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광주시 서구 내방동 구단 사무실에서 정재공 단장과 한기주 선수가 입단 계약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 기아 타이거즈

초고교급 투수 한기주(18·동성고)가 고졸 신인 사상 최고 계약금인 10억원에 프로야구 기아 유니폼을 입었다.

기아는 8일 광주 구단 사무실에서 한기주와 계약금 10억원, 연봉 2천만원에 입단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고졸신인의 계약금 10억원은 지난 2002년 김진우(기아)의 7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액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남는 것과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것을 놓고 장고를 거듭해 온 한기주는 그동안 "대통령배 대회가 끝난 뒤 마음을 정하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우완 정통파 투수인 한기주는 현재 고교 투수 가운데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 구속 152km대의 강속구를 주무기로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 국보급 투수 선동렬 삼성 감독도 한기주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보다 낫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한기주는 지난 4일 막을 내린 대통령배 전국고교대회에서도 군산상고와의 준결승전 완봉승을 포함, 3승을 거두며 팀을 17년만에 대회 정상에 올려놓는 활약을 펼쳤다.

그만큼 한기주의 향후 진로에 높은 관심이 쏠렸고 뉴욕 메츠, 미네소타 트윈스 등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한기주가 등판하는 날이면 스카우트를 동대문구장에 파견, 영입 가능성을 점쳤다. 메이저리그 한 구단은 지난 2001년 당시 덕수정보고 유제국(시카고 커브스)이 받았던 165만 달러(약 16억 원)를 상회하는 계약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한기주가 국내 잔류를 선언하고 기아에 입단하게 된 것은 해외파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94년 박찬호를 시작으로 많은 선수들이, 유망주라는 평가 속에 해외로 진출했지만,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세 명만이 메이저리거라는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고, 오랜 동안 마이너그리그에서 수업을 쌓으며 실력을 검증받은 서재응과 추신수는 팀 사정에 따라 불규칙한 출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병역 문제 역시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기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한 메이저리그에서의 도전보다는 국내에서 경험을 쌓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어 병역 면제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대어급 자유계약선수가 되면 수십억원의 돈을 만질 수 있을 만큼의 물질도 보장되는 현재의 프로야구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한기주를 영입함에 따라, 그동안 김진우를 제외하고 마땅한 토종 선발 투수들이 없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투수들에게 유지해야 했던 어려움에서 벗어나, 타자 쪽으로 외국인 용병들을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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