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4시. 산중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 경희궁에서 주말마다 무술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공터에는 흰 웃도리에 검은 바지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기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바람에 옷깃만 흔들릴 뿐이다.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이들이 하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 무예인 '기천문(氣天門)'이다. 기천문은 백두산에서 옛 조상들이 활명법으로 하던 산중무술로 우리 고유의 심신수련법으로 알려졌다. 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무술은 아니지만, 계룡산은 본산으로 그 명맥을 잇고 있다고 한다.
잠시 대련을 지켜보았다. '대련'은 두 명이 실전처럼 권과 장으로 싸우며, 무예를 단련하는 것이다. 몸놀림이 태극권처럼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었다. 순식간에 적의 급소를 파고 들어 가격한다. 본래의 동작으로 다시 유유히 돌아와 자신을 방어한다. 일반적인 수련에서는 대련을 잘 하지 않을 정도로 파워가 크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위한 색다른 참살이, 기천문 이젠 '참살이'란 말이 지겨워질 정도로 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끝이 없다. 비싼 유기농으로 먹거리를 대체하고, 아침·저녁으로 헬스클럽에서 몸을 가꾼다.
심신 수련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마음을 차분히 바라보려는 욕구도 늘고 있다. "수많은 적을 물리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야말로 승자 중에 승자니라"라는 글귀처럼,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야말로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이다.
기천문에는 "말이나 글에 집착하지 말고 몸으로만 수행하라"는 말씀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글귀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거기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옛날, 금강두라는 이가 있었는데, 머리가 나빠 수련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할 줄 아는 게 내가신장 하나뿐이었다. 낮이나 밤이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로지 내가신장만 서기를 몇 해….
어느날 도둑이 들었는데, 그는 내가신장만으로 물리치고, 이를 통해 도둑들을 개과천선시킨다. "하나에 모든 것이 있다"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준다. 기천문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행하며 느끼고 체험해 볼 것을 권한다.
다음은 경희궁 기천문 총무 차선희씨와의 일문일답.
- 무슨 동작을 하고 있는가?
"수련은 단배공, 육합을 기본으로 하는데 지금은 육합 중 내가신장을 하는 중이다."
-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 어떤 수련인가?
"아침 첫새벽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자세를 취하는 수련법으로, 우리 몸 안에 기운을 모으는 자세이다. 몸 안의 기가 잘 순환되도록 해주며, 단전호흡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한다."
- 뭐가 좋은가, 다른 무예와 차이점은?
"여름엔 수련을 끝내고 옷을 짜면 그야말로 땀이 한바가지 나올 정도로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한 고비 한 고비 넘으면서 자신을 냉정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경험하게 된다. 몸으로 그릇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을 담는다. 단순한 무예이기 보다 심신 수련법이다. 중요한 건 그걸 스스로 느껴봐야 한다는 거다."
-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나?
"기(氣)나 무술에 관심이 있거나 건강을 생각해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연령대도 중학생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뭔지 모르고 한 번 배워보고 싶다고 오는 사람도 있다."
- 얼마나 오래 수련 했나?
"십 년이 좀 넘었다. 수련하면서 어렵고, 몸이 힘들 때 마다 내가 왜 이런 걸 하나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 그런데 수련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지면서 그동안 하던 수련이 그리워져 다시 시작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일요일 10시부터 3시간 동안 경희궁에서 진행되는 우리 몸과 마음을 위한 색다른 '참살이' 시간. 자세한 사항은 이곳 홈페이지(http://home.freechal.com/kichun/)를 방문하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