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드무비>(2002)의 한 장면. 정찬은 한때 유능한 펀드매니저였지만 주가폭락으로 거리로 나앉은 석원 역을 맡았고, 황정민과의 동성애를 표현해냈다. 영화 속 역할을 위해 대마초에 손을 댔던 정찬은 이 일로 시련을 겪었다.
싸이더스
[기사 보강: 10일 오후 12시 30분]10년 만에 밝히는 진실의 첫 마디는 무겁고 더뎠다.
시작은 대수롭지 않았다. 출연 중인 tvN 드라마 <노란 복수초> 인터뷰차 만난 데뷔 17년차 배우 정찬.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궁금했던 게 있었다. 최근 MBC 파업에 지지 성금을 보내고,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도 촛불과 마이크를 들었던 그에게 "사회 참여에 특별한 계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 사회 구조가 자기만의 이익 때문에 곪아 있는 데가 많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고 천천히 운을 뗐다. 이어 "그렇게 느낀 적이 언제였냐면...", 그 뒤 '쉼표'는 좀 더 길었다. 2002년 초, 연예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자신의 대마초 사건을 이야기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결과는 음성이었어요."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정찬은 "형사들이 대마초에, 심지어 구경도 못해 본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가짜 소변검사 시약을 들이밀며 취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자백 후에 경찰서 면회실에서 만난 한 기자로부터 "검찰로 넘긴 서류에는 '음성, 본인의 자백'이라고 쓰여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영화 <로드무비>에서 마약을 하는 신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목적은 영화를 위한 경험이었죠. 목적이야 어쨌든, 음성으로 나왔어도, 대마초를 피운 건 사실이고 위법이이니까. 인정해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한 사람만 바보로 만든 수사 과정은 화가 나요."그때 정찬이 치른 죗값은 500만원 벌금에 구속수사로 한 달 동안 수감됐다. 하지만 연예인으로서 추가로 치러야하는 정신적인 죗값은 대중의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유효하다.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기자 역시 사건을 떠올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정찬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체포됐을 때 "피의자들보다 보도진이 더 많았다"고 쓰여 있다. 게다가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십 수 년 전일지라도, 전례가 있는 연예인들을 다시금 줄줄이 사탕처럼 죄인으로 소환하는 게 당연한 언론이 아닌가. 결국 대중에게 각인된 사건이 완전히 잊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저 아저씨, 마약해서 기사난 사람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