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한국영화에 유래없는 밀리터리 공포영화 <알포인트>가 개봉했다. 공수창이 누구야? 주인공이 감우성? 반신반의하며 극장을 찾았을 관객들, 그러나 영화는 의외의 선전을 하며 공수창 감동의 입지를 굳혔다.
4년 만에 <GP506>로 다시 관객을 찾은 공수창 감독. <GP506>은 군대, 특정 공간, 계속되는 죽음 등 전체적인 틀만 보아도 감독의 전작 <알포인트>와 매우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GP506>은 <알포인트>를 뛰어넘기에는 조금 벅차 보인다.
영화는 GP의 존재를 설명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최전방 경계초소인 이곳은 북한군을 감시하는 것이 주목적이며 특별한 사유 없이는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다. 이곳 GP506에서 전소대원들이 몰살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수사관(천호진 분)이 투입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룻밤 뿐이며, 그 하룻밤 내에 이 미스터리를 해결해야한다.
<GP506>은 초반부터 관객에게 피를 보이며,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자 봐라, 20명의 사람이 죽었다. 이들은 왜 죽었을까?' 관객들은 자연스레 감독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고는, 나름대로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즉, 관객은 영화 속 노수사관과 같은 입장이 되어 GP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것이다. 사건의 진실은 최초의 생존자 강상병(이영훈 분)과 사건을 은폐하려는 GP장 유중위(조현재 분)을 통해 점점 미궁속으로 빠지지만, 30년 경력의 베테랑 노수사관의 집념으로 차츰 실마리를 찾아간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으로 가면서 초반에 느꼈던 궁금증에 대한 흥미를 이어가지 못한다.유중위의 실체가 드러나고, 은폐하려 했던 진실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대단한 반전을 주는 듯 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약간의 눈썰미만 있다면 이 반전, 아니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영화가 주고자 한 반전에서 큰 만족을 얻지 못한 관객이라면 반전 후 이야기에서도 크게 기대할 것은 없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들을 카오스적 상태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점도 영화 초반에 알아챘어야 했을까? 어느 새, 하드고어스럽게 바뀌어버린 상황에 관객들은 당황스럽고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눈과 속이 거북함을 느낀다. 제법 공들인듯한 특수효과와 특수분장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이것들로 인해 영화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좀비 영화로 탈바꿈한다.
그렇게 진실이 밝혀지고, 나름 무게를 잡으며 영화는 막을 내리지만, 그 무게 만큼이나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 <알포인트>의 귀신에 비해 좀 더 현실성 있는 소재를 사용했으나, 그 현실성 있는 소재를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표현해 냈으며, 이것에 관객은 공포가 아닌 당혹감을 느낀다.
<GP506>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킬 만큼 그렇게 미스터리하지도 않으며, 간담 서늘한 공포도 없다. 적당히 긴장감을 주고 갑작스레 잔인하게 돌변하다가 장렬하게 막을 내린다. 인터뷰를 통해서는 감독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겠으나 영화 자체로서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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