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넝쿨째굴러온당신> 화면캡처

KBS <넝쿨째굴러온당신> 화면캡처 ⓒ KBS


9일 KBS <넝쿨째굴러온당신>(이하 넝쿨당)이 유쾌했던 여정을 끝마친다. 올 2월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난 7개월간 가열 차게 달려왔던 <넝쿨당>. 드라마의 끝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피엔딩이다. 

진정 대성공이었다. <넝쿨당>은 시청률 면에서 45% 넘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고, 신드롬적인 인기를 끌었다. 평가도 좋았다. 주말 드라마에 흔히 따라왔던 비난은, <넝쿨당>에만은 예외였다.

종영을 앞두고, 언론과 시청자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필자는 이런, <넝쿨당>의 성공이 반갑다. 막장을 넘은, 개념드라마 한편이 주말드라마의 올바른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막장은 가라~ <넝쿨당>이 남긴 행복한 유산!

 KBS <넝쿨째굴러온당신> 화면캡처

KBS <넝쿨째굴러온당신> 화면캡처 ⓒ KBS


지난 시간, 적잖은 드라마들이 구태의연함을 반복했다. 불쾌하고 끔찍한 이야기로 갈등을 부추긴 후, 갑작스런 감동 조장으로 극을 종영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마치, '이렇게 만들어도 시청자들은 다 본다.'는 어떤 호기 같은 게 그들에게 있는 듯 했다.

해당 드라마의 시청자의 입장에서 화가 나는 일이었다. 필자 역시 '기분 좋게 보려한 드라마의 '막장 내용' 때문에, 온종일 기분이 가라앉았던 적이 있다. 시청자를 그저, 시청률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태도에 불쾌함이 있었다.

갖가지 불편한 갈등으로 점철된 드라마가 정신 건강에 유익할 리가 만무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2년 2월, <넝쿨당>의 등장은 '바른 드라마 만들기' 캠페인처럼 유쾌했다.

분명, <넝쿨당>은 여타 드라마와 많이 달랐다. 불쾌한, 노골적인 내용으로 시청자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지 않았다. 대신 휴머니즘이 묻어나는 훈훈함을 전해주며, 주말 밤 TV 앞에 모인 시청자들을 함박웃음 짓게 만들었다.

 KBS <넝쿨째굴러온당신> 화면캡처

KBS <넝쿨째굴러온당신> 화면캡처 ⓒ KBS


무엇이 달랐을까? 사실, <넝쿨당>의 주요 소재는 다른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양, 이혼, 가난, 재벌 등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타 드라마와 비교해 문제를 해결가는 과정이 확연히 달랐다.

차윤희(김남주)와 엄청애(윤여정)의 고부갈등. 평범한 가정의 이숙(조윤희)과 재벌가 천재용(이희준)의 사랑등, 관련 내용은 타 드라마였다면 분명, 극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소재로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넝쿨당>은 갈등 대신, '좋은 해결'을 제시했다. 고부갈등, 재벌가와의 사랑, 그리고 <넝쿨당>의 많은 갈등들이 '이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순조롭게 해결됐다.

능동적으로 변하는 등장인물들은 해결의 원동력이었다. 그들에게는 복수나 증오가 없었다. 상대에 대한 이해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그런 과정 속 자기밖에 모르던 말숙(오연서)와 깐깐하기 그지없던 천재용(이희숙), 그리고 자기중심적이던 차윤희(김남주)와 엄청애(윤여정)는 시청자의 응원을 받는 멋진 등장 인물로 재탄생했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등장인들물은,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했고, 마침내 의미있는 성공으로 극을 마무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언뜻 보면 쉬운 일 같지만, 불륜, 폭력등 온갖 막장 내용, 막장 인물이 판쳤던 대한민국 드라마 제작현실에서 순한 등장인물, 순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D-Day. 마지막 방송만을 남긴 <넝쿨당>, 극은 끝에서, 행복한 유산을 남겼다. 그 유산은 '휴머니즘'이 묻어나는 내용으로도, 얼마든지 감동적인 극을 구성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넝쿨당>은 좋은 시나리오, 좋은 등장인물 만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넝쿨째굴러온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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