 <황금어장>에서 <라디오스타>가 받는 대접을 받는 걸까.

김응수, 권오중, 은지원, 박재범이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세대별 남자들의 성장토크'에서는 좀 더 대담해진 놀러와의 토크를 만날 수 있다. 19금 지향 토크란다. 다만 걱정은 다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펼치는 토크의 한계가 두 회 만에 드러났다는 평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피드백을 수용한 것일까. 다음 주 예고를 통해 본 '트루맨 쇼'도 게스트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컨셉을 조정한 예고편이 전파를 탔다.

 <놀러와>가 가을개편을 맞아 '트루맨쇼'와 '방바탁 콘서트, 보고싶다'로 돌아왔다.

<놀러와>가 가을개편을 맞아 '트루맨쇼'와 '방바탁 콘서트, 보고싶다'로 돌아왔다. ⓒ MBC


<놀러와> 단순 개편 넘을 수 있을까

대대적인 개편이었다. 하지만 기존 5%대를 지켜주었던 시청자들의 응원 메시지 말곤 아직까지 냉랭한 반응이다. 다행인 것은 이 사실에 <놀러와>가 긍정의 힘으로 대응하고 수긍한다는 점이다.

'트루맨 쇼'에서도 유재석도 "요즘 놀러와 자주 보는 분 없다"며 <놀러와>를 향해 자체 독설을 날렸다. 누가 그랬던가. '위기'는 위기와 기회의 합성어라고. 그만큼 프로그램이 폐지설에 휩싸일 때도 오히려 쇄신을 준비하고 나아가 왔기에 <놀러와>는 8년 동안 MBC 대표 토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다

시 새로운 시작이다. 19금 토크 지향 '트루맨 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향수와 안락함을 선사하는 '방바닥 콘서트'가 다시 월요일 예능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이 가을, 선선해진 날씨와는 반대로 방송 삼사의 월요일 토크 프로그램 경쟁은 지난여름만큼 뜨겁다.


놀러와 들국화 박재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