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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화가, 포천에서 12년동안 거주. 게으른 삶을 즐기고 세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살림에도 원두 커피머신을 애지중지한 예술가.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다. 포천의 작업실이 화재로 홀라당 타버린 것이다.

강원도 홍천에 작업실을 새로 지은 이진경. 하지만 작업실을 짓기 위해 진 빚은 점점 늘어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이진경은 서울 인사동 쌈지길의 아트디렉터로 일한다. 이제 빚을 갚기 위한 이진경의 왕성한 작품 활동이 시작되고 강원도 내촌에서 드디어 전시회가 열린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이진경의 친구이기도 한 김지현 감독은 전시회를 준비하는 이진경의 모습을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닌다. 자신의 삶을 그림과 글씨로 표현하고 그것을 전시한 이진경의 특별한 전시회. <앞산展>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지난 봄에 열린 2009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눈길을 끌었던 <앞산展>은 <바다가 육지라면> <뽀삐>로 주목받은 김지현 감독이 7년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감독은 이진경이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9개월에 걸쳐 촬영했다.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예술가

완전히 불타버린 포천의 작업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의에 빠져 아무 일도 못할 상황. 그러나 낙천적인 성격의 이진경은 그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타다 남은 책종이를 모아 화판을 만들고 뒹구는 라면 봉지로 꽃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때의 기분을 이진경은 <이 봄의 피눈물>이라는 그림으로 표현한다.

'쌈지'의 '쌍시옷(ㅆ)'을 형상화한 그림들, '내촌철물점'의 간판 글씨 등으로 이진경은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만들어간다. 그의 경험, 그의 느낌은 그림과 글씨로 계속 드러난다.작업실을 짓느라 쓴 빚이 마음을 짓누를 수도 있지만 남들 앞에서는 초조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잘 될까'라는 묘한 불안감을 안기게 한다.

이진경의 노력으로 내촌의 농협창고는 훌륭한 미술관이 되고 마침내 내촌 사상 최초로 미술전이 열린다. 영화는 미술전을 본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준다. 작품 세계를 심오하게 설명하는 작가들은 물론이고 '뭘 그렸는지 모르겠다'는 시골 할머니, 이진경이 쓴 '바르게 살자'라는 글씨를 보고 진짜 바르게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즐거운 기억을 영화로 고정시키다

<앞산展>은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기억과 그리움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그림은 그리움이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영화 속 대사는 이진경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 속에 들어있던 희로애락은 바로 작가 자신의 희로애락이었다.

"그림은 기억을 고정시키는 것이고 영화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도 기억을 고정시키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현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말한 것처럼 <앞산展>은 친구이자 예술가인 이진경에 대한 9개월간의 기억의 고정이다.

빚을 지고 빚을 갚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이진경이 아니라, 슬픔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그것을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낙천적이고 순수한 친구 이진경을 향한 즐거운 기억 말이다.

인디포럼 앞산전 이진경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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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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