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시크릿가든>에서 너무 잘 돼서 정말 행복했어요. 이전에 <그들이 사는 세상><친구><나는 행복합니다> 등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쌓여지고 다져졌던 것들이 <시크릿가든>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폭발을 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현빈이 마음껏 풀어낼 수 있도록 해주셨던 것 같아요."

▲ 우리들 마음 속 현빈은 여전히 '차도남' 혹은 '까도남' 김주원인데 국방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 SBS


인간 김태평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평범한 군인이 되고자 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대한민국 뭇 여성들의 마음을 녹였을 때, 영화 <만추>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로 한창 상승세일 때 군 입대를 선택했다. 말 그대로 '박수칠 때 떠난 것'이다.

한류스타이자 탑배우가 아닌 한 인간의 소박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빈이 일반 육군이 아닌 해병대를 택한 것은 연예 사병으로의 차출을 미연에 막겠다는 의도가 있었을 터, 지인들을 통해서도 현빈은 그냥 평범한 일반 병사로 조용히 복무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국민들의 안위와 국가 안보를 위해 불철주야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알리고 싶은 마음이야 어디 가겠는가. 다음은 지난 3월 7일자로 국방부의 품으로 들어온 현빈과 함께 동봉된 사용설명서(라고 가정한 국방부의 현빈 차출 내역임)다.   

- 제품 기본 사양

* 제품명: 일병 김태평 (이라고 쓰고 어딜 가나 해병대가 낳은 스타 '현빈'이라고 읽을 것)
* 제품번호: 19820925-18474
* 소속: 백령도 해병6여단 (본인도 모르고 해병대만 아는 해병대 사령부 전출설이 있음)
* 주특기: 소총수 (총보다 얼굴을 더 많이 들어야 하는 명사수)
* 유효기간: 입대일로부터 약 2년(2012년 12월 6일까지, 혹시나 군대에 말뚝 박지 않을까 기대하지 말 것)
* 제품의 특이 사항: 일반 연예 사병과는 좀 다른 제대로 된 군 생활을 하고 싶어 해병대 지원, 매사에 진지하면서 열심임, 가끔 수틀리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답함. 입대 전 연인 송혜교와 결별, 앞에서 직접적으로 이진욱·최지우 등 연예인 커플을 언급 하지 말 것.

 영화배우 현빈이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만추' (감독 김태용)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영화 <만추> 제작발표회 때의 현빈. 이 자태를 보라. ⓒ 유성호


- 제품의 사용 범위 ① 이런 꼼수를 봤나 <나는 해병이다>?

지난 8월 8일 발간된 전격 밀리터리 서적인 <나는 해병이다>에 유독 눈에 띄었던 현빈의 글들. 3월 21일 입대한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 1137기 훈련병들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취지가 있었다고 하지만 책 곳곳엔 현빈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입대 전 심경에서부터 천안함에 대한 견해와, 국방부 홍보 영화 출연에 대한 의견까지...이제 갓 군 생활을 시작하는 그에게 무엇을 그렇게 묻고 듣고 싶었을까.

게다가, 한정 수량으로 현빈의 모습이 담긴 8장의 엽서까지 사은품으로 줬다니 대한민국 '평범한 이등병'의 얼굴로 장사 좀 하는게 좀 부끄럽진 않았는 쥐! 국방부가 이러니 출판사까지 현빈을 해외에 데려가네 마네 하는 것 아닌 쥐! 이거 왠지 한 사람 가지고 양쪽에서 팔 잡아당기는 모양새인 건 아닌 쥐!

- 제품의 사용 범위 ②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현빈? 현빈!

지난 9월 25일 일병 김태평은 서울 여의도에 등장했다. 요일을 보니 가만 있자. 야! 일요일이다! 백령도 자대 내에서 한창 축구나 하고 밀린 빨래를 하고 있어야 할 그가 서울 수복 마라톤 대회라니. 어쨌든 빨간티에 빨간 머리띠 '해병대 패션'을 멋지게 소화하며 등장한 그의 주변엔 이번이 아니면 인연이 되지 않을 인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정몽준·나경원 등의 의원 나리를 비롯해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으아!' 김흥국, 허정무 감독까지 말이다.

은근슬쩍 현빈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나경원 의원도 인상적이었지만 현빈의 해병대 선배인 배우 정석원의 등장이야말로 눈물겹다. 함께 여의도를 가로지르면서 눈빛으로 이들이 나눴을 대화가 문득 머릿속에 그려진다. "헥헥! 태평씨! 태평씨!" / "헉헉! 일병! 김! 태! 평!" / "군대란 원래 이런 거예요! 이게 무슨 X고생입니까!"

나경원, 현빈과 나란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제3회 서울수복 기념 해병대 마라톤대회에서 해병대에 복무 중인 배우 현빈과 예포 발사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 나경원, 현빈과 나란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제3회 서울수복 기념 해병대 마라톤대회에서 해병대에 복무 중인 배우 현빈과 예포 발사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 제품의 사용 범위 ③ 소총수가 MC까지?

때는 지난 9월 30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KBS홀에 또 다시 일병 김태평이 출동했다. 이번엔 해병대 서울 수복 61주년 및 군악대 창설 60주년 기념 연주회 자리다. 역시 현빈, 국방부가 이참에 큰 인심을 썼단다. 일반인들에게도 행사를 공개했다는데 일병 김태평에게 이 자리가 얼마나 낯설고 멋쩍었을까. 일반 소총수가 총이 아닌 마이크를 들었을 때 이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같은 해병대로 복무 중인 클릭비의 오종혁이었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이들은 무대 뒤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울었을 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국방부의 현빈 사용 효과가 상당하긴 한가보다. 백령도엔 젊은 여성 관광객이 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는지요?

- 제품의 사용 범위 ④ 거기 군인 아저씨, 현빈 없으면 무기 수출 못해?

 영화배우 현빈이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만추' (감독 김태용)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소총수가 홍보하러 불려 다니는 것도 나라를 지키는 건가요?" 왠지 그가 이렇게 물을 것만 같다. ⓒ 유성호

현빈 아니 일병 김태평은 국내용 만이 아니었다. 급기야 이젠 글로벌 무대로 발돋움 한 것. 지난 4일 부터 현빈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대체 왜? 국방부의 국방홍보 특사 자격이라는데 속사정은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수출을 앞둔 밑밥 깔기라는 점에 있다. 거기 머리에 별 달고 있는 군인 아저씨! 일병 김태평 없으면 무기 수출 못하나요?

그건 그렇고 현빈이 인도네시아 고위층 아줌마들 사이에서 그렇게 인기가 높다는데 상대국 요청에 소총수 한 명을 그렇게 보낼 요량이 있는 건가요?

그럼 저기 전방 벙커에 짱 박혀 있는 숱한 김 일병, 이 상병, 박 병장도 좀 찾아주면 어떨까. 그나저나 황금마차(정기적으로 전방 부대를 들르는 이동식 편의점, 이동 충성클럽이라고도 함)는 요즘 왜 이리 뜸한 거야!

- 사용을 마치며, "야, 이 어메이징한 군대야!"

입대 전 팬들을 보며 왈칵 눈물을 쏟았고 입대 전 걱정하시는 부모를 위해 동행을 극구 말렸던 그의 깊은 마음과 생각을 떠올려보자. 향후 수정 보완될 예정인 사용 설명서 다음 버전(Version)엔 그를 스타 현빈이 아닌 인간 김태평으로 대우해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참, 지난 달 11일 입대한 이병 정지훈씨는 어찌 잘 지내시나요?

현빈 국방부 정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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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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