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프로축구 1부 리그인 에레디비지, PSV 아인트호벤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의 활약이 참으로 눈부시다.

지난 14일 벌어졌던 리그 24 라운드인 ADO 덴 하그와의 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며 절정의 득점력을 뽐냈던 박지성은 이어 벌어진 FC 흐로닝헨과의 경기와 ‘영원한 숙적‘ 아약스와의 경기에서도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환상적인 드리블과 섬세해진 패싱력 등을 과시하며 한층 주가를 높이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PSV의 공격을 이끌었던 삼각편대(케즈만, 로벤, 롬메달)가 모두 팀을 떠남에 따라, PSV는 올 시즌 고전을 예상 했었다. 지난 시즌 우승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리기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팀 득점의 60% 이상을 책임졌 삼각편대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예상 이였다. 하지만 시즌 초, 무패 행진을 벌이며 에레디비지에서 선두질주를 계속 하더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스날 등이 속한 E조에서 2위로 16강에 진출한 뒤, 지난 시즌 준우승에 빛나는 AS 모나코를 완파하며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돌풍을 만들어낸 데는 필립 코쿠와 하셀링크, 그리고 중앙수비수였던 호플란드의 공백을 잘 메워 주고 있는 알렉스등 이적생들의 활약도 큰 힘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박지성의 역할에 초점을 아니 맞출 수 없다.

비록 오른쪽 공격수로서의 만족스러울만한 수준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박지성의 활약이 빛나는 것은 기록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 중에서도 참으로 성실한 경기력이 단연 돋보인다. 박지성은 최전방 공격수 임에도 불구하고, 수비라인 깊숙이까지 활동 폭을 넓히며 쉼 없이 경기장을 뛰어 다니고, 항상 볼 주위에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흡사 1950년대 세계 축구를 주름 잡았던 ‘스테파뇨’를 연상 시키곤 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 일수도 있겠지만, 박지성은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며 아인트호벤이 어느 곳에서든 ‘수적 우위‘를 확보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축구영웅 알프레도 디 스테파뇨는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허리-수비 할 없이 모든 위치를 소화하며 경기장을 지배해,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이였던 무뇨스 로부터 ‘스테파뇨를 보유하게 되는 순간 당신은 22명(포지션당 2명)의 선수를 데리고 경기를 하는 것을 의미 합니다’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었다.

박지성의 이러한 성실한 경기력은 실제로 아인트호벤의 경기당 높은 볼 점유율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2 한, 일 월드컵’이후 청운의 꿈을 안고 네덜란드로 진출 했지만, 이적 하자마자 무릎 부상으로 1년 넘게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던 박지성은 ‘돈 아까운 선수’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아인트호벤의 ‘에이스’였던 반 봄멜도 ‘좋은 선수가 많은데 왜 무명의 동양 선수를 데려오느냐?’ 며 불만을 토로 했었고, 팬들도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우리 클럽에 입단 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었다. 주위의 이런 공세에 맞서 실력으로 보여 줬어야 했지만, 간단치 않은 무릎 부상을 당했고, 재활까지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을 그냥 허비 해야만 했다.

이 기간 동안 박지성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위기와 고통을 느껴야만 했었다. 동료들의 얼굴을 보기도 미안했고, 괴로운 나날의 연속 이여서, 전 소속 구단인 교토 퍼플 상가로의 복귀도 생각해 보았다. 스스로를 ‘정말 형편없는 선수' 라고 자책하며 네덜란드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었다.

몇 번이고 일어나 되돌아가고 싶었던 박지성을 끝내 붙잡아 앉힌 것은, 그의 무서운 오기와 ‘돈이 아까운 선수’ 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겠다는 굳은 신념 이였다. 그렇게 포기하고 돌아가 버리면 동양인, 특히 한국 선수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 뻔하고, 또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히딩크 감독에게도 너무나 면목 없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박지성은 그 고된 시간을 참고 견뎠으며,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날만을 기다리며 재활과 컨디션 회복에 모든 것을 걸었다. 지난 시즌 후반 교체 멤버로 간간히 투입 될 때도 주눅 들지 않고 성실하게 경기에 임했으며 그 결과 다시 기회를 얻어 지금의 자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박지성이 이제 그렇게도 길고 험난했던 터널을 빠져나와 비로소 세상의 밝은 빛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처음 자신을 비웃었던 반 봄멜도 ‘그에 대한 첫 인상은 내가 잘못 본 것 이였다. 그는 우리 팀의 주축이다.’ 라며 추켜세우고 있고, 냉대했던 아인트호벤 팬들도 ‘하루하루 그의 플레이가 기다려진다’ 며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축구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장애인 평발을 극복했고, 머나먼 타지에서의 부상 공백까지 잘 견뎌내며 다시 부활한 박지성. 81년생으로 닭띠인 박지성이 닭의 해인 올 2005년을 맞이해 더 크게 날아올라 한국인들의 가슴에 ‘별’이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스포츠한국과 스포츠동아에도 송고했습니다.

2005-03-23 08:2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스포츠한국과 스포츠동아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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