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돌아왔다!"

4월 8일 개막한 삼성 PAVV 프로야구는 팀당 적게는 65경기에서 많게는 70경기를 치러 반환점을 돈 상황이다.

무더운 여름의 길목에서 힘이 떨어질 마운드에 모처럼 반가운 얼굴들이 8일 경기에 올 시즌 처음으로 선보였다. 롯데의 베테랑 박지철과 SK의 광속구 투수 엄정욱, 그리고 카브레라다.

프로야구를 주름잡는 스타들은 아니지만 소속 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다 신인급 선수들에게 밀리거나 부상 등 여러 이유로 2군에서 훈련했던 이들이 모처럼 1군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소속팀으로서는 더 없이 반가울 일이고 야구 팬 역시 모처럼 반가운 얼굴들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올 시즌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른 세 선수. 그들의 하루를 살펴본다.

"2003년의 영광 재현을 꿈 꾼다" 롯데 박지철

2-2로 맞선 5회말 2사 만루에서 염종석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좌완 주형광과 우완 최대성이 LG 4번 박용택과 5번 최길성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2-4로 리드를 빼앗긴 롯데.

6번 박병호 타석에서 강판한 최대성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2군에서 기회를 기다렸던 노장 박지철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올 시즌 첫 1군 무대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제구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볼 카운트는 1-3까지 몰렸다.

하지만 박지철은 노련했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박병호의 방망이를 끌어내 2루수 플라이로 잡아 더 이상의 실점을 하지 않았다. 비록 팀은 LG에 3-4로 패했지만 박지철의 올 시즌 1군 첫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 박지철, "롯데 마운드의 희망이 될 것인가?"
ⓒ 롯데 자이언츠
1994년 동래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1,100만원을 받고 롯데에 입단한 박지철은 14시즌동안 60승67패13세이브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한 '롯데맨'이다. 특히 2001년에는 156.1이닝을 던져 13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03을 기록해 은퇴한 윤학길에 이어 손민한과 더불어 롯데의 기둥 투수로 거듭나는듯 했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2001년이 마지막이었다. 2003년 8승, 2004년 9승에 그치며 아쉽게 10승 문턱에서 좌절한 박지철은 2005년 시즌에는 노장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중용한 양상문 감독과 불화로 고작 1승에 그쳐 선수 생활에 큰 위기를 맞았다.

올 시즌 출발도 2군에서 한 박지철에게 손민한-이상목-장원준-염종석 등으로 이어지는 선발 마운드에 그의 자리는 없는 듯 했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약한 팀 사정을 고려해 그를 트레이드해서 수준급 타자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부정적 평가 속에서도 꾸준하게 훈련한 박지철은 올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후반 롯데 마운드에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게 했다.


"막강 SK 불펜 재건은 우리가 한다" 엄정욱, 카브레라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SK의 올 시즌은 악몽 그 자체다.

타석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김재현과 박경완은 노쇠 기미를 보이며 결장이 잦아지고 있으며 주축 선수인 박재홍, 이진영 역시 썩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 SK의 광속구 듀오. 엄정욱(왼쪽)과 카브레라.
ⓒ SK 와이번스
타자들의 부진보다 더 아쉬운 것은 흔들리는 마운드다. 선발 투수 중에서는 김원형, 채병룡 정도가 제 몫을 해주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들쭉날쭉한 투구 내용으로 코칭스태프의 속을 썩이고 불펜 투수들 역시 경기 중,후반 역전패를 많이 허용했다.

그런 와중에 8일 두산과 1군 경기에 올 시즌 첫 선을 보인 두 선수는 '여름 대반격'을 노리는 SK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엄정욱과 카브레라다.

엄정욱은 프로에 데뷔한 2000년 시즌 이후 통산 9승(7패2세이브)에 그친 그저그런 투수다. 하지만 최고 구속 158km에 달하는 빠른 직구 덕에 꾸준히 선발로 전향을 시도하는 투수기도 하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와 어깨 통증으로 올 시즌의 출발도 재활군에서 했던 엄정욱은 지난 1일 경찰청과 2군 경기에 등판해 3이닝동안 1안타 5탈삼진으로 잘 던져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이날 1군 데뷔전을 치렀다.

1이닝을 던져 7회 안경현, 8회 손시헌에게 볼넷을 내주긴했으나 최준석과 전상열을 삼진으로 잡아 무실점을 기록하고 정대현에게 마운드를 넘긴 엄정욱은 일단 성공적인 1군 데뷔전을 치렀다.

8일 두산전에 정대현에 이어 마무리로 등판한 카브레라 역시 성공적인 올 시즌 1군 데뷔전을 가졌다.

2004년 시즌 SK에서 마무리를 맡아 4승4패12세이브를 기록했으나 지난 시즌 초반 당한 부상 치료차 고국으로 돌아가서는 돌아오지 않아 퇴출당한 카브레라는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쳤던 '거포' 켈빈 피커링을 대신해 또 다시 한국 무대를 밟았다.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앞세운 카브레라는 두산전에서 몸에 맞는 볼과 볼넷을 한 개씩 내줬으나 민병현-최준석-용덕한을 모두 삼진으로 잡는 위력투로 시즌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 박지철의 통산 성적
ⓒ KBO

▲ 엄정욱의 통산 성적
ⓒ KBO

▲ 카브레라의 통산 성적
ⓒ KBO
2006-07-09 08:0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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