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인어공주> 한 장면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한 장면 ⓒ 월트디즈니


얼마 전 장애관련 자료집을 보다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곱씹었다. '우리가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에도 장애인은 등장한다'는 사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에는 대표적으로 심청전에 심학도(청이 아버지)는 시각장애, 혹부리 영감에 두 영감님은 지금으로 보자면 안면장애로,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온달은 약간의 지적장애(모호하긴 하지만) 정도가 기억나고, 서양으로 넘어가 보면 피터 팬에 후크선장은 절단장애와 시각장애로 표현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동화에 장애인들이 등장하지만 장애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는 많지 않다. 어느 누가 나에게 그 동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하나를 꼽으라면 난 인어공주 다.

원래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동화에 에리얼은 상체는 사람이지만 하체는 물고기니 굳이 장애 명을 붙이자면 '하반신 지체 장애'와, 왕자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진 후 우슐라(바다괴물)와의 거래에서 목소리를 잃어버려 아인(啞人)이 되어 에릭왕자의 키스를 얻지 못해 비극으로 결말이 난다.

하지만 1989년 디즈니사가 각색한 '인어 공주는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라며 끝이 난다.

난 디즈니의 인어공주를 보면서 조금은 엉뚱한 생각 아니 요즘 장애계의 화두인 "탈시설"을 연관해 이 글을 시작해 보려한다.

주인공인 에리얼(인어공주)은 장애여성 당사자이고 에릭(왕자)이 사는 사람이 사는 바다 위 세상은 지역사회로, 에릭은 자립생활로 우슐라(바다괴물)는 형편없는 생활시설장이고 트리톤(에리얼의 아버지)은 장애인을 자녀로 둔 보통의 부모님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장애인들이 생활시설에 갇혀 비장애인들의 지역사회를 동경하듯 에리얼도 사람이 사는 바다 위에서 살고 싶어서 몰래 사람들을 훔쳐보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트리톤은 사람이 사는 곳은 야만인들로 가득 하기에 에리얼이 살기엔 좋은 환경이 아니니 순하고 어린 넌 바다 밑 세상에서 살자고 요구한다. 마치 장애인들의 부모님들이 성인이 지난 사람들에게 어린 아이 취급하는 말투로 '넌 아직 순수하고 착하기 때문에 자립(독립)을 하면 무서운 사람들이 널 이용하고 이용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언젠가는 넌 버려질 것이니 엄마가 지켜 줄께'라고 말하듯, 트리톤은 에리얼이 바다 밑 세상에 적응하며 살기를 바란다. 장애인들이 생활시설 안에서 조용히 살기를 강요하는 비장애인들과 같이….

그 트리톤의 바람과는 달리 에리얼은 바다 위 세상 에릭 왕자에게 빠져버린다. 중증장애 당사자들이 자립생활에 매료되는 것처럼 말이다. 에리얼이 에릭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슐라의 계략과 트리톤의 반대를 이겨야 한다. 그렇다면 중증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가족의 애정 섞인 걱정(또는 족쇄)에서 벗어나야 하고 의도는 가족의 걱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시설장들의 '나 아니면 누가 불쌍한 너를 거두겠냐?'나 '이 시설 나가면 다시는 돌아 올 수 없어! 지금 대기 중인 장애인이 몇 명인데 이 좋은 곳을 두고 무서운 사람들로 가득 찬 시설 밖엘 나가려는 거야?' 등 여러 가지 협박들도 이겨 내야 한다.

물론 에리얼은 목소리를 우슐라에게 빼앗겼지만 다리가 있어 에릭에게 갈 시도를 했듯이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이 다치고 아파해야 할 시간이 있겠지만,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우리가 그리는 진정한 자립생활의 꿈이 이루어 질 것이다.

원작과는 다르게 디즈니의 결말은 많은 고난 끝에 '왕자와 행복하게 산다'지만 현실에서의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 행복으로 마무리 될지 아니면 원작처럼 비누 거품이 되어 사라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내 생각엔 비록 비누 거품으로 생을 마무리하게 될 지라도 에리얼은 에릭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 순간이 있었으므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장애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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