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에 매진하는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
곽진성
김연아 선수의 환상적인 점프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만족한 상태에 도달하지 않은 듯 보였다. 점프 후, 김연아 선수가 후배 곽민정 선수에게 말을 꺼냈다.
"이상하게 다리에 힘이 없어!" (김연아)"저도 다리에 힘이 없어요. 오늘 비가 와서 그런가?" (곽민정)"난 비 안 와도 힘이 없어. 왜 그렇지? (김연아)고개를 갸웃거리던 김연아 선수, 곰곰이 생각하더니 잠시 후, 답을 찾은 듯 말했다.
"아! 오늘 밥을 안 먹고 와서 그런가 보다!(웃음)"재치 있는 말에, 은반 위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짝 웃었다. 폭우에 왠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하루였지만, 선수들의 밝은 웃음은 눅눅한 하루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이날 태릉 실내빙상장 안에는 밖과 같이 비가 내렸다. 천장의 물이 응결돼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호정이의 얼굴에도, 연준이의 이마에도, 그리고 김연아 선수의 뒷머리에도 큰 물방울이 톡하니 떨어졌다.
처음엔 깜짝 깜짝 놀랐던 국가대표 선수들, 하지만 이제 익숙해졌는지 차가운 물방울 견디며 연습에 몰입했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도 물 맞은 뒷머리를 슥슥 문지르고 훈련에 임했다. 여름날, 태릉 밖과 안에서 쏟아진 폭우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를 극복한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들은 더욱더 강해지고 있었다.
비 내리는 태릉에서, 열연이 시작된다점프 연습을 진행하던 선수들은 한 명씩, 카세트 쪽으로 다가와 자신의 프로그램 CD를 틀었다. 올시즌 새 프로그램을 얼음 위에서 펼쳐 보이는 것이다. 오전 11시50분, 국가대표 선수들은 은반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설렘이 가득한 선수들의 표정은, 마치 여름날의 향연을 즐기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비 내리는 태릉에는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동원이의 프리 스케이팅 음악은 '캐리비안의 해적 OST'이었다. 선율에 맞춰 은반 위를 힘차게 질주하는 동원이는, 마치, 푸른 대양을 항해하는'잭 스페로우'선장 같았다.
큰 키와 신체의 유연성에서 나오는 고난이도 트리플 점프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4분 10여초의 연습 무대는 2011년 동원이의 프리스케이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