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1996)를 통해 국내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감각적인 배우이자 소설가 그리고 감독인 '에단호크'의 두 번째 영화<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그의 소설 데뷔작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열정적인 20대의 배우지망생 윌리엄(마크 웨버)과 가수지망생 사라(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의 짧았던 사랑과 갑자기 찾아온 허전한 이별이 핵심 줄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과는 달리 사랑보다는 이별에 좀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는 이 영화는, 사랑은 성별의 차이도 영향을 미치지만 불안, 희망, 고통, 꿈 등에 대한 서로 다른 정의에 더 큰 개념 차를  느낀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허름한 바에서 만나 갑작스레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지만 충동적인 윌리엄과 지나치게 사랑에 신중한 사라에게 사랑에 대한 개념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윌리엄에게 사랑은 그의 꿈인 배우가 되는 것 만큼 소중합니다. 하지만 사라에게 사랑은 가수라는 꿈과 자신을 버려도 될 만큼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독하게 추운 뉴욕과 무더위가 한창인 멕시코를 오가며 이들이 열정적으로 보낸 짧은 사랑과 긴 이별은 두 젊은 연인의 성장담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간접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감독인 에단호크의 젊은 시절 자전적인 이야기란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삐치는 이기적인 윌리엄의 캐릭터가 전형적인 20대 미국 남성상을 대변한다면, 에단호크가 설정한 20대 가수지망생 사라는 젊고 재능있지만 불안정하고 변덕스럽고, 열정이 있으나 때로는 타인과 거리감을 두려하는 별난 여성 캐릭터란 점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무난한듯 하지만 늘 위태롭습니다.
 
에단호크는 <필름2.0>과의 인터뷰에서 마법처럼 첫눈에 반한 사랑이 찾아 온다 하더라도 남녀간의 차이에 따라 사랑에 대한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그들이 사랑과 이별을 거치면서 서로의 마음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이별을 용서하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만큼 이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에단호크의 전폭적인 지지로 영화 속 주제곡 및 사라가 부르는 노래를 만들어낸 그래미상 수상 가수이자 작곡가인 '제시 해리스'의 음악들은 윌리엄과 사라의 사랑이 이뤄질 때는 감미롭거나 격렬하고 윌리암이 겪는 이별의 아픔에서는 동양의 어느 음악보다 쓸쓸함과 허전함이 가득합니다.


특히 Ya No Te Veria Mas(Never see you), It will stay with us, World of trouble 등의 곡들은 영화의 주제와 주인공들의 심리를 가장 잘 표현한 곡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설레다 쉬 떠나버린 사랑에 열병을 앓는 윌리엄과 사라, 한 사람은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 한 사람은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사랑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해 안타까워 합니다.

 

시간의 벽과 사랑에 대한 무수한 차이를 넘어 에단호크가 영화 속에 던진 '용서'에  접근하는 두 사람의 순수함과 따스함에 가슴이 설레입니다. 사랑은 남녀에게 왜 이리 다르게 해석되는 걸까요?

2007.12.31 15:58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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