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겨울이 지나고 야구의 계절 봄이 돌아왔다. 올해로 출범 30년째를 맞는 프로야구는 지난 2시즌 연속 500만 관중을 동원하는 등 제 2의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 초 제9구단 NC소프트 출범이 공식화되고, 낙후된 구장 시설을 보유한 각 지자체 별로 새로운 야구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프로야구는 이제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다른 어느 시즌 보다 희망에 가득 찬 소식들이 많았던 스토브리그 동안 각 구단들은 2011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고자 알찬 겨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겨울 내내 야구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팬들에게 선보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에 필자는 4월2일 프로야구 개막에 앞서 오늘부터 8일간 매일 한 팀씩 선정하여 8개 각 구단들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려 한다. 순서는 지난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세 번째 순서로 올 시즌 무려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지난 시즌 6위 LG 트윈스다.

 

2010 시즌

57승 71패 5무 (6위)

타율: .276 (3위)

평균자책: 5.23 (7위)

홈런: 121개 (3위)

도루: 169개 (1위)

실책: 92개 (최소 공동 5위)

 

신바람 야구의 대명사 LG트윈스.

 

그들에게 있어 가을야구의 마지막 기억은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최원호가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삼성 라이온즈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봐야만 했던 아쉬운 순간으로 남아있다.

 

당시 LG팬들은 다음 기회를 기약 하며 아쉬움을 달랬겠지만, 그 이후로 그들에게 다음기회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덧 2011년. 올 시즌 LG트윈스는 9년만의 가을 야구를 위해 신바람을 낼 수 있을까?

 

투수, 투수, 그리고 투수

 

최근 몇 년간 LG 트윈스의 약점은 투수진에 있었다. 10점을 내줘도 11점을 낼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추고는 있었지만 10점을 내도 11점을 내주는 빈약한 투수력은 번번히 LG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지난 시즌 5점대 평균 자책을 기록한 팀은 LG와 한화 뿐이었으며, LG가 기록한 746실점은 리그 우승팀 SK보다 무려 201점이나 많았다.

 

기대를 모았던 곤잘레즈는 6패만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짐을 쌌고, 대체 용병으로 들어왔던 더마트레 역시 8점대의 믿기지 않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무리 투수로 영입했던 오카모토 신야는 5승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 3.00의 나름 괜찮은 성적을 올렸지만, 시즌 중반 중요한 게임에서의 잇따른 마무리 실패는 LG의 정규리그 운영을 힘들게 만들었고,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시즌 초반과 같은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선발진에서는 봉중근 만이 나름 제 역할을 다했을 뿐, 나오는 선수 마다 상대 타자들에게 얻어 맞기 일수 였으며, 선발진의 조기 붕괴는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지며 LG의 투수진 운영은 한 시즌 내내 박종훈 감독의 최대 고민거리 였다.

 

그렇다면 올 시즌 LG의 투수력은 어느정도 일까?

 

올 시즌 LG가 4강 싸움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봉중근과 함께 강력한 3선발을 구축해줘야 하는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의 활약이라는 대 전제가 필요하다. 만일 올 시즌 역시 LG가 외국인 투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면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도전은 10년을 꽉 채울 가능성이 높다.

 

 LG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있는 레다미스 리즈

LG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있는 레다미스 리즈 ⓒ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일단은 두 외국인 투수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리즈의 경우 최대 162km, 평균 153~156km의 직구를 뿌리면서 벌써부터 LG팬들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타자 역시 빠른 공에 대한 대처는 수준급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적되는 변화구 구사나 제구력을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가져가느냐가 리즈의 코리안 드림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키치는 리즈와는 정반대 유형의 투수로 빠른 직구보다는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승부를 거는 투수로 알려져 있다. 주로 미국 메이저리그 더블 A와 트리플 A에서 활약한 주키치는 매년 기복없는 꾸준한 성적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빠른공을 주무기로 한 리즈의 화려함과 주키치의 꾸준함이 LG의 야구에 녹아들어야 LG는 올 시즌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4강 경쟁을 위한 대 전제 일뿐 이들의 활약이 LG의 가을야구를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일단 봉중근이 시범경기 도중 팔꿈치 통증을 느끼면서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 하게 됐으며, 4,5 선발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광삼, 심수창은 지난 몇 년간의 아쉬움을 올해는 달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선발후보이자 시즌 초반 봉중근 대신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박현준은 지난 시즌 LG의 선택이 그릇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줘야 한다.

 

LG의 선발진은 분명 리그 정상급은 아니다. 그러나 더욱 불행한 건 LG의 불펜 역시 코칭스태프의 믿을만한 구석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상열, 오상민, 서승화의 좌완 불펜이나 신정락, 김선규, 이동현 등의 우완 불펜 모두 확실한 필승계투조로 분리하기엔 불안한 점이 있고, 지난 시즌 불펜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이동현은 스프링 캠프에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LG의 마무리 투수로 유력한 김광수는 타 팀들의 마무리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구위 자체를 놓고 봐도 풀 타임 마무리 역할을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이라면 LG 선발진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진다. 최대한 긴 이닝을 던져줌으로써 LG가 승리로 가는 길을 단순화 시킬 필요가 있으며, 불펜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 또한 선발진의 몫이 될 것이다.

 

LG의 희망, 믿음직한 타선

 

투수력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준다면, 이번 가을 LG 팬들의 발걸음은 잠실야구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투수력이 뒷받침 된 상황에서의 LG 타선은 분명 LG 팬들을 가을 야구에 초대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LG 타선은 선두타자 이대형을 비롯,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이택근, 조인성, 정성훈 등 이름만 들어도 중압감이 느껴지는 타자가 줄줄이 등장하게 된다. 박용택이 올 시즌부터 지명타자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이택근이 1루수로 수비위치를 고정시키면서 이른바 '빅5의 교통정리도 거의 끝난 상황이다.

 

30홈런을 때릴만한 전문 장거리타자가 없는 게 한 가지 흠이긴 하지만, 각자가 자신의 역할만 충분히 해준다면 그 정도 흠결은 충분히 메우고도 남을 만한 타선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작은 이병규와 향후 국가대표 유격수 감으로 꼽히는 오지환에 올해 군에서 제대한 정의윤 등은 LG 타선의 힘을 한층 더 강화시켜줄 전망이다.

 

이대형의 출루율을 높여라

 

 LG의 1번타자 '슈퍼소닉' 이대형

LG의 1번타자 '슈퍼소닉' 이대형 ⓒ LG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LG의 강한 타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1번타자 이대형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 시즌 이대형은 .261의 타율에 341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팀의 주전 1번 타자로서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66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도루왕이라는 감투를 쓰게 되었지만, 1번 타자로서의 주 임무는 달리는 것 이전에 테이블 세터라는 1번 타자의 특성답게 누상에 출루하는 것이 주 임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스피드로만 따지면 현재 국내 1인자인 이대형이 보다 높은 출루율을 기록할 수만 있다면 최근 자신이 기록한 3년 연속 60도루를 넘어 70도루 역시 가능할 전망이며, 이는 보다 많은 LG의 득점 기회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진짜 LG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LG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20승 선발투수도, 40세이브의 마무리 투수도,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해 줄 수 있는 대형타자도 아닌 팀 구성원간의 팀 워크가 아닐까 싶다.

 

야구팬이라면 언론을 통해 LG의 팀 워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며, 팀 성적 보다 개인 기록을 중시하는 선수들, 선수들 간의 대화가 가장 부족한 팀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는 실제 LG트윈스의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말일 수도 있으나, 선수들의 말처럼 오랜기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부진한 성적 때문에 나오는 루머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야구는 팀을 위해 존재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LG 트윈스 팬이라면 선수들이 주장하는 '올 시즌은 다르다'라는 말을 매 시즌 개막 전 듣곤 할 것이다. LG트윈스 선수들 입장에서 올 2011시즌을 지난 여덟 번의 시즌과는 다른 한 해로 만들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하드웨어도 중요하겠지만, 선수들간의 소통과 팀 전체로서의 팀워크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팀에 대한 충성도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LG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1.03.27 09:56 ⓒ 2011 OhmyNews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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