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반장을 제압했던 회심의 카운터, 극진의 강자에게도 통할까?'

 

사와야시키 준이치(25·일본)가 강호를 상대로 또 한번의 위험한 도전에 나선다. 오는 28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있을 'K-1 월드그랑프리 2009 요코하마'가 그 무대로, 상대는 글라우베 페이토자(36·브라질). K-1 헤비급 무대에서 상위 클래스로 꼽히는 베테랑 파이터다.

 

이번 일전은 준이치에게 있어서 격투 인생의 중요한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차세대 일본의 에이스'로까지 각광받았다가 이후의 연패로 인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상태인지라 더 이상 패배가 쌓이게 된다면 '반짝 스타'라는 혹평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과연 사와야시키 준이치는 2년전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을까?
과연 사와야시키 준이치는 2년전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을까?K-1

 

밴너전을 통해 스타로 급부상했던 '일본의 신성'

 

익히 알려진대로 준이치는 제롬 르 밴너(37·프랑스)와의 일전을 통해 뜬 선수다. 준이치는 밴너와 첫 대결을 벌일 당시 철저하게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일본 내에서야 어느 정도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해외에서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의 파이터는 아니었던 것. 반면 밴너는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싸움반장'이라는 닉네임 등으로 사랑 받고 있던 K-1 최고의 스타중 한명이었다.

 

유명세는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준이치가 이길 레벨은 아니라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준이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밴너를 판정으로 제압하며 일본 팬들은 물론 한국 등 전 세계 K-1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켜 버렸다.

 

물론 당시의 1차전은 결과를 떠나 경기 내용에서는 썩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한판이었다. 준이치는 경고를 각오하고 필사적으로 도망다니는(?) 노골적인 아웃파이팅으로 일관했고, 그 과정에서 성질 급한 밴너가 자제심을 잃고 막무가내로 들어가다가 두 번의 다운을 허용 당하며 판정으로 무너졌다.

 

일부에서는 준이치의 행동에 대해 너무 심판이 관대했다는 지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고의 하드펀처인 밴너를 상대로 펀치를 주고받으며 연거푸 다운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성과였다. 과정을 떠나 그런 식으로라도 밴너를 꺾을 수 있는 동양권 파이터는 흔치않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밴너전 직후 일본 언론에서는 새로운 '신성'의 출현이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자신감을 얻은 준이치는 베테랑 파이터인 '붕붕마루' 후지모토 유스케(34·일본)마저 제압하며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증폭시켰다. 국내 팬들 역시 무사시 이후 모처럼만에 헤비급에서 통할 인재가 나온 것 같다며 상당한 관심을 표시하는 모습이었다.

 

2년전 있었던 '요코하마의 기적' 다시 한번 연출할까?

 

하지만 준이치의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야심차게 출격한 파이널 무대에서 피터 아츠(39·네덜란드)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며 한계를 드러내더니 베테랑 무사시(37·일본)에게마저 넉 아웃패배를 기록하고 만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상대들이 워낙 백전노장들인지라 경험이 짧은 준이치에게 '상대성'에서 좋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카탈린 모로사누(27·루마니아)에게 마저 KO로 무너지자 세간의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로사누는 맷집과 힘을 바탕으로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가는 타입의 선수다. 하지만 노련미나 테크닉 등에서는 많이 부족한 상대인지라 준이치가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었다. 적어도 준이치가 차기 일본의 에이스의 재목이라면 모로사누 정도는 어렵지 않게 꺾어야만 했다.

 

모로사누전의 뼈아픈 패배는 준이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들이 수면위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전에는 빠른 눈과 받아치는 카운터 능력 등 장점들이 주로 언급됐지만 패배하는 과정 속에서 맷집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준이치는 헤비급치고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더욱이 카운터펀처라고는 하지만 단 한방에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는 파괴력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맷집이 약하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 운영 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도 하지만 맷집이 좋지 못하다보니 상대의 반격에 쉽게 충격을 받고 그 과정에서 페이스가 완전히 무너지기 일쑤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내구성에서 흔들리다보니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행히(?) 준이치는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밴너와의 2차전에서 비교적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팬들 사이에서는 "상대성에서 궁합이 맞는 밴너에게만 유독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격돌할 페이토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준이치에게 '난적'이 될 공산이 크다. 일단 그는 밴너처럼 막무가내로 들어가는 선수가 아니다. 스탭은 빠르지 않지만 침착하게 한방 한방 공격을 꽂아 넣는 '정중동(靜中動)'형태의 파이터다. 준이치가 특기인 카운터펀치를 넣기에 굉장히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되려 성급하게 덤벼들다 자신이 카운터공격을 허용 당할 수도 있는 상대다.

 

예전에 비해 상승세가 조금 떨어진 것이 위안거리지만 되려 그렇기 때문에 페이토자가 더욱 최선을 다할 수도 있어 방심을 기대하기도 힘든 입장이다. 준이치로서는 최대한 페이토자의 약점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춘 전략형 파이팅을 들고 나와야만이 최소한의 승산이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이번 대결에서 페이토자의 완승을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2년 전에 있었던 '요코하마대회'에서도 준이치가 밴너를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당시에 그랬듯 준이치가 깜짝 놀랄만한 경기력으로 페이토자를 물리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과연 준이치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줬던 기회의 땅 요코하마에서 다시 한번 기적을 연출 할 수 있을지, 부활을 꿈꾸는 '일본판 신성'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2009.03.16 10:05 ⓒ 2009 OhmyNews
K-1 요코하마 신성 일보 반짝스타 극진가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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