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 포스터

영화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 포스터 ⓒ 라인트리 엔터테인먼트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매춘. 그 중에서도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번성한 프랑스의 유곽 '관용의 집'은 데카당스한 분위기 덕에 명망 있는 귀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화려한 유곽 '라폴로니드'에 모여든 여성들은 외부와 격리된 삶 속에서 탈출과 구원에 대한 희망으로 힘든 하루를 버텨나간다.

영화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은 한 남성을 통해 희망을 꿈꾸던 마들렌(엘리스 바르놀 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마들렌은 자신을 찾는 단골고객과의 달콤한 앞날을 기대하지만, 그 남자는 칼로서 마들렌의 입을 잔인하게 도려낸다. 아름다운 '유대여자'에서 우스꽝스러운 '웃는 얼굴'로 불리게 된 마들렌은 그녀를 찾는 고객이 없음에도 불구. 라폴로니드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라폴로니드에 머물고 있는 다른 여인들도 관용의 집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하루에 네 다섯 명의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늘어나는 것은 마담 마리(노에미 르보스키 분)에게 진 빚뿐이다.

혹시나 자신을 찾는 단골 고객이 자신의 빚을 대신 탕감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걸기도 한다. 하지만 마담은 어린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라폴로니드의 문을 두드리는 폴린에게 "매춘부와 결혼하고픈 남자는 없다." 면서 혹독한 현실을 일깨워준다. 유일하게 라폴로니드를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길은 매독에 걸려 죽음을 맞는 것이다.

라폴로니드에 찾는 부유한 남성들은 그녀들을 통해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그로 인한 또 다른 자유를 갈망한다. 하지만 남성들은 라폴로니드에서 만난 여인들을 자신의 현실로 끌어오길 원치 않는다. 그들에게 라폴로니드는 근엄한 권위에 가려진 욕망을 해결하기 위한 탈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고귀한 귀족들을 상대로 하는 유곽인 만큼, 라폴로니드는 집창촌이 아니라 고급 살롱 같은 화려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특히나 라폴로니드가 추구하는 공간의 미학은 마네, 모네 등으로 대변되는 19세기의 명화를 보는 듯하다.

제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을 한다 해도 라폴로니드 안에서 벌어지는 실상은 추악하기 그지없다. '자본'을 앞세워 소시민 출신 여성들에게 자행되는 지배층들의 탐욕적이며 무자비한 폭력은 고결한 가식에 숨겨진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들추어낸다. 심지어 그녀들을 통해 자신들의 판타지를 실현하는 남성들은 뇌의 크기를 거론하며 남성 범죄자와 매춘부를 동일시한 논문을 통해 라폴로니드 여성들을 조롱한다.

그럼에도 그들을 웃는 얼굴로 맞아야하는 여성들은 그들을 통해 '관용의 집'에서 벗어날 환상을 꿈꾼다. 그러나 라폴로니드에서 현실을 잊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 한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또 다른 욕망으로 풀어내고픈 현실 속 판타지에 불과하다.

지금도 '관용의 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도처에 존재하고 있고, 쉽게 라폴로니드를 빠져나올 수 없는 여성들은 해방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기약 없는 하루를 버텨 나간다. 우아함으로 치장한다 하더라도,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욕망의 결집체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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