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찬성하는 이유는?

영화인들의 집단적인 반발과 적극적인 시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네티즌은 그들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다.

영화인과 스크린쿼터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냉소적인 시선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 먼저 영화인들은 똑같이 FTA 협상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시위에 무관심했다는 이유와 함께 '조폭 코미디'로 대표되는 일부 부실한 영화들이 안이하게 제작돼 판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우리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문제도 그들이 거론하는 중요 이유 중 하나이며, 심지어는 평소 '해외명품'을 선호한다고 알려진 일부 유명배우들의 물품 구매 취향까지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외제물건을 주로 쓰는 당신들이 "국산영화 보호해 달라"는 말을 할 수 있냐는 이야기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논리다.

네티즌이 거론하는 이런 이유들에는 우리 영화계가 극복하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들과 함께 평소 각종 언론을 통해 사생활이 노출되다시피해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린 일부 배우들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뒤섞여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지적들은 사생활과 관련된 감정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영화인들이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할 지적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논리들이 과연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에 적용될 수 있을까? 과연 '스크린쿼터 논란'이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인 것일까?

스크린쿼터 축소되면 '조폭코미디'는 더욱 맹렬해진다

스크린쿼터 제도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극장 스크린은 1년 365일 중에서 146일은 의무적으로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제도다. FTA 협상 도중 논란이 된 '스크린쿼터 축소'는 146일을 73일로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사태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네티즌이 상당히 많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그저 저질 조폭코미디가 유명배우 캐스팅과 막대한 홍보에 의지하면서 판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영화들에 대한 기득권을 박탈해 철저하게 도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146일의 의미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네티즌들은 이 146일에 대다수 대중 관객들에게는 소외되기 일쑤인 저예산 영화들이 상영하는 날짜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대중의 무관심 속에 길어야 2주 안에 간판문을 내리는 것이 저예산 영화의 현실이지만, 어쩌면 그들에게는 이 146일 속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스크린에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는 자체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의 '하루'는 유명배우를 캐스팅해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제작된 다른 영화들의 '하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현실에서 146일이 73일로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73일은 안타깝게도 네티즌이 그렇게도 미워하는 '조폭코미디' 장르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며, 저예산 영화들의 '하루'를 지금보다 더 무자비하게 빼앗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우리 영화와는 비교도 안 되는 대자본을 투입하는 할리우드 영화까지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유명배우들, 따지고 보면 시위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장동건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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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는 그만큼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많은 주목은 곧 흥행으로 연결된다. 최소한 기본적인 흥행은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인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146일이 73일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혹시 제도 자체가 폐지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줄어든 혜택'을 여전히 누리거나 별 타격을 받지 않을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에게 줄어든 73일은 네티즌들이 말하는 '기득권'을 적어도 한국영화계 내에서는 더욱 확고하게 굳힐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밥그릇 지키기'라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1인 시위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사실 일반인들은 구체적인 지적이 아니라면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146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스크린쿼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배우들의 1인 시위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장동건이 거리에 서 있다는 자체로 2천명의 인파가 몰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1인 시위는 거리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스크린쿼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 1인 시위를 굳이 비유하자면, '중소기업 임직원을 위해 대기업 임직원이 직접 거리로 나섰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은 스크린쿼터가 축소돼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사람들이다. '중소기업'에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재벌기업'의 현실적인 모습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모습이 아닐까?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이란...

 안시 애니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국산 애니메이션 <오세암>의 한 장면. 프랑스에서는 <오세암>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 마고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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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를 통해 한국영화를 온전히 지킬 수 있다면, 우리 영화의 활로는 더욱 활발하게 개척될지도 모른다. 최근 유럽에서는 한국영화가 김기덕, 홍상수 두 감독의 영화를 통해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고 하는데, 유럽에서의 우리 영화 개봉과 TV 상영은 휴대폰을 몇 만 대 넘게 파는 것 못지않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극장과 TV를 통해 한국영화를 감상한 해외관객들이 최소한 한국어가 어떤 말인지, 한국의 풍경이 어떤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문화의 힘은 이렇게 크다. '우리 문화를 지키자'는 영화인의 호소는 그런 점에서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고자 한다면, '조폭코미디'와 같은 어두운 자화상은 영화인들의 통렬한 반성을 통해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네티즌의 지적은 핀트가 어긋난 셈이다. '조폭코미디'가 그렇게 불만족스럽다면 그런 영화들이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철저하게 외면하면 된다. <투사부일체>는 열흘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네티즌은 '조폭코미디'를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 영화를 열심히 봐주고 있었다.

배급사와 극장이 아무리 그런 영화를 집중적으로 상영한다 하더라도 관객이 외면한다면 결국 백기를 내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영화의 질적인 문제는 네티즌의 꾸준한 지적이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지만, 스크린쿼터는 어긋난 선택으로 인해 우리 문화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비교가 되지 않는 문제인 것이다. 결국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네티즌의 신중한 판단이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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