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92개의 스피커가 설치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아이오소노' 입체음향 시연용 극장
ⓒ 프라운호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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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음향 때문에 굳이 극장을 찾는 영화광들에게 로얄석은 따로 있다. 5.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특성상 객석 중앙부의 일부 좌석만이 감독이 의도한 음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청취지점(sweet spot)이기 때문.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이러한 제약을 극복해 극장의 모든 객석에서 최적의 3차원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한 첨단 음향기술이 개발되어 할리우드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개발한 '아이오소노(IOSONO)' 입체음향기술이 바로 그것.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아이오소노 방식 입체음향을 체험한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5.1채널 돌비 서라운드 방식과 아이오소노 방식의 차이가 마치 과거 모노에서 스테레오 방식으로의 진화와 비견될 만큼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이오소노 방식을 개발한 칼 하인츠 브란덴부르그 박사는 바로 MP3 음향표준을 개발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로스엔젤레스에 들어선 아이오소노 체험극장에는 총 192개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스피커가 극장 벽면을 따라 촘촘하게 박혀 있다. 각각의 스피커가 전용 음향서버의 지시에 따라 정밀하게 사운드를 조작하면서 객석의 모든 곳에서 살아 있는 3차원의 입체음향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방식의 원리다. 현재 이 극장에서는 최근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3>나 <배트 맨 비긴스> 등의 최신영화가 아이오소노 방식에 맞추어 상영되고 있다.

아이오소노 방식 입체음향 시스템이 모든 극장에 도입된다면 영화광들은 더 이상 음향 로얄석을 찾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지만 이 방식의 잠재력은 단순히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객석 하나 하나를 일일이 지목해 음장감을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예전의 서라운드 시스템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극한의 입체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192개스피커에 음향신호를 전송하는 음향서버
ⓒ 프라운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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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관객의 무릎 위에서 귀뚜라미가 울거나, 귓전에서 새가 지저귀고, 호랑이가 객석 사이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듯한 음향효과, 혹은 극 중 배우나 카메라의 이동에 따라 소리의 방향 역시 따라서 이동하는 등 한 차원 높은 정밀한 3차원의 현장감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측의 주장이다.

아이오소노 입체음향의 혁신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를 직접 체험한 관객이나 할리우드 관계자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극찬하고 있지만, 문제는 막대한 시설투자비를 극장주들이 과연 부담하려 하겠는가이다.

극장주들은 할리우드 메이저들이 충분한 수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아이오소노 방식으로 녹음해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굳이 시설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할리우드는 거꾸로 극장주들이 시설투자를 하지 않는데 굳이 이런 방식으로 녹음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영사기 도입을 앞 두고 극장주와 할리우드가 서로 비용분담을 요구하며 책임을 미루던 모습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돌비와 THX가 양분하던 극장 사운드 시장에 아이오소노라는 새로운 지존이 조만간 관객들 앞에 선을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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