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화와 삼성간의 경기중 정민철 선수는 4회 초 이승엽 선수의 부러전 방망이에 무릎을 맞았다. 김병현 선수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잠시 뒤 몇개의 시험투구 후 경기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후 보고싶지 않은 장면이 계속 연출되었다. 5회부터 삼성의 타자들은 번트 모션을 취하며 다리가 불편한 정민철 선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삼성 타자들의 번트 모션으로 정민철 선수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5회와 6회에 걸쳐 반복되는 번트 모션을 취하며 자기편 타자의 부러진 방망이에 맞아 부상을 입은 상대방 투수를 괴롭히는 것은 비열한 경기 운영이었다.

프로야구 경기 중 선수들간에 암묵적으로 규정되는 비신사적 행위들이 있다. 예를 들어 '홈런후 느릿 느릿하게 베이스를 돌아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는경우' '많은 점수차로 앞서고 있을 때 번트를 대는 행위' '똑같은 상황에서 도루를 감행하는 경우' 등이다

물론 그런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규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팬들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프로선수와 구단은 양질의 경기와 동업자 간 예의차원에서 암묵적으로 이 관행을 지켜왔다. 물론 메이저 리그도 국내 리그와 마찬가지로 이런 약속을 지키며 선수 사이에 감정을 일으킬 경기운영을 지양하고 있다.

어제의 정민철 선수 괴롭히기는 한국에서 최고 감독으로 명성을 날리는 김응룡 감독이 있는 삼성에서 자행했다는데 더욱 실망했다. 누구보다도 냉철한 감독으로 이름 난 김응룡 감독이지만 부상선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얼마전 모 선수의 여자문제로 인해 선수의 거취문제가 불투명할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스프링캠프시 같은 선수를 냉대했던 그의 모습과 대비됨은 왜일까? 그 선수는 리그에 들어서자 펄펄 날았고 스프링캠프시에 있었던 감독과의 불화는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졌다. 스프링캠프시 선수의 항명에 진노하며 받아줄 것 같지 않던 감독의 모습은 성적앞에서 모든걸 용서하고 말았다.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를 되새겨보자. 현재 프로구단의 수입구조를 볼 때 국내 리그의 이러한 성적 지상주의의 행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구단 수입이 전적으로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 돈을 지불하는 구단의 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과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구단과 감독, 선수들은 생각해보기 바란다. 어제같이 한 경기의 승부를 위해 부상당한 선수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관중들은 경기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감독의 지시가 아니라고 항변하더라도 감독의 지시여부를 떠나 벤치를 지키는 감독으로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가족들과 함께 찾아 상쾌한 웃음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프로야구 경기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2003-05-22 20: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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