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디의 아버지는 막노동판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류인생이다. 하지만 아들은 부자들만 다니는 명문학교에 보낸다.

샤오디의 아버지는 막노동판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류인생이다. 하지만 아들은 부자들만 다니는 명문학교에 보낸다. ⓒ 콜롬비아

 

여자아이가 니콜 키드먼 같은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다른 아이는 사업가가 된다고 한다. "무슨 사업을 할 거냐"는 선생의 질문에 "무슨 사업이든 규모만 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괜찮다"고 말한다. 선생은 두 아이 모두에게 칭찬을 한다.

 

샤오디(서교)는 "전 가난한 사람이 될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유조차 묻지 않는 선생에게, "아버지(주성치)가 성실하고 거짓말 안 하고, 안 싸우고 열심히 공부하면, 가난해도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다"고 그랬다고 말한다. 갑자기 웃어젖히던 교실 안은 찬물을 뿌린 듯 조용해지고 한 아이 패니만이 박수를 보낸다. 여기까지만 보면 잘못된 교육에 대해 매스를 가하려는 영화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현실] 가난의 현실과 명문교육 현장의 괴리

 

현실에서 가난한 아이가 부자들만 모이는 명문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아 존경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샤오디의 아버지는 막노동판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류인생이다. 하지만 아들은 부자들만 다니는 명문학교에 보낸다.

 

그러나 상류사회의 텃새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샤오디는 선생님에게도 더러운 아이 취급을 받고 반 친구들에게는 왕따를 당한다. 유일하게 위엔(장우기) 선생만은 따뜻하게 대해준다. 반에서도 내성적인 거구거식 소녀 매기만이 그를 알아 줄 뿐이다. 그것은 매기가 괴롭힘을 당할 때 샤우디가 나서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건축현장의 막노동꾼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날을 살아간다. 그러나 꿈을 버리지 않는다. 부자(父子)가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곳은 헐리다 만 집이다. 난곡에서 예전에 볼 수 있었던 그런 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겨우 들어갈 수 있고, 문짝은 이미 반쯤 떨어져나간 상태다. 내려오면 바로 쓰레기더미가 그들을 기다린다.

 

'거짓말 하지 않고,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면 가난해도 존경 받는다'는 아버지의 좌우명, 어쨌든 이는 오늘날 교육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좌우명 대로 당당하게 살던 샤우디 앞에 '장강1호'라는 로봇은 큰 장애물이다. 신념과 현실의 괴리 앞에 선 아이는 흔들리게 된다.

 

죠니가 '장강1호'라는 로봇을 가지고 노는데 샤오디는 만져보기라도 하자고 통사정을 하지만 인격적인 모욕만 당한다. 그리곤 아버지와 시장에 갔다가 '장강1호'를 사달라고 떼를 쓴다. 하지만 사줄 수 없는 무능한 아버지. 샤오디는 아버지 가슴에 기어이 못을 박는다. "더 이상 가난뱅이는 싫다"고 외친 것이다.

 

가난과 부자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실감하는 만드는 게 현실이다. 영화는 이 이야기로 시작해 교육적 메시지를 전하나 보다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철저히 영화적일 뿐이다.

 

[환상] SF라면 꿈은 이뤄진다

 

 샤오디는 이 물건이 '장강7호'라며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처음에는 평범하던 공이 스위치가 들어가더니 강아지 모양으로 변한다.

샤오디는 이 물건이 '장강7호'라며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처음에는 평범하던 공이 스위치가 들어가더니 강아지 모양으로 변한다. ⓒ 콜롬비아

로봇 때문에 아버지의 좌우명이 산산조각이 나야 하는가. 아버지 역을 동시에 연기한 주성치 감독은 아니라고 말한다. 좀 덜 떨어진 운동화를 신겨주려고 쓰레기더미를 뒤지다 정체불명의 녹색 공을 발견하고 아들에게 선물했는데 그것이 UFO가 남긴 물건이었던 것.

 

샤오디는 이 물건은 '장강7호'라며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처음에는 평범하던 공이 강아지 모양으로 변한다. 샤오디는 '장강7호'가 초능력을 발휘해 그간 왕따 당하던 학교생활을 반전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장강7호'는 말썽만 부린다. 연발총을 쏘듯 똥을 샤오디에게 난사하는가 하면 달려드는 성난 개를 이기기는커녕 그 개에게 되레 처절하게 팽개쳐지고 만다. 꿈속에서 상상하던 '장강7호'의 모습이 아니어서 샤오디는 이 괴물체를 쓰레기통에 넣었다가도 다시 찾아오는 애정을 보인다.

 

현실에서 꿈을 이룰 수 없다면 우주나 UFO등의 미확인된 SF적 설정이 아니면 안 된다. 아니라고 생각했다가도 다시 '장강7호'를 찾아오는 샤오디의 행동에서, 주성치 감독은 포기할 수 없는 꿈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감독은 현실과 꿈의 괴리, 환상 사이를 넘나들면서 꿈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접근한다. '현실이 아니라면 꿈에서 이루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강아지모양의 이상한 물체가 어느 무더운 여름밤에 주워온 고장 난 선풍기를 고쳐놓는가 하면, 건축현장 사고로 죽은 샤오디의 아버지를 살려내기도 하는데, 이 장면들은 SF라면 못 이룰 꿈이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영화] 영화의 꿈은 확실히 실현되다

 

아버지와 아들이 집에 있는 물건을 뒤적일 때마다 나오는 바퀴벌레를 손으로, 그리고 발로 잡아내는 장면은 가난이 낳은 낭만이라고 하면 어떨까. 몇몇 장면들에서 촌철살인과도 같은 교육적 메시지를 던지는가 하면, 스크린 영상이 주는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교육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SF로 끝나버려 스토리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영화의 재미는 성공했다.

 

주성치는 영화사상 최연소 주인공을 찾아 나서 10000:1의 경쟁률을 뚫고 서교를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개구쟁이에 착하고 어른다운 샤오디를 연기한 9살짜리는 뜻밖에도 여자아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남자아이임에도 여아가 캐스팅되었다. 주성치 영화사상 최연소 히로인이 탄생한 순간이다. 앞으로 서교의 연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장강7호'라는 작은 외계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는 할리우드의 최첨단 특수효과 'Fur System'이 맹활약했다. 액션과 얼굴표정은 그 유명한 'Menfond Electronic Arts'의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울트라 바이올렛> <이니셜 D> 등의 영화가 이 팀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영화들이다.

 

 상류사회의 텃새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샤오디는 선생님에게도 더러운 아이 취급을 받고 반 친구들에게는 왕따를 당한다. 유일하게 위엔(장우기) 선생만은 따뜻하게 대해준다.

상류사회의 텃새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샤오디는 선생님에게도 더러운 아이 취급을 받고 반 친구들에게는 왕따를 당한다. 유일하게 위엔(장우기) 선생만은 따뜻하게 대해준다. ⓒ 콜롬비아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이 있는 '장강7호'는, 샤오디의 표현처럼, 작지만 대단한 SF장난감이다. '장강7호'는 샤오디 부자(父子)의 현실적 고통을 잊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꿈을 이루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가난해도 좋으니 성실하게 살 것인가.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돈을 많이 버는 일에 종사할 것인가.' 영화는 그럴싸한 교육적 메시지를 기대한 관객을 SF의 세계로 몰아넣고 처음 시작한 질문에 대해 답은 주지 않는다.

 

처음 시작한 메시지 전달(교육적 메시지)에는 실패했지만 영화적 감동은 충분히 준 영화다. '현대교육에서 탈물욕화를 만나야 한다'는 등의 의미를 찾는 관객에게는 실망을 주겠지만, 영화적 상상력을 보려고 한다면 성공한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주성치 감독, 주성치, 서교 주연, 콜롬비아 작품, 88분

이 기사는 http://blog.godpeople.com/kimh2, http://blog.daum.net/kimh2 에도 실렸습니다. 

2008.08.22 18:25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주성치 감독, 주성치, 서교 주연, 콜롬비아 작품, 88분

이 기사는 http://blog.godpeople.com/kimh2, http://blog.daum.net/kimh2 에도 실렸습니다. 
CJ7- 장강7호 주성치 개봉영화 홍콩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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