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송됐던 SBS <바람의 화원>에서 김조년 역을 맡았던 류승룡씨.
SBS
- 캐스팅은 신태라 감독님에게 프러포즈 받은 건가요? "그쪽 분들이 다 제 연극을 봤고, 절 1순위로 생각했나 봐요. 스케줄이 있었는데 기다려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분량은 <바람의 화원> 끝나고 찍은 거예요. 그런 배려 때문에 <7급 공무원>을 할 수 있었죠."
- 원석은 대부분 강지환씨가 연기한 재준과 붙는 장면이잖아요. 애드리브는 많았나요? "'눈 나빠져 새끼야' 그런 거 다 애드리브죠.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지켜야 할 것만 했어요. 배우라면 다 마찬가지죠."
- 실내 신이 대부분이었어요. "전 6회 차에 다 몰아 찍었어요. 수원성, 포장마차, 옥상 역 빼고는 재준과 붙은 실내 장면이 전부였고요."
- <7급 공무원> 하면서 다른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요. "어쨌든 제가 선택한 작품이니까요. 시나리오가 좋았고, 감독이 좋았으니까 가능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또 여러 스태프들이나 모든 배우들이 노력했고요. 배우는 재영이 같은 친구가 진짜 배우인 것 같아요.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사람냄새도 나고."
- 그렇게 해보고 싶던 코미디를 끝마친 느낌은 어떤가요? 우리 영화상도 골든글러브처럼 코미디 부문 연기상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저는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다는 느낌이거든요. 만주부터 소백산 어디까지 계속 가고 있는 거죠. 종주를 하게 되면 정상에 갔다가 내려오고, 또 계속 산을 볼 수 있잖아요. 영화제에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사람들은 어떤 자리나 산에 대한 그게 너무 큰 거 같아요. 상 받은 배우들은 인증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 <거룩한 계보> 이후 활약이 꾸준한 거 같아요. 마치 꽉 차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작년 1년 동안 영화를 한 편도 안 했는데요? 영화는 2004년도부터 <고마운 사람>, <박수칠 때 떠나라>, <아는 여자> 이런 정도로 시작했는데, 다들 시작했다고 하면 깜짝 놀라요. 십 몇 년 한 걸로 생각하고. 다행이죠."
"내가 더 잘됐다면 <김씨 표류기>도 들어왔겠죠"- <열혈남아>에서 설경구씨랑 붙는 장면처럼, 어떤 경력의 배우와도 함께 해도 연기가 전혀 밀리지 않아요." (웃음) 그냥 배역으로만 보면 되는 거 같아요. 그 사람의 외적인 사이즈나 그런 걸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고요. 여배우도 마찬가지예요. 그간 쟁쟁한 배우 많이 만났죠. 김혜수, 송혜교, 연극에서 한채영. <바람의 화원> 근영이나 이번 <비명>의 남상미도 그렇고. 전 철저하게 배역만 생각해요."
- 그래도 신경을 쓰게 되지 않나요? "현장에서는 절대로 신경 안 쓰죠. 물론 배려는 다 하죠. 그래도 철저하게 작품 안의 분위기로만 만나는 게 편해요. 지금 찍고 있는 상미도 참 편하고요. 그래서 거들먹거리는 일부 배우들 보면 '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하균이나 재영이, 희순 선배도 그렇고 절대 안 변하고 똑같아요. 변할 게 뭐가 있어요? 어떤 변화는 있겠죠. 그건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긴다는 거? 제가 더 잘됐다면 <김씨 표류기>도 들어왔을 테니까요.(웃음)"
- 그런 탐나는 배역이 또 있었나요?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씨 같은 역할, 딱이거든요. 머리 기르고, 수염 기르고. 제가 예전에 탈춤반이었거든요. 사물놀이도 하고."
- <김씨 표류기>는 정말 좋게 봤나 봐요. 아까 얘기한 좋은 코미디에 근접한 영화?"<김씨 표류기>에는 희망이란 메시지가 있잖아요. 그게 어마어마한 차이죠. 이게 억지가 아니잖아요. 희망이란 메시지 때문에 그 상황을 만든 거고. 웰메이드 상업 코미디인 거고, 또 휴먼도 있고 감동이 있고. 물론 <캐스트 어웨이>와 몇몇은 비슷하긴 하지만, 일본이나 외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작품인 거 같아요."
"총각 때 별명이 사이코였어요"인터뷰 초반, 어이없는 질문을 던졌다. 지금도 술을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 10년 전에 끊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독실한 크리스천 신자이자 가정에 충실한 그에게 실례일 수 있는 질문이었다.
선입견이란 이렇게 무서운 법이다. 대학로에서 오래 활동한 배우인 만큼 사람들과 술자리를 여전히 즐길 것이란 선입견을, 류승룡은 보기 좋게 깨주었다. 가족에 충실하면서 더불어 일로서 연기를 사랑하는 이 남자. 구수한 입담만큼이나 매력적이다.
- 앞으로 그런 작품은 꼭 할 것 같네요.(웃음) 아기는 몇 살이에요? 한참 예쁠 땐가요? "다섯 살, 두 살. 너무 예뻐요. 하나는 강, 하나는 건. 성경 고린도 전서에 나오는 '믿음에 굳게 서서 남자답게 강건해라'죠. 거꾸로 불러도 '건 강'이에요."
- 평소 가정적이란 얘기를 많이 듣죠? 가족에게서 힘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좋죠, 든든하고. 아이들 눈빛을 보면 힘이 생기고 정신을 바싹 차리게 되죠. 일하고 와서 아이들 자고 있는 거 보면 안식을 얻고요.(웃음) 근데 또 그렇지도 않아요. 가정에서는 불만이 있나 봐요(웃음)."
- 하도 가정적이란 얘기가 들려와서 일종의 마케팅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어요. "저 총각 때는 별명이 사이코였어요. 10년 전 입고 다녔던 옷을 보면 지금 기인들은 별것도 아니에요. 치마랑 비슷한 바지 입고, 머리랑 수염도 길게 기르고.(웃음) 그런데 배우는 철저하게 직업이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내 가정을 꾸리고. 아름다운 일이죠. 남들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고. 또 그만큼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열병을 앓기도 하고요."
- 어떤 장면들이 그렇게 열병을 앓게 하던가요? "<비명>에도 한 장면 있어요. 부성애를 보여주는 신인데 아직 촬영이 들어가기 전이라 신경이 많이 쓰여요. 또 그동안 해왔던 게 의미 있는 악역이었다면 <세이빙 마이 와이프>(가제)에 나오는 건 절대 악역이에요. 거기서 악역은 딱지를 떼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 사극은 어때요? 의외로 연기하기 편한가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내 몸에 맞는 옷 같았고요. <황진이> 때도 그랬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대사가 입에 쫙쫙 붙었죠. 사극 어렵다는 배우들보면 진짜로 이해가 안 돼요."
연기자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시간 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